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아의 스웨덴 리포트...스웨덴의 엄마와 아빠

라이프 / 편집부 / 2021-04-19 14: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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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넘는 휴직 시간
자연스레 터득한 남녀 평등의식
여러 분야의 공예를 배울 수 있는 예술학교
매우 까다로운 스웨덴 건축법

 

스웨덴에 가기 위해 애용하는 항공은 핀에어(Finnair). 스톡홀름 직항이 없어 헬싱키에서 경유한다. 푸른빛의 좌석에 앉으면 알아들을 수 없는 핀란드어로 기장이 방송을 하고, 금발의 스튜어디스가 마리메꼬(Marimekko) 종이컵에 음료를 따라주며 미소 짓는다. 하지만 정말 북유럽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은 바로, 보채는 아기를 안고 통로를 서성이는 아빠들의 모습이다.

열 시간 남짓한 비행 끝에 스톡홀름에 도착하면, 다리가 긴 개들과 큰 바퀴의 자전거만큼 많이 보이는 것이 바로 유모차다. 휠체어, 케리어와 함께 유모차 또한 쉽게 오르고 내리는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유모차를 끌면 교통비마저 면제되는 이 도시에서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유모차에 실려 다니는 웃지 못 할 광경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얄궂은 탑승자에게서 눈을 떼 시선을 올리면 당연하다는 듯이 아빠의 얼굴과 마주친다. 

 


이 나라에서 부모가 된 커플, 에밀리아(Emilia Öster)와 마츠(Mats Holmberg)를 만났다. 그들은 스톡홀름 시내에서 살짝 벗어난 글로벤Globen 역의 한적하고 정갈한 동네에 살고 있었다. 수동으로 문을 여닫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선 3인 가족의 집은,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각각 다른 컬러로 칠해진 방들은 어수선한 느낌으로 정리가 되어 있었고, 침실의 붙박이장은 손수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오는 노란 부엌 한 구석, 할머니가 물려주었다는 의자에 앉아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는 동안 마츠가 미트볼을 만들기 위해 고기를 다지기 시작했다.

남녀의 평등주의

마츠는 화이트 아키텍츠(White Architects)라는 건축사무소에서 시각화 작업을 하는 37세 남성이다. 에밀리아는 실내건축을 전공하고 역시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다가 이직 중에 있는 33세 여성이다. 이들은 곱슬머리의 딸을 낳았으며, 결혼은 하지 않았고, 둘 다 육아휴직 중이었다. 스웨덴에서는 자녀를 출산하면 각자 400일, 그러니까 합치면 총 800일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어떻게 부모가 동시에 휴직 중인가 했더니, 파트타임의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아빠가 월, 화, 수요일에 출근을 하고 엄마가 목, 금요일에 출근을 하면 부모가 번갈아가며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월급의 80%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1년이 넘는 휴직일 수에 한 번 놀라고, 부모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고, 경력단절의 고민 또한 없다는 안정감에 세 번 놀랐다.

에밀리아와 마츠의 딸은 엄마의 성을 가졌다. 일단은 혼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아빠의 성을 택할 수도 있지만 굳이 신청하지 않으면 엄마의 성을 갖게 된다. 엄마의 몸으로 임신과 출산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말이 신기하기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동거를 한지 수년이 지나 아이도 낳았는데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일반적인 삶의 형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이들은 결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스웨덴에는 동거 비자가 따로 있을 정도로 결혼보다 동거가 보편적이다. 모든 스웨덴 사람들이 동일한 사고방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식을 올리고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함께 아이를 낳고 사는 게 인정되는 사회가 아님은 분명했다.


 

평등주의는 스웨덴에서 중요한 가치관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살아오신 세상은 다르죠. 페미니즘 운동 등을 통해 지금의 평등사회가 만들어진 거고, 덕분에 우리 아이도 엄마, 아빠 구별 없는 육아 안에서 자랄 수 있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터득한 평등의식 덕분일까, 오후 내내 아이를 돌보거나 저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밀리아와 마츠의 역할을 구분 짓기 어려웠다. 마치 성(gender)이란 DNA를 쏙 뺀 것처럼.

하지만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기업 문화나 각자의 상황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띄는 업종에서는 아빠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는 경우를 보기 쉽지 않다고 했다. 많이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힘써야 할 때라는 말에 감사와 비판의 목소리가 혼재되어 있었다.

밤이 늦어지고, 잠자리에 든 딸이 대화 소리에 깨어 보채기 시작했다. 마츠가 일어나 아이의 방으로 향했고, 그 틈을 타 에밀리아가 속삭였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2월 29일에는 여자가 프러포즈를 하는 유래가 있는데, 2016년에는 깜짝 이벤트를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스웨덴에서 공부하기

에밀리아와 마츠는 시에서 지정한 유치원에 다녔다. 이 동네나 저 동네나 유치원의 환경은 다를 것이 없었고, 피부와 머리카락 색깔이 다른 외국 친구들과 뒤섞여 함께 컸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정권이 변하고, 사람들의 요구도 변했다. 이제 그들은 유치원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다. 권리라는 것은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이면도 존재한다.

