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를 이분법적인 사고로 보지 않는 것, 그것이 작업의 출발점이다. 전통에 묶이면 시간에 갇힌 골동품이 되고, 현대에 집착하면 뿌리를 저버린 천덕꾸러기가 된다. 방향란 작가는 나무를 가지고 기능이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보고, 그 제작기법 또한 서로 멀리 있지 않음을 인식한다. 전통가구가 지닌 견고한 비례와 구조, 간결한 면 분할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대 아트퍼니처를 보여주고 있는 그녀이기에 통합적인 사고는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현대 공간에 적합한 구조와 오늘날의 미적 감각을 살리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한국적 미의 원형을 연구하고 관찰한 다음 그것을 단순한 형태로 다듬고 또 다듬는다. 이러한 끈질긴 작업이 있어야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아름다운 가구로 완성된다. 하지만 호감으로 만족한다면 전통을 되새기는 작업이 퇴색될 터. 전통가구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품격을 원목가구가 지닌 신뢰로 치환한다. 그녀는 호감과 신뢰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의 간극을 나무를 대하는 ‘진정’으로 메우고 있었다.
‘나무에게 가장 좋은 재료는 나무다’라는 생각으로 방향란 작가는 전통 결구방식을 고수한다. 원목가구의 견실함이 곧 나무의 진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개물림, 연귀짜임, 딴혀이음 등의 방식을 사용한다. 나무가 지닌 조직과 응력을 맞붙잡도록 하는 그녀의 솜씨다. 소량으로 제작해 완성도를 높이는 그녀의 작업과 떼려야 땔 수 없는 제작 방식이기도 하다.
시각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 방향란 작가. 그녀가 표현한 곡선은 가구에 의외성과 입체감을 주어 현대적 감각을 일깨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젊은 작가의 장인 정신이다.
방향란 작가는 전북대학교 가구조형디자인 전공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 전통가구의 비례와 간결한 면 분할, 한국 전통건축의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목가구가 지닌 구조적 미학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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