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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카리 공방 전경 |
47년 역사를 가진 핀란드 가구 공방 니카리. ‘가구는 자연의 순환 과정’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자연과 전통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가구가 아닌 가치를 만들고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피스카스(Fiskars) 마을이 있다. 19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벽돌건물과 자그마한 개울이 아름다운 이 마을은 수세기 동안 제련공장지대로 번성했던 곳이다. 그 유명한 피스카스 가위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지금 이 마을은 우리의 헤이리처럼 예술인 마을로 탈바꿈 했다. 600여 명의 주민 중 예술인이 150여 명이라고 하니 마을을 지나는 넷 중 하나는 예술인인 셈이다.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수공예적 전통과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영혼이 공존하는 이곳에 니카리가 있다. 니카리는 1967년 핀란드 디자인의 거장 알바 알토(Alvar Aalto)와 카이 프랑크(Kaj Franck)와 함께 일했던 목수 카리 비르타넨(Kari Virtanen)이 세운 가구 공방이다. 오랜 시간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좋은 가구를 만들어 왔던 니카리는 지금도 큰 규모는 아니지만 품질 좋은 가구를 생산하는 경쟁력 있는 가구 공방 중 하나로 성장했다.
품질의 근본은 ‘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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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작업장 |
이케아로 대표되는 ‘인스턴트 가구’가 어느 때보다 환영받고 있는 시대에 니카리의 목표는 ‘시간을 초월하는 고품질의 가구’다. 오랜 수공예적 전통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니카리의 자부심은 상업적 성공이 아니라 품질에 대한 인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품질 혁신을 위해 니카리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전통가구 연구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니카리의 목수들은 수년간 핀란드 전통 가구를 살피고 뜯어보며 제작 기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축적해왔다. 정교하기로 정평이 난 니카리의 목공 기술은 전통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한 셈이다.
목재의 질은 기술 이상으로 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목재 관리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저한 목재 관리 능력이야 말로 니카리의 핵심 역량”이라고 말하는 니카리의 목수들은 가구를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목재 공급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목재를 고르는 작업에도 참여한다. 목수가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른 양질의 목재들은 니카리의 감독 하에 충분한 시간동안 건조된다. 재료가 좋으면 별다른 조미료가 필요 없는 법이다. 다년간 확보된 양질의 목재들은 디자인적 기교 없이도 특유의 아우라를 내뿜는 니카리 가구의 힘이 되고 있다.
단순한 디자인의 힘
니카리의 가구는 단순하다. 세세한 디테일보다는 나무 본연의 결과 선으로 조형된 가구들은 언뜻 심심해보이지만 오래 바라봐도 질리지 않고 어느 공간에나 멋스럽게 어울린다.
“우리는 낡을수록 더욱 우아하고 멋있어지는 가구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쉽게 유행을 따르지 않습니다. 더욱 절제되고 차분한 디자인을 지향하죠. 니카리 가구가 시대와 환경을 초월해 다양한 인테리어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다소 보수적인 디자인관을 갖고 있지만 근래에는 외부 디자이너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디자인적인 혁신에도 힘쓰고 있다. 핀란드,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웨덴 5개국 5개 대학 디자인학과 학생들과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디자인을 개발하는 ‘5 Studies for Nature’ 프로젝트는 그러한 노력들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니카리는 젊은 디자이너들로부터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얻고 학생들은 니카리의 나무와 목공에 관한 숙련된 기술을 전수 받는다. 이렇게 혁신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가구’라는 대명제 안에서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가구는 순환 과정의 일부다
니카리 사람들은 유독 “지속가능한”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지금 니카리의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물론 미래 세대까지 생각하는 마음은 니카리의 정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먼저 니카리는 이동에 소요되는 연료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나무를 피스카스 인근의 숲에서 조달한다.
나무는 지속가능한 조림정책과 생물다양성의 원칙 하에 벌목된 것들이다. 마감제는 천연오일, 왁스 등의 친환경 마감제를 쓰고, 제조 공정과 방법은 사용자와 직원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품은 가급적 포장재 없이 고객에 전달하지만, 포장이 필요할 때는 나무, 종이, 재생플라스틱 등 재생 가능한 재료를 쓴다.
“가구 또한 자연의 순환 과정의 일부입니다. 자연에 대한 존엄과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가구는 오랜 시간 매력적인 모습과 느낌을 유지할 수 있고 인간과 자연에도 이롭지요.”
자연과 전통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 아름다운 디자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원칙을 가진 니카리의 가구. 이들의 힘은 ‘가치’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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