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목수 ‘블레이어 슬리거 Blair Silgar’...목수로 사는 법

전상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9 17: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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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사회에서 파트너십을 형성해 위탁받은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주문제작도 하고 있다.

 

- 당신은 아티스트, 가구디자이너와 목수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좋은 질문이다. 모두가 조금씩 다른데, 나는 세 개 다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내 성격 면에서 보면 아티스트에 가깝지만 좋은 제품을 만드는 목공 기술에도 관심이 매우 높다. 예술 프로젝트로 규모가 큰 조형품을 만들기도 한다. 매장의 상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병원이나 공항에 들어가는 것들도 만든다. 보통 아티스트는 더 개념적이고 더 개인적 작업을 하고 가구 디자이너는 현실적인 상품을 만든다. 목수는 실용성과 질을 중요시 여기는데 나는 이 모든 면을 다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목공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항상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기를 좋아했다. 16살에 목공 작업을 시작했고 대학에 들어와 관련 일을 하다가 지금까지 가구와 목조각을 만들어오고 있다. 예술대학교를 다녔는데 목공 작업에 충실하기 위해 중간에 그만두었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학교였고 내가 몰랐던 예술을 배울 수 있었고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경험하게 해줘서 자극을 주는 것은 좋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 누구에게, 어떻게 배웠나.
정말 괜찮은 내장목수(Finish Carpenter)에게 몇 년을 배웠다. 집짓기, 설계, 측량 같은 기술을 많이 배웠다. 창의적이라기보다는 기술적인 과정이었다. 그때의 모든 공정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다양한 종류의 기술에 관한 리서치를 많이 했다. 건축, 선박 같은 것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제는 거의 만들지 않지만 예전에는 나무로 보트를 만들기도 했었다. 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읽으면서 배우기도 했다. 

 

▲ 작업장에는 다양한 원목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 작업장이 큰 제재소를 연상케 한다. 작업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914㎡ 정도의 규모다. 작은 오피스와 쇼룸, 재목을 쌓아 놓는 큰 뒤뜰과 스튜디오. 보관 공간, 피니싱 룸이 등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공장까지는 아니고 큰 열린 창고라고 보면 된다.


-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큰 작품들을 많이 한다. 규모가 커지면 목재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 작업과는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길고 넓지만 5cm 이하의 두껍지 않은 목재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얇아질수록 목재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테이블, 조각 작품, 큰 서랍장, 실물 크기의 그림, 화장대 등을 만든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는 다양한 종의 나무가 있다. 플로리다에서만 구할 수 있는 유니크한 통목들을 구할 수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통목을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큰 목재들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 좋다.  


-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마음이 끌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야 한다. 처음엔 그냥 만지면서 바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디자인을 먼저하고 그 후 계산하면서 만들어보니 결과가 좋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주목하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 작업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가져오나.
시각적으로 받은 자극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건축물이나 겹겹이 쌓인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는다. 특별히 디자인을 중시하지 않고 목공의 의미를 찾고 탐험을 하다보면 아이디어가 생겨난다.

- 가구기술은 어디서 배웠나.
내장목수에게서 배웠다. 그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우 똑똑하고 어떻게 만드는 것에 대해 늘 좋은 아이디어 갖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어떻게 짜 맞춰야 하는 지를 배웠다. 내가 있는 미국 올란도에는 장인들을 몇 분이 있다. 그들에게 배우면서 자꾸 시도해보고 연습해가면서 실력을 키워왔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작업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전혀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의 작업들을 인터넷에서 보며 배우고 있다. 


- 목재를 선택하고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고른다. 특히 색감의 경우엔 밝은 톤과 어두운 톤의 대비를 좋아한다. 하지만 판재로 만들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판재로 만들고 나서 어떤 패턴으로 어떤 색을 활용할지 결정한다.

 

 

- 어떤 종류의 나무를 즐겨 사용하나.
미국은 지역에 따라 나무의 모습이 다른데 나는 주로 플로리다에서 나는 차이나베리, 월넛, 오크, 체리목 등 매우 전통적인 가구재를 쓴다.

- 상세한 설계도로 작업하는지 아님 연필 등으로 스케치한 걸로 만드는지.
가끔 컴퓨터로 작업하는데 그렇게 즐기진 않고. 직접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큰 스케치북에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그린다. 청사진을 드로잉해서 작업하는데 풀사이즈 드로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작게 그리고 나머지는 머릿속에 있다. 또 작은 모델 만드는 것은 좋아한다.

