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테리어] 삶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느슨한 공간

공간 / 허재희 기자 / 2020-07-01 23: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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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필요한 이유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함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들을 놓을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이웃과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한 주택

 

지난겨울, 건축가 부부는 신중하게 자신의 집에 함께 살고자 하는 것들을 선택했다. 까다로운 집주인 행세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단지 그녀와 그녀의 남편 컬런의 성향과 잘 맞아야 함께 더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주의 주도 오스틴 남쪽에 있는 그린벨트에 세워진 650㎡ 크기의 집을 탐내는 이들은 집주인 부부에게 각자의 매력을 어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부의 마음을 사 입주하게 된 이들은 두 마리의 개 애니와 헨리, 고양이 애바, 두 마리의 공작 스위트피와 피포드, 거북이 테디, 여덟 마리의 닭과 네 마리의 뿔닭이었다. 아직 미련이 남은 코요테나 방울뱀이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기도 한다. 

 

▲ 수집한 가구나 사물로 채운 자연미 가득한 거실

 

▲ 기존의 스프러스 목재 트러스를 잘라내 아치 천장 공간을 연출했다.

 

 

▲ 2층 박공 지붕 아래 설치한 작은방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윌슨은 오스틴의 유명 건축인테리어 회사인 Dick Clark+Associates에서 올해 독립해 Waxwing Design Studio를 설립했다.

이 집은 독립한 후 진행한 그녀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면서 부부의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집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텍사스는 빠르게 발전한 도시 중 하나인데, 부부는 좀 더 자연친화적이고 소박한 삶을 살기 원했다. 그래서 신혼 때 구매했던 그린벨트 위의 창고를 개조해 사려 깊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윌슨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제한된 것들은 그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고, 섬세하고 단순한 그녀의 디자인적 특징은 이 집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래된 천장의 타일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 수집한 사물에서 주인의 취향을 느낄 수 있다.


기존 소나무 트러스 구조는 유지하되 거실의 중앙 트러스를 잘라내 아치의 느낌을 냈다. 또 석고보드 대신 고형단열재 보드를 트러스 사이에 설치해 집 전체의 보온을 높였다. 콘크리트 슬래브로 된 바닥은 개조를 고려하지 않고 보수가 필요한 부분만 손을 봤다. 콘크리트 슬래브만큼 청소에 최적화된 재료도 없기 때문이다.

윌슨의 어린 시절 기억엔 항상 나무가 있었다. 그녀가 자란 미국 북동부 메인 주는 무척 춥고 늘 눈이 내렸다. 기둥-보 구조로 지어진 집 주변을 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는데, 창밖으로 본 흰 눈과 어두운 나무의 색이 대비되는 장면은 환상적이면서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곤 했다. 그래서 되도록 나무를 많이 사용하려 신경 썼다.  

 

▲ 사용하던 문짝을 옮겨와 활용했다.


스프러스 탄화목을 사용한 아일랜드 부엌은 전체적으로 흰 부엌과 두드러지는 대비를 이룬다. 침실 겸 다락 공간에 놓인 침대의 프레임과 헤드보드에는 사이드 테이블을 만들고 남은 월넛 베니어 합판을 사용했고, 화장실 세면대에는 월넛 우드슬랩을 활용해 분위기를 더했다.

집의 외부도 내부만큼이나 매력적인 공간인데, 전체적인 공간은 중세 시대 산지에 있는 피난처같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부부는 문 앞에 놓인 나무 데크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사람들을 초대해 저녁을 즐기기도 한다.


▲ 화장실 세면대에는 월넛 우드슬랩을 활용했다.

▲ 방치된 욕조는 손질 중이다.

 

방치된 듯 보이는 샤워기와 욕조는 아직 작업 중이다. 멕시코 시멘트 기와를 한 면에 설치하고 포도를 재배해 포도 넝쿨의 녹색빛으로 물들게 할 예정이다. 그녀는 이곳이 완성되면 별을 보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생각에 조금 들떠 있다.

앞으로 그녀는 조금 더 단순하고 덜 소유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집이 필요한 것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의미 있는 것들을 놓을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항상 집의 문과 창문을 열어 두고 집 밖의 공간에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과 교감하려 한다. 이 집은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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