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목가구 1세대 목수 이무규...절제되고 우직한 고급가구 제작

공예 / 전상희 기자 / 2021-11-07 21: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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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각으로 이뤄진 목가구
장미목, 티크 등 고급목재로 작업

 

 

외모만으로도 그는 목수였다. 크고 곧은 체격에서부터 차분하면서 흔들림 없는 음성은 나무를 떠올리게 했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심하게 감기를 앓고 있으면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야기를 건네는 배려 역시도 나무를 닮았다.

주로 남태평양에서 나는 장미목이나 흑단, 티크 등의 고급 목재를 다루는 그는 특히 장미목을 사랑한다. 생나무 작업 때 그윽하게 풍기는 장미향도 매력적이고 내구성은 뛰어나면서도 다루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장미목과 티크로만 작업을 시작해서 고급목재를 사용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모던하면서도 감성적인 작품을 보면 그 디자인을 잘 살려주는 장미목과 그의 만남은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구 디자인의 형태는 거의 직각으로 이루어져 


 

 

 


모던하고 심플하면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이 오차 없이, 그러나 여운을 주면서 조심스레 놓여 있기에 그의 가구는 인기가 많다. “원래 기교가 많은 걸 싫어하고 스스로 만드는 것들은 작품이 아니라 가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박하면서 편하게 쓰는 디자인을 추구할 뿐이에요. 그래도 처음에는 둥그런 선을 활용해 가구를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서양화가 최선호와 같이 작업하면서 독일 바우하우스의 관련 책자들을 보게 됐는데 디자인이 거의 직각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죠.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그 때 이후로, 그러니까 직선으로만 디자인을 한 지는 10~11년 정도 됐네요.”

목수 인생의 절반은 이렇게 직선적인 아름다움으로 탁자, 장, 침대 등을 만들어왔다. 큼직큼직한 것들만 만들다보니 요즘에는 소품 종류에 손이 간다. 접시나 포크, 트레이 같은 것들 역시도 크기만 작아졌을 뿐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주로 사용하는 나무가 고급목이다 보니 가구를 만들다 남은 나무들이 아까워 만들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그는 멋쩍은 듯 말했다.

티크와 장미목으로 만든 접시나 포크라니. 디자인과 달리 소재가 주는 고급스러움은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장미목과 티크 등이 고급목이 된 것은 그 동안 사람들이 여러 나무를 가지고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오면서 그 나무들의 좋은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다른 나무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좋아요. 모든 면에서. 그래서 자연히 고급목을 찾아 쓰게 된 거죠.”

 

 

 

 


새로우면서 익숙하다는 아이러니한 매력

그는 원래 목수가 아니었다. 출판업과 무역업을 했었다. 하지만 사업이 어려워졌고 낙담한 마음에 지리산으로 들어갔었다. 절도 아니고 선방도 아닌 암자에서 스님과 함께 지내며 그들이 자신들이 사용할 가구나 누울 자리 등을 직접 만드는 것을 보고 어깨 너머로 배우기 시작했다. 사업 실패로 모든 게 끝나보였던 삶이었는데 내가 내 손으로 뚝딱뚝딱 만드는 대로 무언가가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고 힘을 얻었다. 그리고 목수가 되어 이 일을 하며 남은 평생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그의 목수 인생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시작됐다. 무용을 전공한 아내가 부산에 있는 대학의 교수가 되면서 서울 생활을 접고 다 같이 부산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21년 전에. 사실 익숙함이라는 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겨우 1년 살았던 동네를 떠날 때에도 서운한 법이다. 그런데 평생을 살았던 곳을 떠나야 했다. 일도, 삶도, 가족도, 친구도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야 했다. 어렵고 힘들진 않았을까?

 

 

 

 

“이상하게 참 편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해 불안하기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익숙했다고나 할까요. 새로운 지역, 새로운 직업이라는 감각 없이 늘 지내던 곳, 늘 하던 일이라고 생각했죠. 참 신기하게도 말이에요(웃음).” 다행히 적어도 목공 일에서는 적응이 빨랐다. 산에서 옛날 방식으로 혼자 배우다시피 했기 때문에 주로 전통적인 도구인 끌을 많이 사용한다. 그래도 남들보다 거의 세 배나 빠른 손 덕분에 많이 만들어보면서 스스로의 스타일을 찾아온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그는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중앙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해 대를 잇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소아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를 가려고 했던 아들이었다. 다른 부모 같으면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할 일이었는데 그는 조심스레 디자인을 해보라고 권했다. 물려줄 유산 같은 것은 없고 내가 평생 해오면서 쌓아온 능력을 언젠가 아들이 써먹을 수 있도록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평생을 아버지가 만들어온 작품들을 보며 감각을 키웠기 때문인지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에도 잘 적응해 가구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아들이 작업장에 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금세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진다. 너무 힘든 길이라 목수는 시키지 않을 거라고 단호히 말한 그였지만 그래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무규 작가가 언젠가 아들과 함께 작업한 가구를 또 역시 다양한 예술과 함께 선보일 것이 예정이다. 그 때에도 여전히 그는 곧고 묵묵한 나무를 닮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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