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작가, 크리스 한...만질 수 있는 순간

장상길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7 1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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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찾아 온 삶의 전환
목공은 오래 매달기 운동과 같은 것
감각의 눈을 뜨게한 숟가락

우리 몸이 어떤 물체를 처음 받아들일 때의 감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촉각은 물론, 온도감각, 시각까지 감각은 대개 취향이나 습관 등 개인적인 경험의 총합에 의해 주관적으로 작용한다.


 

 


숟가락 작가 크리스 한은 이러한 감각의 영역을 섬세하게 고려해 숟가락을 깎는다. 크리스 한은 나무 숟가락을 만들면서 이 감각의 세계에 눈을 떴다. 그가 만든 나무 숟가락이 늘어날수록 감각은 더욱 예민해졌다. 크리스 한이 표면에 난 미세한 흠집조차도 용납을 못하는 이유는 그 미세한 차이가 숟가락을 처음 잡는 순간의 감각적 각인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감각은 숟가락을 끌로 파고 다듬는 과정에서도 오롯이 살아 있다. 크리스 한은 나무 숟가락이 어떤 형상으로 만들어질지는 나무 스스로가 결정한다고 믿는다. 때문에 나무를 만질 때는 자신이 깎고 싶은 방향을 정하지 않고 ‘결’이라는 나무의 마음을 따른다. 목수가 나무의 결을 알아야한다는 얘기는 결국 나무의 뜻을 따라야한다는 얘기다.

 

 

 



나무의 마음을 따르다

크리스 한은 숟가락용 마감 오일을 선택하는 것에도 신중하다. 그는 현재 미네랄오일과 벌집밀립을 혼합한 마감 오일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역시 다양한 자료와 경험을 통해 선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올리브오일 같은 식물성 오일은 공기와 만나면 삼투작용을 일으켜 나무를 썩게 하거나 악취를 일으키고, 호두오일은 공기와 만나면 단단한 막을 형성하면서 나무를 보호하지만 민감성 정도에 따라 사람에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크리스 한은 미국 FDA에서 식기나 숟가락용으로 사용 가능한 오일 중에서 알러지 반응에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미네랄·밀랍 혼합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마감에 특별히 신경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어요. 처음 숟가락을 팔았을 때 친구가 말하더군요. 혹시 만든 숟가락을 직접 써 본 적이 있냐고 말입니다. 누군가 매일 그 숟가락을 쓸 텐데 그 숟가락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고 팔았다는 사실에 몹시 당황스러웠죠. 그래서 판매된 것과 동일한 숟가락을 직접 써봤어요. 요리를 한 번 하니까 온통 거스러미가 일어나 그대로 재사용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때부터 마감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죠. 끓는 소금물에 담갔다가 샌딩을 하면 그 후에는 거스러미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죠. 레진이나, 옻칠 마감법도 배웠고요. 작품의 완성도는 시각적인 형상의 차이에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0.1%의 미세한 차이는 결국 피니싱에 있습니다. 손기술 좋은 사람들은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미네랄오일을 주로 사용하지만 오일 마감에 있어서도 안정성이나, 효율성 등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오래 매달리기

크리스 한은 미국 로체스터공대에서 패키징 사이언스(포장과학)를 전공했다. 패키징 사이언스는 포장에 관련된 엔지니어링의 영역과 디자인의 영역을 두루 다루는 학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완구회사에서 패키지 디자이너로 일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특별히 불만족스러운 삶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그 일을 특별히 좋아하는 않는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남들이 만든 물건의 포장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는 없을까? 크리스 한은 생각했고 그는 주저 없이 나무 만지는 목수가 되었다.

크리스 한은 목공예가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지난 4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하지만 그 경험에서 얻은 믿음도 있다. 포기하지 않고 가면 길은 반드시 열릴 거라는 믿음이다. 크리스 한은 그걸 “오래 매달리기”라고 표현한다. 숟가락 작가의 길은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썩 현명한 선택은 아닐 수 있겠지만, 그의 표현처럼 어린나무가 성장하면서 더욱 굳건한 뿌리를 내리듯이 목공예가로서의 뿌리를 이 땅에 내리는 방법은 오래 살아남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다.

 

 


작은 공구 하나가 변화시킨 삶

크리스 한이 숟가락을 깎기 시작한 계기는 일본에서 구입한 둥근 끌 하나 때문이었다. 크리스 한은 3개월 넘게 공방에 고이 모셔져 있던 끌을 보다가 문득 이 끌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때 떠오른 게 나무 숟가락이었다. 2012년, 하루 종일 깎아 숟가락을 완성했을 때의 느낌은 그가 가구를 완성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 그 순간 크리스 한은 나무로 숟가락 깎는 목공예가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숟가락은 마치 공기와 같다. 인간의 삶에서 매우 긴요하고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만 그 소중함은 쉽게 간과된다. 크리스 한은 그런 숟가락에 새로운 존재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비단 나무로 만들어진 공예품이기 때문이 아니다.

크리스 한이 숟가락에 담는 마음과 영감은 그가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경험의 총합이다. 감정과 느낌, 그리고 생각들이 그 속에서 하나로 머물다가 융합되면서 나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형상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때로는 자유로운 아티스트가 되며, 때로는 장인의 완고함으로 나무를 만진다.

실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공예품을 만드는 현실적 감각 또한 그의 마음에 늘 함께 한다. 결국 크리스 한의 나무 숟가락에는 그의 정신이, 마음이, 공예가로서의 꿈이 담겨 있는 것이다.

 

 

▲ 숟가락 공예가 크리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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