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시대...하이테크(high-tech) 대신 하이터치(high-touch)

라이프 / 편집부 / 2021-07-26 12: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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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인간의 다양한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공간은 물질과 정보 흐름의 토대가 되는 보편적 자원이다.
공간은 기하학적이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다.
공간은 물질적이나 권력과 가치를 내포한다.
공간은 비가시적이나 실체로서 존재한다.
▲ 캐나다 환경조각가 '브랜드 콤보' 작품. 캐나다 원주민의 마을에ㅓ 자연 도태된 나무를 수거해 작업했다.

 

우리는 인간과 공간 그리고 사물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 하길 요구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상호간 접속과 관계를 단지 기술로만 대체할 수 없다. 기술의 효용성을 전제로 인간의 새로운 감각체계를 통한 감성적이고 인터렉티브한 공간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감각 체계란 인간의 오감 외에 다른 새로운 감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사물을 인식하는 데 주로 강조되었던 시지각(視知覺) 외에 청각, 촉각, 후각 등의 공감각 지각을 말한다.

감성에 호소하는 공감각 디자인

인간의 오감은 시각, 청각, 촉각의 ‘심리적인 감각기관’과 미각, 후각의 ‘화학적 감각 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제각기 독립된 감각으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색, 빛, 소리, 맛, 향기 등이 감관(感官)을 자극할 때에 각 감관이 상호 연관되어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공감각(共感覺)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감각체계는 특정한 감각으로만 공간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감각이 서로 상호 교통하는 개념의 공감각과 운동, 근육 등의 체성 감각인 촉각적 체계도 포함한다. 그리고 이렇게 오감을 충분히 사용해 인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을 감각적 공간이라 한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 현대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이다. 이미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디자인 경향은 공간, 제품은 물론 여러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하게 실현하고 있으며 인테리어 공간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요소로 경제나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일상의 다양하고 작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기계가 아닌 인간에 더욱 주목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그림 1 로지에 원두막

그림 1의 그림은 로지에의 원시 주거이다. 로지에는 원시 주거의 기원을 지극히 합리적인 환원에 의하여 추론했다. 이는 인류 최초의 주거 모습을 은유한다. 나무에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원시 주거의 모습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유전자 깊은 곳에는 자연으로의 회귀 본능이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에서 얻은 모티브를 보거나 자연적인 재료를 마주할 때 어딘지 모를 안도감과 포근함을 느낀다.

최근 인테리어의 동향을 살펴보면 치유의 공간, 자연 친화적 공간 등이 눈에 띈다. ‘일상에서 내추럴리즘을 손쉽게 즐기는 것’이라는 개념의 ‘어비우스 웰빙(Obvious Well-being)’은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단연 돋보이는 키워드다. 식물, 흙,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품들은 모두 어비우스 웰빙 지수를 높이는 아이템들이다.

그간의 인테리어 트렌드를 정리해 보면 미래지향적인 FUTURE, 클래식한 GRAND, 발랄하고 대담한 FREE STYLE, 문화와 전통적 스타일의 MEMORY, 내츄럴한 소재의 ECOLOGIC 이었다. 주목할 만한 공통점은 기계주의, 모더니즘을 넘어선 자연주의, 디지털시대의 감성과 감각의 공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감각 공간을 위한 최선의 소재, 나무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자연적인 소재는 당연히 나무(Wood)다. 나무는 인간의 감각 중 시각과 촉각은 물론 후각까지도 충족시키는 매우 감각적인 재료다. 하이 테크놀로지와 디지털 기계들로 넘쳐나는 요즈음, 오히려 소비자들은 나무를 찾으며 자연적인 것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 레지던스 호텔 페르골라

 

▲ 나무로 마감한 유림목재 화장실 내부

20세기의 대표적인 가구 디자인의 거장, 조지 나카시마 George Nakashima는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심으로 자신을 겸허히 낮추며 나무의 영혼에 귀 기울였다. 시간의 흐름에 의해 자연스레 생기는 흔적을 소중히 생각한 그는 나무가 가진 고유의 결과 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자연의 섭리를 담은 디자인의 극치로 평가된다. 당분간은 자연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관심이 지속될 것 같다.
 
▲ 목가구 거장, 조지 나카시마의 코노이드벤치


나무의 조형미가 뛰어난 조지 나카시마 뿐만 아니라 목수 이정섭의 나무 벤치, 디자이너 최병훈의 화강암과 목재의 조화로 탄생한 의자도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사랑한 디자이너들의 철학이 담긴 작품들이다. 이들의 작품 대부분은 나무 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연을 모티브로 삼았다. 모두 나무의 따뜻함 질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뛰어난 디자인으로 완성되어 모던한 공간에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는 특징을 보인다.

필자도 몇 해 전에 딱딱하고 비인간적인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변화를 주기위해서 교실이라는 공간에 자연 디자인을 연출하면서 자작나무를 사용했던 적이 있다. 이러한 교실 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학부형들에게도 좋았다. 그동안 시멘트바닥의 차가운 공간에서 갇혀 있던 학생들의 감수성과 창의성을 다시 깨우고 싶었고 이러한 의도를 위해 가장 적합한 재료는 바로 나무였던 것이다.



▲(위) 영락중학교 영어교실>, (아래) 미양중학교 영어교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의 이러한 자연친화적인 경향은 자연생태계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이 디자인 행위로 온전하게 공존해야 함을 드러낸다. 나무를 활용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그동안 기술적, 사고적인 한계로 인해 정체되어 왔던 현대 사회에 인간 중심적 공간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필자는 앞으로 나무와 인테리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이에 이번 이야기는 서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단 공간에 대한 현재 인테리어 디자인의 트렌드와 키워드를 알아보았으니 다음 회에선 좀 더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겠다.

글 : 박 희 령  

 

박희령은 독일 Karlsruhe 공과대학교에서 학사(Vordiplom), 석사(Diplom)를 취득하였다. 건축가 김원의 <광장>에 입사하여 2002년 초까지 근무했다. 건축사무소 ‘m. a. r. u. + a2’의 파트너 건축가로 건축설계와 실내설계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김억 교수 지도하에 ‘유기체론 감각론 적용을 통한 유비쿼터스 공간 디자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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