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남기고, 채운 이화동 재생건축 목인헌

건축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0-06-14 20: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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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건축의 해석
근대건축의 미묘한 감성
작은건축의 의미
▲ 새로움 보다 더 새로운 재생 건축의 힘


이화동은 도시 발전사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을 위한 고급주택이 지어졌고, 한국전쟁 직후에는 농촌을 떠난 이주민들이 몰려들어 거대한 판자촌을 형성했다가 대한주택영단(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이 1958년 대단위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무허가 판잣집을 허물고 경사지에 층층으로 일본식 연립주택을 지어 건축 지형을 바꿨다. 하지만 이화동을 도시계획 안으로 편입시키려던 시도는 1960년대 이화동 일대로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한 판잣집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이후 이화동은 확장과 증축이 종횡하면서 건축적으로 매우 낯선 지형을 형성했다.


집은 기억 창고다

가파른 축대 위에 세워진 <목인헌> 역시 이화동의 건축의 혼돈을 상징했다. 1958년 대한주택영단이 지은 이 집은 이화동의 여느 집처럼 원형에 증축의 흔적들이 먼지 더께처럼 적층되어 있었다. 2012년 이화동을 방문해 이 집을 발견한 서울시립대 이충기 교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공간의 역사와 이 집을 거쳐 간 사람들의 기억이 머무는 장소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화동이 자리한 낙산은 조선 개국을 앞둔 정도전이 도성 안 내사산 중 왕조의 좌청룡으로 점찍을 만큼 기세가 당당했던 곳이었다. 이화동과 혜화동을 합쳐 부르던 조선의 쌍계동은 왕가는 물론 선비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도성 안의 경승지로 이름이 높았다. 공간을 채운 건축의 난립이 문제였을 뿐 이화동은 대대로 명당이었다.

 

▲ 60여 년 동안 짜집기로 누덕이가 된 근대건축

▲ 불법 증축의 더께를 떨어낸 후 드러난 목인헌의 온전한 구조

이 교수는 목인헌 리모델링에 들어가자마자 증축과 확장의 흔적을 털어냈다. 그렇게 세월의 덮게를 벗겨내니 목인헌의 가치가 금세 드러났다. 목인헌의 옛집은 1958년 지어질 때의 원형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버려야 할 것과 유지해야 할 것 그리고 새롭게 덧씌워야 할 것을 세심하게 분류해 나갔다.

공간의 기억은 방과 집과 마을이라는 세 요소를 통해서 축적된다. 건축은 물리적 재료보다 인간의 기억이 쌓이고 그 기억을 재생하는 매개라는 점에 가치를 두고 있는 이 교수는, 목인헌 자체의 역사를 '현재'로 재생하고, 그렇게 재생된 역사가 이화동이라는 마을의 풍경 인자(因子)로 역사 하기를 원했다. 따라서 목인헌의 미래는 옛집의 해체 과정을 거쳐야만 그려질 수 있었다. 설계도는 종이에 그려진 도면이 아니라 해체 현장 그 자체였다.

▲ 신공법으로 마감한 천정보



木과 仁과 집


60여 년간 이뤄진 확장의 흔적을 덜어내자 목인헌의 원형이 오롯이 드러났다. 2층으로 지은 목인헌 옛집은 1층 30㎡, 2층 15㎡의 규모로 6인치 벽돌로 쌓은 벽면 위에 목조 트러스트 박공지붕이 얹혀진 모양이었다. 벽을 뜯으면 막혀 있는 창이 드러났고, 집의 앞과 뒤를 잇는 통로가 나타났다. 마당을 채운 공간들이 비워지자 그제서야 이화동의 경관이 온전하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목구조는 60여 년간 비틀어지고 갈라지기를 거급하면서 제자리를 잡아, 그 자체로 목인헌의 역사를 상징했다. 이충기 교수는 그 나무를 “시간의 가치”라고 말했다. 그 가치들이 새것과 어울려 오래된 집이되 새로운 집, 새집이면서 헌집인 양면성을 갖도록 했다. 덜어낼수록 채울 것이 보였지만 그 욕망을 비껴가며 목인헌의 양면성을 지켰다.

건축가는 옛것의 보존 만큼이나그것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고심했다. 원형의 유지 그 자체가 현재의 쓰임새로 응용될 수 있도록 공사의 목록을 채워갔다. 옛집에서 나온 목재로 짠 테이블은 목인헌재생의 즐거운 가치 중의 하나다.

이화동 옛집의 택호를 '목인헌(木仁軒)'이라 지은 까닭은 이 집이 수많은 덧공사에도 든든하게 버텨준 목재의 어진 성품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목멱산과 인왕산의 너른 풍경을 품으로 끌어들이며 낙산 자락에서 서 있는 근대주택 목인헌은 나무의 재활과 함께 어제의 시간과 내일의 기억 창고로써 재가동이 시작되었다.

이화동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상업자본이 이권을 염탐하고 있다. 이화동이 재인식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그 근원은 이화동에 담긴 한 시대의 기억의 파편 때문일 것이다. 기억과 시간의 원형질 되새김을 시작한 이화동은 담백한 존재감으로 힌 시대의 과거와 미래를 다시 기록하고 있다.

비울 것과 남길 것 그리고 채움의 관계성이, 木과 仁을 머금은 목인헌의 재생건축에서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미 낙산의 계단은 낮아지고 있었다.

사진 노경

 

 

▲ 한옥의 마루와 같은 좁은 통로는 서울의 경관을 한 손에 잡을 수 있도록 이끈다.

 

▲ 옛 목구조의 목재와 현재의 목재가 한 식구처럼 어우러져 있다.

 

 

▲ 간결한 디자인이 간소한 삶을 유도한다.

 

▲ 상부의 목재와 벽돌이 현재의 것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 약 9평의 1층 공간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운치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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