- 자신의 작품을 통해 소비자가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나.
사람들이 우선 시각적으로 감동 받았으면 한다. 어릴 때부터 시각적으로 자극이 되는 것을 보면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그걸 알아낼 때까지 폭 빠져있곤 했다. 그리고 가구를 전달할 때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게 기쁘다.  

 

 

-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이 있다면.
명장인 샘 말루프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가구를 만드는 일과 자신의 삶을 조화롭게 일궈나간 그의 삶의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가족과 친구가 우선이고 일은 그 다음이긴 하지만 그 둘이 균형을 잘 이룬 모습에서 가치를 느꼈다. 그리고 조지 나카시마도 좋아한다. 어릴 때는 월트 디즈니에 영향을 받았다. 그가 나무로 가구를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스토리텔링과 판타지, 아이디어를 탐험해 가는 방식과 개성을 좋아한다.

- 당신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규모가 크고 건축적인 요소가 들어가며 각도의 변화를 주는 식의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나는 창의적인 생산 과정 자체를 즐긴다. 그래서 작품에도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만들어지는지, 그 소재는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 또 장식보다는 모던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과장된 장식인 가우디의 건축이나 로코코 양식의 건축 같은, 지금은 없는 스타일에도 관심이 있다.

- 가구를 팔아서 생활은 충분히 가능한가.
굉장히 심플하게 살고 있다.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목공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목공 일이 ‘일’로 느끼지 않아서 한다. 딸을 돌볼 수 있고. 개인적인 보람도 크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사랑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으려 한다. 괜찮은 몇 개만 갖고 있다. 나는 TV가 있고 좋아하는 책들이 있고 옷이 있다. 내 집을 지을 수 있고 내게 의미 있는 것을 만든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가족과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일하는 것이 흥미롭고 즐겁다.

 


 

- 일본의 가구디자이너 조지나카시마와 당신이 다른 점은.
그가 가구에 접근하는 방식은 거의 영적 탐구 과정이다. 정말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 때 죄수도 갇혀있는 동안 목공을 배워서 당시 아무도 하지 않을 때 가구를 만들었다. 그는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재료에 관심이 많았다. 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사람이다. 더 나은 목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 매체와 구성 방식을 다르게 해 다양하게 접근하고 싶다. 집을 위해서나 아이들을 위해서, 라는 식으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싶다.

- 나무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요즘 <우드>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나온다. 플로리다에서 자라서 주변에 둘러싸인 나무들을 보며 자랐다. 그래서 나무가 익숙하다. 나는 플로리다 산의 나무를 좋아한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나무들이다. 플로라다 산맥은 아름답고 자연 환경을 가졌고 지형적으로도 매우 길어서 북쪽과 남쪽의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의 주 중에서도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물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개발들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 목공 초보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조지 나카시마나 샘 말루프의 책 속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다. 취미로 하는 것과 일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일로 시작할 거라면 생각하는 것을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기회를 만들고 나가서 찾아야 한다. 요즘 세대는 다들 대학을 가고 비슷한 직업을 갖는다. 무엇인가를 스스로 이루려는 태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손이 잘려서 내일 당장 일하지 못한다 해도 아마 비슷한 태도로 일할 듯하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학교를 찾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의 최고의 사람을 찾아라. 그리고 그 사람들 위해 일하면서 배우라. 그러면 최고의 작품은 물론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작품 판매는 어떤 식으로 하나.
인근 지역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이 지역의 고객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서 입소문으로 팔리고 있다. 이제 나는 내 지역을 벗어나 세계의 고객에게 다가가고 싶다. 회사를 키우려고 한다. 디자인과 질에서 자신이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도 팔 수 있다. 내 웹사이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작품을 판다. 지역 사회에서 파트너십을 형성해 위탁 받은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주문제작도 하고 있다.

-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는지.
3살 짜리 딸과 같이 시간을 보낸다. 주로 하이킹 같은 야외활동을 즐긴다. 그 외에도 친구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독서를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고 음악도 많이 듣는다. 여행을 좀 더 많이 다니고 싶다. .

  

▲ 블레이어의 부인과 딸


- 나무 작업 외에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드로잉 하는 것을 좋아해서 많이 그린다. 꽤 잘 그린다. 아마 목공 일을 하지 않았다면 책이나 문자로 된 것들을 다루지 않았을까 싶다.

-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한국과 인터뷰를 하다니 너무 흥미롭다. <우드플래닛>을 봤는데, 기존에 보지 못했던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다. 동시대의 나무 작품에 대해 내가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잡지를 보는 게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이런 관심이 늘어나면 좋겠다. 한국 독자들과 나의 작업과 관심을 나눌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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