사립학교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경제력 있는 부모들은 자녀가 더 좋은 유치원에 가기를 바랐다. 좋은 유치원들은 스톡홀름 중심에 세워지길 바랬고, 좋은 선생님들은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길 바랬다. 외곽에 위치한 기관들은 자연스레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인종차별과 빈부격차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스웨덴 학비의 최고 매력은 무료라는 점이었다. 2010년 입학생까지는 태생의 구별 없이 무료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스웨덴 학생들에게는 외국인 친구가 생겼고, 외국인들에게는 스웨덴 교육이 주어졌다. 하지만 유능하고 능동적인 외국학생들의 발걸음이 잦아든지가 벌써 5년째다. 학교마다 장학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예전만큼 인재들이 쉽게 오가는 교육 국가로tj의 역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려되는 미래를 잠시 밀어두면, 스웨덴의 교육제도는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12년 동안 공부만 한다. 혹시 대학에 떨어질까 코피 쏟으며 밤을 새우고, 그렇게 합격한 곳에서는 적응하기 힘들어 방황하기 일쑤다. 화가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현실적인 이유를 대며 디자인을 선택하게 하니, 결국 더 먼 길을 돌아 자기 자리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스무 살을 앞둔 아이들에게 1, 2년이란 인생을 판가름하는 치열한 시간이다.

스웨덴의 예체능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 분야의 공예를 배울 수 있는 예술학교에 간다. 짧게는 1년, 때로는 더 오래 머물기도 하는데, 간혹 석사생보다 나이가 많은 학부생이 보이기도 하는 이유다. 덕분에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후회하는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에밀리아가 예술학교에서 선택한 전공은 금속공예였다.

차가울 땐 단단하고 뜨거울 땐 부드러운 금속의 극단적인 성질에 매료되었고, 과감한 것을 즐기는 자신의 성향과도 잘 맞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손으로 만드는 일에 능통하여 다방면의 재료와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이런 재능이 실내건축과 잘 맞았다. 같은 학교에서 학사와 석사까지 마친 에밀리아는 오래전부터 자율적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던, 유능한 실내건축가였다.

까다로운 스웨덴 건축법

“종종 파티에 가서, 제가 건축가라고 소개하면 부러운 눈빛을 사기도 해요. 부유하거나 화려한 직업은 아니지만, 매력적이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업종이죠.”

스웨덴의 건축은 매우 까다롭다. 70년대에 만들어진 스웨디시 스탠다드(Swedish Standards) 규칙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공 허가가 나지 않는다. 건강과 안전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 또한 제한적이다. 건물의 입구만 디자인하는 데도 많은 규제가 따라온다. 기준에 따라 높이와 너비, 재료와 컬러 등을 맞추고 나면 장애인 및 화재를 위한 시설도 갖춰야 한다.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하기가 어렵지만, 수많은 제약 안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야말로 진정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요즘 기업들이 특히 집중하는 부분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라고 한다. 초기 예산을 더 투자하더라도 공간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규율이 까다롭다보니 특이한 건축물은 없지만,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하고 오랫동안 유행타지 않는 건물들이 조화롭게 도시를 이룬다.

 



스웨덴 디자인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그들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국가별로 구분하여 정의 내리지 않았다. 환경도 역사도 가치관도 비슷한 나라들의 디자인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정직함’이라며, 간단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어 중에 '척하지 않는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들려주었는데, 그런 단어가 따로 존재할 정도라니, 그야말로 정직함이 이 민족에게 얼마나 중요한 개념인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공예 중심이던 삶이 점점 산업화되고 있다. 스웨터를 뜨기 위해 구매하는 털실 값이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스웨터보다 비싸졌다는 말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사회가 정해놓은 패턴에 맞추지 않고 삶의 구석구석을 직접 만들어간다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가치관은 작은 가정집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렸을 때부터 사용하던 담요, 친구가 만들어준 가구를 새 집에 들이고, 옷장의 선반을 하나하나 직접 짰다. 이케아(Ikea)의 플라스틱 의자도 쓰지만 Kvadrat의 고품질 커튼 또한 달고 사는, 고집부리지 않고 정직한 인테리어에 마음이 갔다. 결혼과 동시에 혼수를 한꺼번에 장만하고, 모든 가구의 위치가 이미 정해져 있는 한국의 아파트와 비교하니, 우리 삶의 틀이 조금은 해이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 룬아(스페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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