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해 버려진 나무도 다시 볼 것, <이스트 런던 퍼니처>

전상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12-21 22: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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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른다. 어디에 버려졌는지 즉 어디에서 주웠는지만 안다. 하지만 문제없다. 새 이름을 지어주고 성도 붙여주니까,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혀주니까 말이다. 동화 속 신분이 뒤바뀌었던 거지와 왕자 이야기처럼 버려진 나무는 그렇게 새로 태어난다. 이 작업이 바로 이스트 런던 퍼니처가 하고 있는 일이다.


재활용 가구 프로젝트

 

약 10년 전인 2011년 2월, 창립자 크리스천 딜론은 생각보다 버려지는 재료들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 재료들을 주워와 자신을 위해 간단한 가구를 만들며 재활용 제품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처음엔 런던 쇼디치에 있는 매장의 뒤쪽에 있는 공간을 작업장으로 사용했다. 이후에는 9개월 동안 런던 와이트 채플 거리에서 발견한 빈 공간에 팝업 매장과 작업장을 운영하면서 주변에서 재료를 구해 제품을 만들었다.

 

 


팝업 매장이란 건물 임대료가 비싼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 사용되지 않거나 버려진 가게를 일시적으로 활용해 문을 여는 매장을 말한다. 자신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해보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최근 많이 시도되고 있다.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이스트 런던 퍼니처가 비어있는 공간을 재사용한다는 개념의 팝업 매장으로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 예로 2011 클러켄웰 디자인 위크 행사 기간 동안에 사용되지 않고 있던 서브웨이 샌드위치 매장을 10일간 임시 작업장과 전시실로 바꾸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행사 기간 동안 주변에서 무려 52개의 팔레트를 모아 그 재료로 21개의 가구를 제작했다.



270개 팔레트로 215개의 가구를 만들어

 

지난 2012년 4월에는 재활용 자선단체인 LCRN(London Community Resource Network)과 파트너십을 맺어 오래된 피클 공장으로 작업장을 확장 이전했다. 여기에선 폐목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의 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물론 모두 매립지에서 구한 폐기물들이었다.

 

 

 

 

현재는 더 넓은 곳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이곳은 크리스마스 기간에만 사용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그저 저장소로만 사용하는 공간이다. 이제는 오프라인으로 교류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온라인을 통해 주문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스트 런던 퍼니처는 270개 팔레트로 215개의 가구를 만들었다.

이때 이들은 주변에서 주워온 모든 나무 조각들의 사진을 찍고 정보를 기록해둔다. 처음 어떻게 쓰였던 것인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가구로 제작되는 과정에서도 각 기록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의 완성된 가구를 받아보게 된다면 가구에 사용된 모든 재료들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동생과 함께 동업을 하는 크리스천 딜런은 한 걸음씩 성장해 가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 거리에서 발견한 나무로 만든 팔레트를 사용해 가구를 만들고 더욱 전문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을 점차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바로 그 철학이 드러난다.

점점 더 심각해져가는 환경 문제에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져가고 재활용과 지속가능한 발전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할 고민이 되었다. 덮어두고 걱정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스트 런던 퍼니처처럼 한 걸음씩 내가 있는 자리에서 버려진 무엇에 다시 의미와 존재를 부여해주면서 나아가면 조금은 지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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