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 공간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다

디자인 / 편집부 / 2021-08-23 14: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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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는 수십 년 동안 자연 건조되어 뒤틀림이 적고, 새 목재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고재의 종류로는 미송, 육송, 홍송, 춘양목 등이 있다
▲ 중국의 고재 시장에서 발견한 문짝. 테이블 상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최소 50년에서 100년 이상 지난 빈티지 리사이클 티크(Vintage Recycle Teak)는 건축물의 재료였던 세월을 지나 최근 빈티지 목재로 인테리어와 가구 등에 활용되며 새로운 운명을 걷고 있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

티크라는 목재 자체로도 이미 여러 모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신축이 적고 곧고 단단하여 휘거나 뒤틀림 혹은 갈라짐이 적다. 유분을 함유하고 있어 철에 의한 부식에도 강하며 병충해를 입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래서 티크는 고급 가구를 제작하거나 인테리어 및 공예에 사용되고 있으며 각종 선박을 제작하는 목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티크가 단순히 목재로서의 세월이 지나 고재, 빈티지 리사이클 티크가 되었을 때, 오랜 세월동안 자연 건조되며 함수율, 즉 수분을 함유한 비율은 극히 낮아지고 경도는 더욱 강해지게 된다. 그 세월의 흔적은 막 제재한 목재의 하얗고 반짝이는 속살과 달리 티크만의 고유한 색과 무늬로 더욱 아름답게 물들인다.

 

물 대신 세월을 머금은 그 무늬와 빛깔은 빈티지 리사이클 티크 만의 매력이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빈티지 목재의 컬러와 질감은 인테리어 디자인에 한결 유니크한 느낌을 더한다. 티크는 특히나 세월이 갈수록 빈티지 목재로서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멋과 맛이 있다.

아름다운 무늬와 색상을 가진 빈티지 리사이클 티크는 가구를 만드는데 최상의 목재가 되며 인테리어에 내추럴한 세련미를 더하는 마감재로 빛을 발한다. 많은 이야기와 역사를 담고 있는 화석과도 같은 오리지널 빈티지 리사이클 티크는 그 가치를 알고 빈티지 우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등지의 빈티지 목재, 특히 빈티지 티크 목재의 반출이 어려우므로 그만큼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널리 소개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복고에 대한 향수와 낡고 오래된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미학이 유행처럼 번지며 불어온 빈티지 열풍으로 빈티지 목재와 고재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고재의 생명은 나무다. 무턱대고 오래된 나무를 좋은 고재로 치진 않는다. 나무의 종류, 생산된 지역, 어떤 집에 사용된 나무인가 등이 고재 가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 한옥 목재 중 80~90%는 소나무이다. 소나무 중에서는 춘양목을 최고로 친다. 옛날에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서 좋은 소나무를 모아 전국으로 보냈는데 이곳에 모인 나무를 '춘향목'이라고 불렀다.

또한 양반가의 한옥에 사용되었는지, 가난한 집에 사용되었는지도 고재의 판단 기준이 된다. 양반가의 집은 좋은 나무를 엄선해 솜씨 좋은 목수가 견고하게 지었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나무의 변형이 적다. 반면 일반 한옥에 사용된 나무는 좀이 슬거나 나무가 심하게 뒤틀린 경우가 많다. 때문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흠집이 많은 나무는 좋은 고재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눈으로 보아서는 좋은 고재를 고를 수 없으므로 어떤 나무인지, 어느 지방의 어느 집에서 뜯어낸 고재인 지를 물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중국의 고재 시장을 방문했을 때 묘한 짜릿함과 감동을 느꼈다. 과거 어느 시절, 어느 집의 문, 장, 혹은 대들보였을 고재들. 이러한 옛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재들로 인테리어 소품 또는 한쪽 벽이나 바닥을 마감한다면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재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손때가 묻을수록 더욱 정겨운 고재 빈티지 인테리어

오래된 가구는 멋진 인테리어 소품인 동시에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유행에 민감한 요즘이지만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을 간직한 빈티지 가구를 옆에 두고 오래 본다면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벽돌은 오래된 히스토릭한 이미지를, 그레이 톤과 브라운 톤이 섞인 화산재 느낌의 에폭시 바닥은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코너마다 놓인 큰 나무와 노출 천장, 고재를 사용한 벽 마감은 뉴욕 스타일을 대변한다. 세심하게 관찰해보면 더욱 눈여겨볼 요소들이 많다.

 


그레이 톤의 에폭시 바닥에 브라운 톤을 입혀 세월의 흔적을 더한 듯 효과를 주었고 콘크리트 블록을 쌓아 만든 가벽이나 빈티지하게 얼룩진 스틸 가벽에 희끗희끗한 스텐실 처리를 해 올드한 느낌을 강조했다. 메인 조명 외에도 샹들리에 촛대 등 서브 조명을 많이 사용했는데 곳곳의 다양한 콘셉트의 조명과 벽 선반의 간접 조명을 활용해 공간에 모던한 느낌을 은근하게 녹여냈다.

뉴욕의 길을 걷다 보면 버려진 목재나 팔레트, 스크랩 우드 등을 못질하고 색을 입혀 새롭게 재탄생한 물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뉴욕을 올드하면서도 핫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이러한 작업을 ‘업사이클(Recycle+Design=Upcycle)’이라고 한다. ‘에코’와 함께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다. 업사이클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디자인을 더한 재사용을 뜻한다. 이런 작업만을 하는 신진 디자이너 그룹이 있을 정도로 인테리어에서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기기 같은 도구들뿐만 아니라 공간까지도 너무 기계적으로 모던하기만 한 현대 사회의 빠른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에도 복고가 유행하듯이 공간을 연출하는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상당히 복고가 유행하고 있다. 물론 이 복고는 옛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방이 아니다. 옛 것과 현대의 것을 절묘하게 믹스매치 시킬 때 복고도 이 시대, 기계적인 사회에 지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하나의 코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처럼 고재는 우리에게 마치 시간 여행을 통해 내가 과거 유럽의, 혹은 뉴욕의 어느 한 공간에 들어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필자도 최근의 라운지 클럽과 브런치 카페 인테리어를 의뢰받아 디자인하였는데 공간의 콘셉트 자체를 각 시대(Century)로 잡았다.

예를 들어 1700년대, 1800년대, 1900년대 등으로 말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공간을 마감하는 재료들은 고벽돌과 같은 고재를 사용하고 가구나, 조명 등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으로 선택했다. 옛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고재나 벽돌과 어울리는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가구와 조명들로 연출되는 유니크한 공간으로 탄생될 것을 기대해 보며 다음 기회에 독자들에게도 멋진 공간으로 소개되길 바란다.

글 : 박희령(건축가 겸 공간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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