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을 따라 자전하는 집, <커버하우스>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01-05 20: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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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하우스'는 대지의 축을 재구성한 건축
사변의 간섭을 막아내기 위해 중심을 이동
곡선의 온화함이 직선의 강직을 이끄는 집

 

▲ 대지의 중심선을 이동해  지은 커버하우스는 건축의 효율과 조형을 곡선으로 가다듬은 각별한 집이다.

 

집은 어둠의 자연으로부터 생명을 보존하면서 삶의 안위가 거주하는 깊은 동굴과 같은 공간이다. 그 동굴을 짓는 건축의 기본 요소는 점・선・면이며 이것을 입체화 시키는 기축은 직선과 곡선의 가로지름이다.

조형은 질료의 구체적이며 실존적인 형태이다. 하지만 건축 조형은 땅의 지력과 일상의 동적 에너지가 동반되어야 가능한 조형이다. 건축에 있어 곡선 공간은 사물의 배치와 동선의 효율성을 상실하고 비정형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희 건축가의 설계한 ‘커버하우스’는 집에 있어 남쪽의 기운을 수용해야 한다는 절대 기준을 완결하기 위해 곡선을 수용했다. 다시 말해 대지의 불균형을 균형과 조화로 유도하기 위해 설정된 곡선의 매스 조형이다.  

 

▲ 동쪽에서 바라본 커브하우스. 중심축이 남쪽으로 살짝 돌아 서 있다. 

 

▲ 북쪽 에서 바라 본전경. 필로티로 건축의 힘을 더해주고 있다.

 

동서로 길게 뻗은 도로의 중앙에 위치한 ‘커버하우스’는 애초에 대지의 축을 따라 집을 배치하면 최소한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일견, 질서정연한 순응적 건축이 된다. 먼저 지어진 이웃의 집들은 그런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김동희 건축가는 대지의 좌우를 관통하는 도로의 자동차의 불빛과 소음을 최소화하면서 동남쪽을 정면으로 마주한 대지 위에 건물의 중심축을 살짝 비틀어 집의 중심을 남쪽으로 돌렸다. 문제는 이러한 배치는 대지와 건축의 중심이 어긋나는, 기묘한 건축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기묘한 건축을 정상적 조형으로 되돌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곡선은 직선의 정직한 힘을 누그러뜨리면서 오히려 직선 그 이상의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집과 대지의 합(合)을 이룬 역설적 건축을 이뤄냈다.

 

▲ 거실에서 올려다 본 천장. 갤러리 공간을 연상하게 한다.

 

▲ 앞뒤로 본 거실 풍경. 탁 트인 공간 구성과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 1층 거실 공간

 

▲ 1층 주방 공간

 

집을 들어서면서 마주하는 사선으로 빗겨난 집의 낯설음은 필로티의 내부가 흡수해 현관문가지 안전하게 안내한다. 통로를 지나 거실에 이르면 다락층까지 트인 보이드와 마주한다. 이는 도서관이나 갤러리와 같은 건축의 양식을 느끼게 하는, 어쩌면 가족의 공공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집에서의 공공성은 가족이 함께 하는 주방과 소통의 공간으로 가족 각자의 은밀한 공간인 방으로 향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머물러야 하는 자리이다. ‘커버하우스’의 1층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중앙의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2층은 1층 초입에선 느낀 갤러리 공간의 감흥을 이어가기 위해 작은 간유리를 보석처럼 벽면을 장식하는 디테일 또한 놓치지 않았다. 복도의 곡선 난간의 유려한 흐름은 이 집의 구성원들에게 차분한 동선을 제공해 자기 방에 이르기까지 여백과 여유로움을 가지게 한다.

 

▲ 작은 유리 창은 갤러리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 곡선이 이루는 입체 내부가 고급스러운 2층 로비

 

▲ 커브를 이루는 2층 복도. 곡선의 유려함과 안정된 흐름이 특색이다.

 

▲ 2층 안방. 

 

▲ 다락 공간. 아늑한 조명과 효율적 용도가 특색이다. (kddh 사진)

 

다락은 가장 안정된 도형인 정삼각형 공간을 재배치함으로써 그저 창고에 머물뻔한 짜투리 공간이 아닌 가성비 높은 또 하나의 실용 공간으로 되살렸다.

‘커버하우스’의 외형 곡선은 단순한 장식적 기호가 아니라 땅의 기운을 수용하면서 그 기운을 내부의 미적 조형성으로 연결되면서 안과 밖이 유선으로 일체화되는, 그래서 합리적이면서 아름다움 상징하는 건축으로 안착했다.

미니멀니즘은 축소와 축약가 아닌 얼마만큼의 여백을 획득하는가에 있다면, ‘커버하우스’는 그것을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다. 간결한 커버 건축이 풍요와 실용의 건축으로 진화하는 몫은 오로지 이 집에 사는 가족들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 정남향에서 바라본 광경. 곡선과 직선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건축의 입체감이 돋보인다.

 

▲ 서쪽 도로에서 본 광경. 도로의 소름과 불빛을 차단하기 위해 집의 등 역할을 한다.

 

▲ 단아한 마당의 정취가 집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집 건축은 모든 것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을 위한 터를 제공하는 최소의 행위이자 사물이다. ‘커버하우스’는 개성과 안정, 유연과 견실함을 세웠고 이 집의 거주자에게 여지를 남겨두는 여유의 건축이기도 하다.

외부 담장에서 단절된 왼쪽 구석에 작은 창고가 마침표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커버하우스’ 건축의 완성도를 측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쪽 태양의 온전한 기운이 마당을 지나 거실과 방의 후미진 곳까지 가득하다. 


건축사진
이한울, 자료제공 kddh건축사사무소 

 

 

 

건축개요
건축설계 : 김동희(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대지위치 : 세종특별자치시 고운북7길 32
주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360.00㎡
건축면적 : 116.97㎡
연면적 : 175.09㎡
건폐율 : 32.492%
용적률 : 48.636%
건축규모 : 지상 2층
건축구조 : 철근 콘크리트
외부마감재 : 외단열시스템 STO
내부마감재 : 페인트, 벽지, 타일

김동희 건축가 <바바렐라하우스>, <주향재>, <홍천노일강 펜션>, <무주펜션 다다>, <인천 북카페하우스>, <니나노카페하우스>, <춘천로81카페> 등의 다양한 작품이 있다. 2016년 전라북도 건축문화상 대상 (무주다다펜션), 2017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행촌공터 3호) 외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고, 현재 건축사사무소 KDDH 대표이다. 저서로는 <내가 살고 싶은 집 주향재>, <구구하우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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