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e8의 실험실, 소재의 가능성에서 사물의 가치를 끌어내다

디자인 / 전미희 기자 / 2020-12-15 2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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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특징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의자
다양한 소재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다

 

 

▲ Mov. 스툴

 

이 시대의 공예는 과학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재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가와 디자이너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불현 듯 든다. 실험정신이 가득한 작품들은 형태뿐만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하나의 과학실험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디자인 스튜디오 80e8에서 내놓은 제품들 또한 그렇다.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잡는 이들의 제품은 여러 소재와 작업방식 아래 제작됐다. 감탄 다음에는 과연 이 가구가 쓰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잇따른다. 그 궁금증에 80e8은 얘기한다. 자신들은 세상에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든다고.
 

 



사람과 사물 사이의 대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 수천 만 명의 사람들은 성격도, 체형도 모두 다름에도 제품은 같은 모습, 같은 크기로 생산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데 대다수의 가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두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80e8은 이와 같은 제품의 기성화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사람과 사물의 관계에 대해, 맞춤 제작이 아님에도 자신들의 제품이 서로 다른 개인들의 신체와 성향을 만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구한다.

이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사물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나아갔고, 이는 스프링이 달린 의자로 구현됐다. 은 좌판에 스프링이 장착되어 있어 누군가 이 위에 앉으면 신체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낸다.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반응하는 만큼 저마다 의자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때 사람과 의자 사이에는 강한 관계가 형성된다.

 

 

▲ 메두사 램프

 

 

<메두사 램프>의 경우 사용자가 마음대로 램프의 머리를 조종할 수 있고, 전구의 위치도 바꿀 수 있다. 한 사람의 특성에 맞출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사람과 사물 사이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생성된다. 이를 통해 사물은 인간에게 최적화되어 편리함을 제공하고, 그에게 꼭 필요한 물건으로 발전된다.

이처럼 80e8이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관계다. 수많은 사물들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존재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지금 세상에는 쓰이지 않은 채 방치되는 물건과 대체물이 있음에도 끊임없이 생산되는 물건 등이 도처에 널려있다. 과잉생산 시대에서 디자이너의 고민은 깊어지고 시도는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80e8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 쓰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내놓아야 한다며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따라서 이들은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이 있으며, 사용자의 생활에 깊숙이 연결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디자이너는 세상을 좀 더 개성 있는 가능성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능성은 충분히 널려 있어요. 그걸 우리가 찾아내고, 또 세상에 필요한 유형의 사물로 구현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죠.” 

 

 

 

 

 

 

 

 

다양한 소재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다


80e8은 안토니아 알메이다(Antonia Almeida)와 파비오 에스티브(Fabio Esteves), 두 친구가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영역에 어떠한 선도 그어 두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 가구와 조명, 제품은 물론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작업하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 하는 만큼 작업 방식 또한 도전의 연속이다. 

 

자신들의 작업실이 일종의 연구실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로 80e8은 언제나 독특함으로 무장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두 사람은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젓가락 시리즈(Palitos series)는 80e8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제품 중 하나다. 의자와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리즈는 수만 개의 이쑤시개를 사용해 만들었다. 젓가락 의자는 3천5백 개의 이쑤시개와 충전제로, 테이블은 2만 개의 이쑤시개와 레진, 충전제로 이뤄져 있다. 젓가락 의자의 경우 이쑤시개는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이어지며 단단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테이블의 설계 방식은 의자와 비슷하지만 이쑤시개를 덮기 위해 레진을 커버로 사용했고, 의자와 달리 테이블에 쓰인 이쑤시개는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물론 이 두 가구 모두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의자는 사람의 무게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고정되어 있으며, 테이블 위에는 물건을 올려두어도 끄떡없다. 손으로 쉽게 부러뜨릴 수 있는 이쑤시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쓰임새를 부여한 것이다.

 

 

 

 

 


“우리는 최대한 소재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발현하려고 해요. 모든 소재는 고귀하고, 그만의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관심거리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과정을 통해 소재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소재에 대한 연구와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품에 도입하는 도전정신 때문일까. 80e8의 작업에서는 하나의 재료만으로 이뤄진 제품이 거의 없다. 나무와 철, 황동, 코르크, 레진,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품을 완성한다. 

 

소재가 많아질수록 이를 다루는 방식도 늘어나지만, 하나의 소재에서 구현하기 힘든 것을 다른 것을 통해 보완할 수 있고, 소재간의 만남을 통해 신선한 조합을 이뤄낼 수도 있기 때문에 작품에 다양성을 구축할 수도 있다.

 

 

▲ 안토니아 알메이다(Antonia Almeida)와 파비오 에스티브(Fabio Esteves)

 

 

80e8은 알루미늄 공정을 새로 개발하고 제품화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지켜봐달라는 말을 전해왔다. 소재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80e8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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