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고은 개인전 《Cracks, Ripples, and What Not》...상실이 남긴 흔적을 마주하는 층(layer)

강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2 15: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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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53점의 대형 드로잉과 17점의 신작 회화 선보여
- 시간이 축적되는 감각되는 경험 유도

7월 5일부터 7월 24일까지 Hall 1에서 설고은 작가의 개인전《Cracks, Ripples, and What Not》展이 열린다. 2025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총 53점의 대형 드로잉과 17점의 신작 회화로 구성되며, 전통적인 회화 감상 방식에서 벗어난 배치로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Cracks, Ripples, and What Not》 설고은 전시 포스터

벽면에 수직으로 설치된 탈색된 듯한 옅은 회색조의 회화 작품들은 바닥의 현무암 블록 위에 설치되어 마치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품은 Hall 1 바닥에 실재하는 크랙과 회화의 표면이 서로 호응하여 관객에게 회화 또한 하나의 흔적이나 잔해처럼 읽히는 경험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는 시간이 축적된 레이어처럼 감각되도록 했다.

설고은 작가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베니스, 서울, 광주 등 여러 도시에서 벽면의 균열, 도로의 틈, 부식된 페인트, 자연에 의한 침식 등 물리적으로 남겨진 흔적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김진주 큐레이터는 "설고은은 상실을 떠올리게 한 건물, 바닥, 돌, 나무 등 거리 곳곳의 흔적들을 사진으로 찍고 디지털 툴로 편집해 단순화한 뒤, 이를 각각의 '층(layer)'으로 만들었다”며 ”출처와 모양이 다른 층들은 트레이싱지를 경유해 겹치고 겹쳐 하나의 화면이 되었으며, 그 화면들은 다시 바닥과 벽을 점유하며 모종의 사건처럼 모였다.“라고 설명했다. 

 

▲ 설고은, rumbling sound of the creek, 캔버스에 아크릴과 모델링 페이스트, 50x50cm, 2024

설고은이 지난 개인전에서 선보인 112점의 연작은 강박에 가까운 회상으로 기억을 붙잡으려는 시도였다면, 《Cracks, Ripples, and What Not》에서는 지난 과정에서 느낀 무력함을 인정하고 상실이 남긴 흔적을 마주하고 공존하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한 개인의 역사에서 빛나는 순간이 지나가고 나서 삶은 어떻게 이어지는지, 우리는 지나쳐온 시간을 어떻게 회고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라며 이번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전시는 7월 24일까지 Hall 1에서 열린다.

 

▲ 전시 전경

・설고은: 1994년 출생으로,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시각예술을 전공하였으며 2021년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2024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개인전 ≪NO POINT OF CONTACT≫와 2022년 스펙트럼 갤러리에서 개인전 《AFTER, IMAGE》을 열었으며, 《계란부터 사과까지》(2023, 신한갤러리), 《원본없는 판타지》(2023, 온수공간), 《물질구름》(2022, 아트스페이스3) 등 주요 단체전에 참가했다. 현재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에 작가로 입주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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