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표현.
기계장치와 와인병.
기계장치와 와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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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재의 크레덴자는 요모조모 뜯어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짐작가지 않는 형태 뒤에 실용성과 유희를 감추고 있다 |
한성재는 일상 기물을 ‘애용’하는 방식을 강조하기 위해 ‘유희적 재미’라는 개념을 Wine Credenza II에 담았다. 한성재가 말하는 유희적 재미란 가구를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능을 넘어서는 고유의 가치를 담은 가구를 소장하고 즐기는 데서 오는 특별한 만족감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 와인 크레덴자는 밖으로 돌출된 레버를 돌리면 체인과 기어로 연결된 벨트가 회전하면서 콜렉팅한 와인병이 차례로 리스팅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 과정에서 한성재는 와인을 고르는 재미를 사용자에게 선사한다. 단순하지만 기능에 충실한 기계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가구는 매우 동적인 경험을 선사하는데, 크레덴자가 작동되는 과정을 전면부와 상부에 뚫려 있는 창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유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가 한층 배가된다.
이 일상의 유희를 한성재는 ‘문화’라는 단어로 압축하고 설명한다. 가구를 비롯해 우리의 생활 속에 존재하는 일상의 사물들에도 문화적 향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사회의 대표적 기호문화인 와인과 이 크레덴자는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우리가 가구를 비롯한 일상의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는 좀 어렵게 말하자면 사실 자아의 표현이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사물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상징이 된다.
한성재가 와인 크레덴자를 처음 선보인 건 2010년으로 근 8여 년 만에 한층 정교해지고 럭셔리해진 모습으로 버전업되었다. 초기 버전은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되었지만 Wine Credenza II는 월넛의 묵직한 감촉이 외관을 감싸고 있다. 내부의 기계장치도 원리는 같지만 좀 더 수공예적인 느낌이 풍성해져 한층 깊어진 완성도를 느끼게 한다. 하중을 지탱하는 골격은 스틸 구조로 설계되었는데 크레덴자 내부의 기계장치와 와인병의 하중에 대비한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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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기능에 충실한 기계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가구는 매우 동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
하지만 디자인 면에서도, 월넛과 황동 조합이 유형처럼 넘쳐 조금은 식상해진 탓도 있겠지만, 월넛과 유광의 실버와 블랙으로 도색된 두 가지 컬러의 스틸 조합은 잘 어울린다. 철은 사실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비중으로 조화를 이룬다면 나무와 잘 어울리는 재료다. 오래 전부터 스피커 작업을 통해 나무와 다른 이질적 재료가 섞이는 방식을 고민해 온 경험이 풍부한 한성재는 이 와인 크레덴자에서도 자연스러운 재료 혼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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