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내 안에 뿌리 찾기

문화 / 이인혜 기자 / 2019-01-22 18: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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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 철학서 <베다(Veda)>의 4부문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우파니샤드(Upanisad)’의 도입부에는 뿌리가 하늘로 솟은 나무가 등장한다. 위와 아래가 뒤바뀐 나무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모습인가. 하지만 다음 구절을 보면 이 나무가 주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이 영원한 보리수.
실로 그것은 순수하다.
(중략)
그것에 모든 세상들이 매달린다.
그 무엇도 그것을 초월하지 못한다.
- 까타 6.1


뿌리는 나무의 가장 핵심이며 본질을 의미한다. 그동안 땅 속에 묻혀 있어 눈에 보이지 않았던 뿌리를 끄집어내 ‘본질적인 것’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불멸하는가’, ‘나는 과연 순수한가’라는 원초적인 고민을 하도록 한다. 


지금의 우리는 얼마만큼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을까.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내 안의 모습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오래된 명제 아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각자 맡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간다.

 

‘나’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친절한 사람(?)으로 남길 원한다. 자기 소개란을 작성할 때 풀리지 않는 막연함으로 머리를 쥐어짜는 이유 역시 평소에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영화 ‘그래비티(Gravity)’의 여주인공은 예기치 않은 사고를 겪고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 공간에 혼자 남게 된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끝도 없이 펼쳐진 암흑 속에 철저히 혼자가 되어 우주를 떠다닌다. 홀로 남겨졌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적막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기억 속에 살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리며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된다. 이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얻은 이유에는, 우주라는 방대하지만 고독한 공간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로 유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 것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진 본질적 질문, 즉 ‘나란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작가의 인터뷰 중 그가 흘리듯 말한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작업 구상을 하다가 문득 자신의 과거 기억을 적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50줄의 나이에 이르는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기억나는 단어를 모조리 적었다. 그랬더니 A4 종이 다섯 장의 분량이 나오더란다. 

 

몰랐던, 아니 사실은 외면하고 있었는지 모를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침묵이 흐르는 우주가 되었든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가 되었든 공간은 중요치 않다.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의지가 필요할 뿐이다. 잊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보자. 지금까지 잘 살아왔느냐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냐고.

[글 이인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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