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플랫폼으로서의 종교건축

건축 / 서주원 기자 / 2019-04-29 16: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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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건축인 동시에, 주민을 위한 소통의 장을 제공
개방적인 종교 건축의 바람직한 선례
경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지형학적 측면 고려

 

크나르빅(Knarvik) 커뮤니티 교회는 노르웨이의 항구도시 베르겐 근처 크나르빅에 위치한다. 지역의 전통 양식을 따르면서도 현대적 면모를 부각한 이곳은 베르겐의 의미 있는 장소로 환영받는다.


공간의 용도는 건축의 외양을 규정한다. 종교건축은 그중에서도 유독 특출난 인상을 풍긴다. 예배당에 내려앉은 경건한 어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엄숙한 표정. 종교 건축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다. 크나르빅 교회는 경건함과 숭고함을 상징하는 종교 건축인 동시에, 주민을 위한 소통의 장을 제공하며 지역의 화합을 도모하는 문화 공간이다. 

 

 


배려의 건축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그것에 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태도. 종교의 본질은 출처를 막론하고 같을 테다. 크나르빅 교회를 설계한 REIULF RAMSTAD ARKITEKTER는 건물이 환경친화적임을 명시한다. 건축가는 주변 경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지형학적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산비탈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대지를 다듬어 지은 교회는 그 자리에 있었던 초목과 한데 어우러진다.


크나르빅 교회가 들어선 장소는 종교에서 말하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은유인 것처럼 느껴진다.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구릉지에 교회가 들어서 있는 까닭에서다. 시내 중심가에 사는 지역 주민들은 산자락에 자리한 교회를 올려다볼 수 있다. 크나르빅 교회는 건물이 자리한 장소, 그리고 장소의 활용도를 발판삼아 지역의 랜드 마크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옛것을 미루어 새것을 창조하다

크나르빅 교회의 기본 골조는 노르웨이의 전통적인 교회 양식을 모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노르웨이의 보편적인 종교 건축은 박공지붕과 결합된 매스가 층층이 엎어져 전체를 이루는 형태를 띠고 있다. 크나르빅 교회는 전통 양식에 현대적인 색채를 한데 섞었다. 건축 중심부에서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는 교회 지붕은 매우 기하학적인 형상을 띤다. 낮은 볼륨에서 높은 볼륨으로 이어지는 천장은 건축 안과 밖을 모두 비대칭적이면서 역동적인 형태를 만든다. 이 형태는 철골과 팀버 구조, 그리고 콘크리트를 함께 사용해 완성했다.


사방으로 뻗은 여러 갈래의 지붕 중 유독 길고 높은 지붕은 교회 첨탑의 상징성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피라미드형의 뾰족한 첨탑은 고딕 양식을 지닌 교회를 연상시킨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 있는 목재 첨탑은 종교적 시각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종교건축으로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첨탑은 공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동시에 건축 외양의 악센트로 작용하는 구조다.
 

 

풍화를 거친 소나무
건축 재료의 핵심 키워드는 건물의 내외장재로 쓰인 소나무(Pine)다. 이는 주변 지역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다. 밝은색의 소나무는 외부와 내부에 따뜻하고 활동적인 기운을 불어넣는다. 무겁고 엄숙하기만 한 종교 건축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날이 양쪽으로 달려있는 의료용 칼인 랜싯(lancet)을 연상케 하는 천장, 폭이 좁고 긴 창문은 자연 채광을 내부로 인도한다. 이 구조는 빛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면서도 빛에 의한 눈부심은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교회 내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홀 주위에는 장방형으로 계획된 계단이 있다. 전통교회의 안뜰 역할을 하는 아트리움(atrium)의 형태를 담은 계단이다. 예배 공간과 분리된 이곳은 휴식과 사교의 장소로 기능한다. 내부는 한꺼번에 50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이곳 역시 모두 소나무로 마감되어 있어 건물 안팎에 쓰인 재료의 통일성을 자아낸다.


건축에 쓰인 소나무는 백색을 띤다. 시간이 흐르면 변색에 대한 우려가 생길 법도 하다. 하지만 교회에 사용된 목재는 이미 특수한 건조 과정을 거친 목재다. 나무의 수축 정도와 외부 영향을 고려해 안팎에 각각 사용될 소나무의 건조 과정을 달리했다. 건축가는 “사전에 인공 풍화를 거친 소나무는 심각한 변색의 위험이 없다.”라고 단언한다. 대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재에 그윽한 멋이 더해지며 반들반들한 윤이 날것”이라고 덧붙인다. 

 


24/7
크나르빅 교회는 ‘커뮤니티 교회’로 소개된다. 이곳은 신앙을 위한 장소라는 본래의 정체성과 더불어 지역 사회의 발전이라는 부가적인 목적을 한 공간 안에 이뤄낸 건축이다. 여기서 ‘발전’이라 함은 지역 주민들의 활발한 소통을 의미한다. 

 

교회는 미술이나 음악을 함께 즐기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갖췄다. 1일은 24시간, 1주는 7일. 결국 ‘언제나’를 뜻하는 ‘24/7’처럼, 크나르빅 교회는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방문객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소통을 위한 교회를 만드는 데는 부가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자연 채광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인공조명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밤에도 내부에서 사람들이 서로 충분히 교류하도록 돕는다. 또한, 교회 주변에는 산책로를 조성해 대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신앙심으로 만난 이들이 동시대의 문화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 크나르빅 교회는 유기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개방적인 종교 건축의 바람직한 선례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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