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이거나 혹은 상징하거나, ‘O器(공기)’展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7-07 00: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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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아티스트 6인의 기획전
사물의 기능성과 예술성의 접점을 보여줘
현대공예의 새로운 인식 모색

 

‘0’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시작점이자 기준점을 뜻하는 수(數)이면서, 순간을 의미하는 정수(整數)이다. ‘기(器)’는 네 개의 입이 생존하기 위한 도구의 상징 언어로 담거나 채우는 ‘그릇’이라는 기능과 의미를 수용하는 대상으로서의 사물이다.

고보경, 김준수, 박성열, 박지은, 이재익, 천우선 등 6인의 공예 아티스트는 손의 노동으로 점철한 시간성에 작가의 사고성을 투영해 ‘0과 기’라는 화두로, 현대 공예의 인식 전환을 꾀했다.

실용적 디자인이 가미된 기계산업의 물량 공세에 공예의 기능성을 양보하고 대신, 사물의 형태적 정서를 근간으로 작가의 예술성을 이입한 이번 전시는 우리 공예 예술의 젊은 기운을 단단히 읽게 해준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 고보경 작. Soft Sculpture, 한지, 95 x 95 x 185 mm, 2020

 

▲ 김준수 작. Eternal Life, 가죽, 180 x 180 x 250 mm, 2020

 

 

▲ 박성열 작. 본연 ott-008, 옻칠, 280 x 280 x 300 mm, 2020

 

 

▲ 박지은 작. 넣어주세요 1, 정은, 린넨사, 55 x 55 x 120 mm, 2020

 

 

▲ 이재익 작. Transition_metamorphosis IV, 동, 포슬린안료, 금박, 278 x 282 x 333 mm, 2020

▲ 천우선 작. Open vase 0120, 동, 황동, 철, 310 x 300 x 430 mm, 2020

 

부드러운 천으로 공간을 탐구한 고보경 작가, 가죽의 단면들을 집합해 자연의 생장점을 표현한 김준수 작가, 옻칠 고유의 물성만으로 독특한 조형의 세계를 구축한 박성열 작가, 장신구의 사물성과 목적성을 추구하는 박지은 작가, 패턴 결합에 의한 공간성과 형태, 재료의 물질성을 통해 생명체의 변이를 담은 이재익 작가, 내부와 외부의 관계성을 모호한 형태성으로 규정한 천우선 작가 등 6인의 공예 아티스트는 저마다의 각별한 해석으로 공예의 새로운 관점을 투사한다.

산업과 예술의 견제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현대공예의 묵직한 과제를 이들 6인의 공예가들이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를 ‘O器(공기)’전에서 발견해보길 바란다.

전시는 2020.7.19.일까지 인사동 KCDF 3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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