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구, 특별한 자연의 일상으로

편집부 / 기사승인 : 2022-04-25 00: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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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담아 실제로 사용되는 목가구의 가치

▲ 하늘 바람 Wind of the sky / 1500×520×720mm/ 단풍, 레드오크, 가링, 월넛, 흑단


생활 속에서의 자연 조형물


흙을 밟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현대인들에게 목가구는 자연을 실내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고 동시에 조형물을 통한 문화적 감성을 충족시켜 주면서 점점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가구가 없는 우리의 일상생활은 생각할 수 없다.

생활의 편리함을 위한 가구의 원초적인 기능을 넘어 우리는 가구에게서 정서적인 휴식을 원한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극심한 경쟁과 변화에 시달려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집은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는 재생의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을 채우는 가구는 단순히 무언가를 보관하고 담는 기능에서부터 사람의 몸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기능까지 다양하게 가지며 인간의 에너지 재생을 돕는다.

가구는 그 기능의 특성상 일상생활속의 여러 가지 도구 중에서 가장 인체와의 접촉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나무를 주재료로 하는 가구는 이러한 고유의 기능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조형미를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실내공간에서 자연물을 직접 접하면서 얻을 수 있는 화학적 또는 정서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이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목가구의 가치이다.

한 번 인연이 대물림으로

 

▲ 19세기에 물푸레나무로 제작된 머릿장이다. 몇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었지만 현재의 생활공간에도 어울릴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옷이나 가전제품은 잘 골라서 사면 짧게는 한 계절에서 길게는 수 년 간 우리를 흡족케 한다. 게다가 맘에 안 들면 남에게 주거나 심지어 내다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목가구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몇 십 년을 넘어서 평생을 함께 하거나 또는 다음 세대에 대물림되기도 한다. 현재 필자가 이 칼럼을 써나가고 있는 책상 역시 자그마치 25년째 필자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부모님께서 학생시절 구입해 주신 건데 필자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 못지않게 애지중지 아끼며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다.


이처럼 가구는 한번 집안에 들여놓으면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며 개인의 행동양식뿐만 아니라 집안 생활의 분위기, 이미지, 가족의 정체성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구조의 가구나 어울리지 않는 가구의 선택은 조화로운 실내 환경의 분위기를 깨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에 쏙 드는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가구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목가구의 매력을 새삼 깨달아가고 있는 반면 디자인은 점점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하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난 뒤의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워 계속 가구디자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필자가 디자인한 가구들은 장인의 개인공방에서 전통적인 제작방식에 좀 더 발달된 기계의 힘과 정성들인 수공예적인 생산방법이 가미되어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동안 디자인한 작품들은 각각 난이도가 다른 여러 가지 디자인을 개발해서 제작은 각 부문별 우수한 제작자에게 맡김으로써 디자인의 폭을 넓히고자 해왔다. 각 공방별로 서로 다른 특성과 자신 있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통상 가구디자이너들은 디자인할 때 마다 또는 상황에 따라 전문성 있는 특정 공방이나 장인을 선택하게 된다.



목가구는 제작과정 중 실수를 한 경우 복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초기디자인부터 제작이 완료되기 전까지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공방과 협업하는 필자의 경우는 주재료인 나무부터 새로 구입해야 되기 때문에 항상 매 작품마다 공을 들여 디자인을 해왔다. 이렇듯 작품에 적합한 각 분야의 전문적인 장인들을 통하여 이상적인 협업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스스로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감의 매력

두툼한 스케치북 두 권을 채워가며 아이디어 스케치를 해도 맘에 드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아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의외로 결과물이 맘에 들어 세상을 다 손에 쥔 것처럼 기뻐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까맣게 잊은 채 또 다시 새로운 디자인에 몰입하는 과정을 반복해가며 필자는 목가구 디자인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인내로 버텨왔다.

아직도 이 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전시장에서 새로 제작한 가구를 선보일 때 마다 필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가 작품을 보고 이해하고 또한 공들여 숨겨놓은 가구의 작은 아름다움도 찾아내며 진정으로 공감하고 동조해 주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 가구디자인의 또 다른 매력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누구에게나 친근한 나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가구를 창조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그리고 감상하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거의 결과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대량생산가구와는 다른 목조형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은 마치 마지막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 드라마틱하다. 그러다보니 그 과정에서는 장르를 초월한 갖가지 에피소드가 생겨난다.

목조형가구는 그 주재료인 나무 고유의 특성상 디자인과정뿐만 아니라 제작과정상의 첫 단계인 재료선택에서부터 완성단계까지 일련의 행위에 대한 배경설명 없이는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왜 그 나무를 선택했는지, 왜 그러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고 왜 그 방법으로 제작해야만 했는지 또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등의 이야기뿐 만 아니라 도면과 다르게 제작되어야 했던 가구의 반전이 있는 속사정 등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디자인 과정 중 오크가 메이플로, 곡선이 직선으로, 최초의 도면에는 분명히 있던 상감문양의 실종 등등…. 그것은 재료공급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켜낸 나뭇결과 디자인이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변덕쟁이 디자이너의 마지막 순간의 변심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하나, 둘씩 차근차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가려 한다. 물론 이 이야기의 여정에는 목조형가구 뿐만 대량생산가구 그리고 전통가구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될 것이다. 사실 필자는 목가구가 그 중요성에 비해 현재 그 가치를 아직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가구전공자들 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아쉬움이 늘 있어왔다.

이를 위해 필자가 목가구를 공부하고 가르치고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얻은 가구디자인에 관한 지식과 그 과정에 얽힌 에피소드를 함께 전달하고자 한다. 목가구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면 세월의 흔적으로 자연스럽게 생긴 흠집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앞으로 이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이 더욱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사진 정은미

정은미 상명대학교 공예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한 후 이탈리아 밀라노 DOMUS ACADEMY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1995년 한국으로 돌아와서 신일 스킨스 공업주식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동시에 대학교 강의도 시작하였다. 세 번의 개인전을 가지는 동안에 작품 활동을 해온 이제까지의 여정과 에피소드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은 〈목조형가구 여행기〉를 2010년에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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