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원하는 대로 조각하는 공예가 , 에른스트 갬펄 Ernst Gamperl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01-06 14: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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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물질을 온전한 조형의 아름다움으로 치환한 공예가
▲ gamperl_object in maple, translucent_dia.50cm

에른스트 갬펄. 그는 논리와 지식의 향유가 아닌 본질적 감각과 체험으로 나무를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이 시대의 상징적 나무작가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17살에 도제 가구 제작자가 되었고, 1990년 나무와 관계를 맺으며 독학으로 작업했다. 그는 살아 숨 쉬는 나무에 동양의 정적인 숨결을 더해 불멸하지 않는 자연의 결과물을 제시하고 있다. 예술 이론을 배우지 않았기에 천연성괴 단순함이 돋아날 수 있었고, 자연에 배웠기에 순수한 조형성을 가질 수 있었다.

 

▲ inventario 03 2011-8

 

그는 지난 20년 동안 목재의 건조 방식과 그것이 조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작가와 작품이 서로를 배려하고 의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give and take!’ 그것은 서로에게 대화하는 것이고 깨달음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갬펄의 고도의 기술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자연을 담는 큰 그릇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작품 소재인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오크나무는 자연에서 이탈해 미아가 된 것들이지만 그를 만나면 새롭게 재탄생한다. 숨어 있는 나무의 결이나 특성을 정확하게 읽어내어 빛을 담는 생명으로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것은 위대한 자연을 담은 것이고 불멸의 생명을 잉태하는 순간들이기도 했다. 이런 위대함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 후에 얻은 정교한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가, 그는 아무에게도 이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다.

 

▲ gamperl_object in oak_dia.60cm_height.78cm / gamperl_object in oak, lime washed, butterfly keys_dia.54-51cm_height.77cm


그는 비슷한 모양들을 깎고 또 깎는다. 때론 즉흥적이고 우발적이지만 그 속에서 깊은 디테일을 창조해내고, 다양한 구조와 윤곽들을 배치해 새로운 자연을 창조한다. 그는 건조되지 않은 나무도 쓴다. 이것은 나무의 변형 수치를 정확하게 읽은 뒤 결과물이 어떤 형태로 마감될 지를 예측한 것으로, 나무에 대한 오랜 경험과 본질적 감각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의 작품 표면은 선사시대의 빗살무늬토기를 연상하게 한다. 기하학이 본능적 감각에서 기초한 것이라면 그의 작품은 이미 수 만년의 시간들의 넘나들고 있음을 말한다. 원래 자연이 그 시간 속에 있었음을 부언하지 않더라도.  

 

▲ gamperl_objects in oak, blackened and lime washed

▲ gamperl_objects in oak, lime washed

무질서한 곡선과 불규칙한 표면들, 부자연스런 틈새와 방향성을 잃은 목결. 하지만 압축된 무게감과 나뭇결 같은 투명한 피부 조직은 모두가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갬펄은 바람에 버티지 못하거나 이미 쓰러져있는 나무를 주로 사용한다. 나무가 자연의 간섭에 쓰러져 절망하고 있을 때 갬펄과 같은 조각가를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나무가 살아 온 오랜 시간의 기억들을 모두 되살려 영원한 자연으로 빚어내기 때문이다.

 

▲ gamperl_objects in olive wood, natural rim, “driftwood”

 

건축가 루이스 칸이 ‘나무에게 뭐가 되고 싶은지’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작가가 바로 에른스트 갬펄이다. 그는 ‘나무가 되고자 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이는 경이로운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가 '2016 로에베 공예상(The Loewe Craft Prize)' 수상 작가로 선정된 것에 모두가 공감하는 데는 그의 작업과 작품이 잘 대변해주고 있다.

 

▲ 에른스트 갬펄 Ernst Gamperl

 

사진제공 : 갤러리 L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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