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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트렌드다.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나무를 천장이나 바닥, 벽체의 붙박이가 아니라 공간의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
디자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나무가 트렌드다.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나무를 천장이나 바닥, 벽체의 붙박이가 아니라 공간의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메일에서 다운받은 한 장의 사진을 열었다. 사진의 중심에는 하얀 결의 각목 1000개가 군집을 이루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바닥의 잔물결은 군집한 나무의 형태를 자유롭게 뒤흔들며 공간이 살아 있음을 부추겼다. 군집을 이룬 나무는 침엽수과인 ‘햄록’ 중에서 최고의 품질 등급인 ‘하이그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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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지 않은 공간에 확장성을 주기 위해서 더블스킨 그래픽 작업으로 사람과 사물의 일체성을 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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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은 에폭시와 원목마루를 교차해서 시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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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우드와 소프트 우드를 섞어 사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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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은 공간 분할에 있어 또하나의 재료이다. |
나무디자인을 하는 이유
사진의 공간은 경기도 평촌의 퓨전레스토랑‘G-하우스’다. 디자인은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디렉터 교수 이호중이 맡았다. 그의 디자인 흐름은 독일 조형디자인의 정갈하면서도 차가운 열정을 놓치지 않는다. 주택에서부터, 상업 공간, 공공건축 실내디자인까지 아우르는 그의 작업 키워드는 나무디자인이다.
그가 나무를 공간 창조의 중요 소재로 선택하는 이유는 '살아 있음, 지속적인 변화, 아름다움, 친환경적 물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나무의 실용에 있어서는 표현의 언어가 아니라 창의적 디자인으로 실재한다. 특히 상업 공간의 목적은 철저히 상업적이어야 한다는 게 디자인 지론이다.
60평 내외의 G-하우스도 그런 방향에서 공간커뮤니케이션이 지역의 문화, 식생활 패턴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조형성과 개방성을 강조했다. 개별 공간의 독립성이 서로 잘 어우러지도록 하면서 유지·보수의 편리함 이면에 환경적 측면도 숨겨 두었다.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도 세련됨을 덧붙였고, 좁은 공간을 배려해 더블스킨 그래픽 작업을 통해 손님들 자신의 모습을 벽면에 반사시켜 사람과 사물의 일체감도 시도했다. 공간 영역은 실루엣으로 분리했고, 작은 공간은 가벼운 사물을 배치해 어둠의 중압감을 해소하려 했다.
천그루의 나무숲
G-하우스 디자인의 철학의 방점은 중정의 나무집합체 디자인이다. 1000여 개의 나무가 서로 몸을 부비며 출렁이는 모습은 박제화 된 공간이 아니라 공간도 살아 움직일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몸통을 수직으로 세운 하이그레이드 각재는 보는 이에 따라 느낌의 차이가 있겠지만, 마치 한 편의 수채화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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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개의 햄록 나무가 복제되어 2000개의 나무숲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연못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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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중동이 교차하는 메인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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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아래에는 흐르듯 흐르지 않는 물을 담은 작은 연못. |
또 이호중 교수의 트레이드마크인 바닥의 화사한 꽃무늬는 수채화의 담백함에 생기를 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흐르듯 흐르지 않는 물을 담은 작은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나무 디자인을 완성하는 보완체이면서 실내의 공기를 순화시키고 습도를 조절하는 환경적 기능도 더하고 있다. 1000개의 나무가 복제되어 2000개의 나무숲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연못 때문이다.
덩어리째 옮겨진 자연
이호중 교수는 G-하우스의 나무집합체 디자인은 ‘자연의 한 덩어리’를 온전히 옮겨 놓고 싶은 의도에서 디자인했다고 한다. 햄록을 쓴 이유는 사람에게 유익함을 주는 침엽수 중에서도 화사함을 띤 고급목재여서다. 하이그레이드는 웨스턴 햄록 중에서도 최고급품으로 고급주택이나 공공건물의 실내인테리어 재료로 많이 쓰인다.
같은 수종의 나무라도 누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다르다. 나무의 순기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즐기게 하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바닥에 스러져 나뒹구는 썩은 나무를 내 삶의 인테리어로 연결할 수 없다. 나무를 생활 가까이에 두고 즐기게 하는 것은 오로지 디자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이호중 교수의 나무에 대한 애정과 그것의 표현 능력은 남다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하이그레이드로 입체 디자인을 구사한 예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무의 수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무의 이름과 기능과 감성을 환기시키는 디자인의 능력이 매우 놀랍다.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을 때 이름과 함께 그녀의 모든 것을 궁금해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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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록 목재의 효용 가치를 새롭게 해석한 공간 디자인. |
디자이너의 나무
최근 상업공간에 나무를 사용하는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 고재나 각종 루버 등 규격 제품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나무를 선택하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은 나무에 대한 이해와 풍부한 경험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무의 사용은 쉬우나 가치를 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용되지 않는다.
G-하우스 프로젝트는 나무를 잘 아는 디자이너가 탄생시킨 공간이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고 좁은 공간을 분할 뒤 다시 연결하는 유기적 프로세스가, 공간 중앙의 나무디자인에 최종 집결한다. 제한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비결은 디자인의 힘에 의존하는 방법 밖에 없다.
나무가 가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최적의 물질이라면 그것은 디자이너의 상상력에 전적으로 달려 있음을 G-하우스가 말하고 있다. 그 상상력에 이호중의 디자인 혜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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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재의 차분한 공간과 생동감 있는 그래픽 작업으로 리듬을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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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면대 상단은 대추나무로, 전면 하단은 믹스하드우드로 마감했다. |
이호중 :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디렉터 교수. 독일 콘스탄츠 과학기술대에서 조형디자인을, 독일 비스바덴 과학 기술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했다. 매뉴얼 디자인으로는 VALLENTINO 청담, MONTANA가 있고 주거공간으로는 삼성동 더 미켈란 147, 107프로젝트, 88평형 팬트하우스, 풍경재가 있다. 상업 및 문화공간은 삼우, 청담동 pulli, RARAAVIS, DIALOGUE IN CAPSULE, 지유명차 등이 있다. 현재 teamSMART (팀스마트)를 설립하여 활발한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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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화 같은 G-하우스 스케치 도면 |
목재정보 제공 유림목재 https://blog.naver.com/wood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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