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수상한 시절에도, 목수 김동규의 조선목가구 자태는 담백하다

칼럼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1-05-16 16: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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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조선가구의 면모를 드러내다
오늘을 사는 전통목수의 숙제
시대를 포용하는 전통가구의 내면성
▲ 김동규 작, 먹감 삼층장

 

 

사람과 목재의 진솔한 관계가 기물로 재현된 것이 목가구다. 그것이 조선가구라면 그 상호성은 더 질박하다.


별 것 아닌 얘기를 글의 서두에 두는 이유는 요즘의 목가구가 그렇지 않음을 경계하는 의미도 있다. 조선 목가구의 이해 기준을 목수의 기량에 두느냐 아니면 아름다움의 형태에 두느냐에 따라 그 맥락은 다소 애매할 수 있다. 전통 목가구를 제작하는 목수에게 그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만만치 않다.
 

접착제를 잔뜩 바른 합판이나 집성판재로 디자인과 기능을 우선하는 산업 목가구 시장에, 목재의 질량과 전통기법만으로 대적하는 조선가구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수백 년 전, 주문에 의해 기능과 용도, 형태미를 다진 조선가구를 ‘전통가구’라는 이름으로 이해를 바란다면 그건 난해한 공식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의 소비자에게 그런 식의 설득과 이해의 허용치는 칼날처럼 좁아진다.

 

 

▲ 김동규 작, 머릿장

 


전통과 현대의 대립과 조화의 경계
 

서쪽 통창으로 스며든 오후 햇살에 머릿장, 삼층장, 반닫이장, 안고지기장, 원앙장, 탁자장의 이름으로 입체화 된 조선 목가구의 자태가 우람스럽다. 새 것의 낯섦에 익숙해질 즈음, 조선의 시간 차와 어우러져 단순한 가구가 아닌 절제된 풍미와 견고한 자태를 전하는 젊은 목수 김동규의 조선 목가구가 완연히 드러난다.


지난 5월 8일부터 서울 ‘용산공예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동규 목수는 소목장 박명배 목수에게 사사한 뒤 단체전과 대한민국전승공예전에서 두 번씩이나 장려상을 수상한 경력의 소목장 이수자이다.

김동규의 전통가구는 비례미의 절대 수치를 대입한 형식미와 그것의 구현을 위한 기술에 있어 여간해서는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날 것의 생소함만 지울 수 있다면 박물관에서 만난 조선 목가구를 대신할 만큼 탄탄하다.

하지만 그런 호의적 평가에 만족 할 수 없는 것이 김동규 목수의 시름에 가까운 고민이다. 이미 세상은 북유럽의 실용성과 서양의 유명 디자이너의 브랜드 가구가 대세이고 소비자 또한 그 취향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가구 한 점을 두고 ‘우리 것’에 대한 외침이나 설득력은 점차 왜소할 수밖에 없다. 삶의 구조가 서양식에 취한 이 땅의 고객들에게 더더욱 그렇다. 한국의 가구이나, 더 이상 한국인이 사용하기 불편한 그래서 낯선 유물로 읽혀지는 것이 어쩌면 매우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 김동규 작, 반닫이장

 

▲김동규 작,  탁자장

 


수백 년 전의 조선가구, 현재의 조선가구

반면, 조선 500년 기물의 기법과 정서 또한 서양 것 못지않게 완고하다. 웬만한 변화나 조합에 꿈쩍 않거나 되려 변종으로 내몬다. 조선가구는 그 시대의 생활철학과 정서, 기능으로 제작된 것이다. 완고한 틀과 부동의 형식으로 그 지속성 유지하고 있는 조선가구에, 요즘의 기능과 디자인 경향을 녹여 재해석 하는 일은 결코 녹녹치 않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으로부터 새로움을 얻어야 하는데 배움은 고사하고 온고별지신(溫故別知新), 서로 다름과 차이를 주장하는 시절이라 곁에서 보는 사람조차  안타깝기는 매한가지다.

우리에게 유물의 가치를 입고 눈앞에 서 있는 조선가구는 최소한 200년 이상의 시간을 머금은 것들이다. 신참의 때가 벗겨지고 사용자의 정서와 세월의 묵은 때로 칠의 질량을 대신한 고즈넉한 산수화와도 같은 기물이다. 그래서 일까, 김동규 목수의 신작 조선가구 역시 뭔가 낯설거나 모호한 시점이 공간 여기저기에 흩날렸다.


 

▲ 김동규 작, 안고지기장

 

▲ 김동규 작, 원앙장


 

과거의 것도, 현재의 것도 아닐 수 있는 오늘의 조선가구가 어떤 방향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지를 단답형으로 구할 수는 없다. 수백 년의 시차를 한 순간, 한 공간에 수용한다는 것조차 또한 무리다. 잘 생긴 조선 목가구를 앞에 두고 즐거이 관객을 기다릴 수 없는 김동규 목수의 마음은 어쩌면, 우리 시대 모든 전통 목수들과 일맥상통 하리라 본다.

전통 목가구의 시절이 하 수상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각고의 노고와 풍성한 능력으로 한 점 한 점 만들었을 김동규의 조선가구는 시대를 잇고, 감성을 재생하는 귀한 역할로,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전통가구의 징표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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