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여 년간 대한민국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담당한 고도 종로는 경복궁, 창덕궁 등을 비롯한 궁궐은 물론이고 민간에서 사용하던 전통 한옥이 잘 보존된 곳이다.
종로구의 도시 창조, 다시 한옥으로
하지만 이곳도 서구의 생활양식 유입을 피할 수 없었고, 전통 보존에 대한 의식 없이 무분별한 개발이 자행되던 시기에 수많은 한옥이 그 자취를 감췄다. 폭풍 같았던 시기가 지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사람들은 ‘전통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종로구는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자 ‘한옥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자생적으로 한옥이 많이 남아 있던 북촌의 한옥 보존을 지원하고 공공건축물을 신축할 때 한옥 신축의 적합성을 고려했다. 그렇게 처음 신축된 공공 건축물이 ‘청운문학도서관’이다. 혜화동 청사의 경우 기존의 한옥을 매입해 동 청사로 사용한 것이고, 도담도담한옥도서관 역시 음식점으로 사용하던 한옥을 매입해 확장 리모델링을 통해 도서관으로 활용한 것이다. 전통문화공간인 무계원은 한옥을 이축한 경우에 속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요정이자 한옥 자체의 가치도 지니고 있던 오진암 자리에 호텔이 들어서게 됐고, 개인의 재산이라 한옥의 보존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종로구는 오진암을 해체해 부암동에 본체를 이축하고 부속 건물을 신축해 무계원을 지어 한옥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했다.
창의력의 산실, 청운문학도서관

최초로 신축된 한옥 공공건축물인 청운문학도서관에 주목하면 종로구의 공공건축물 한옥 입히기 프로젝트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청운공원과 인왕산, 서울 성곽이 어우러진, 자연 환경이 좋은 곳에 자리한다.
그곳에 도서관 신축을 고려하던 중 전통성을 살린 한옥으로 지어도 주변 환경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겠다고 판단했고, 최대한 자연 환경에 순응하는 설계를 고민했다. 우리 선조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한옥은 주거의 개념이기보다는 선경에 어울려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고민의 결과 북측이 높고 남측으로 경사진 지형 특성을 활용해 2개 층으로 된 도서관이 그려졌다. 지하층은 남측 전면이 열려 자연광이 유입되는 밝은 도서관이, 상부 지상층은 작은 규모의 전통 한옥이 됐다. 이때 전통 한옥의 기준은 개량이 비교적 크지 않았던 조선 후기에 두고 형태, 구조, 재료 측면을 고려했다.

외부 안마당과 연계된 개방 공간인 대청마루, 남측으로 열린 조망을 고려한 누마루, 걸터앉을 수 있는 툇마루 등 옥외공간과 경계선상에 있는 마루공간이 전통 한옥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 도서 보관이나 비용 문제 등 한옥만으로는 도서관의 기능을 수용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 도서관의 서고와 북카페 등이 위치할 지하층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계획했다. 이는 지상에 위치한 한옥의 튼튼한 기반 시설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옥 공간은 일종의 열람실이다. 지하에서 빌린 책을 자연을 벗 삼아 읽을 수 있고, 구획이 나뉘어 있어 세미나, 시 낭송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공원에 위치하다 보니 산책하는 사람들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쉬었다 가는 공간이 돼 주기도 한다.

공공시설이다 보니 규모가 제법 커, 재료로는 보통 한옥에 사용하는 국내산 소나무 대신 미송으로 불리는 더글러스소나무를 사용했다. 수량이 풍부하지 않은 국내산 소나무는 문화재 보수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술면에서는 전통 방식을 유지하려 애썼다. 짜맞춤 기법을 사용했으며, 기계가 아닌 전통 수작업으로 제작한 기와를 사용했다.
기존 한옥이 서양식으로 개량된 건, 산업화를 거치며 생활 방식 자체가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전통 한옥에 불편을 느껴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종로구에서 한옥을 보존하려는 것은, 문화가 발전하려면 원 기술에 대한 정의와 실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옥의 공간 구성을 읽으면 과거 한옥을 짓고 살았던 시대의 생활상과 문화상을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옥의 많은 대청마루를 보고 과거엔 가내 수공업이 발달했음을 읽어내는 식이다. 전통은 현재에 영감과 창의성을 준다. 한옥 역시 현대 건축에 새로운 모티프가 돼 줄 것이다.
건축주 : 종로구청
시공자 : ㈜서택건설
설계자 : ㈜사람과문화건축사무소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