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과 기술이 어우러진 3색 의자

오브젝트 / 배우리 기자 / 2019-01-18 1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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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의자를 하나씩 갖고 싶다면 나무 만지는 사람들의 의자는 어떨까. 그게 물건을 향한 것이든 물건을 쓸 사람을 향한 것이든.
1. 김철진(나다우드) | 꽃잎의자(petal chair)

480W×600D×900H | 화이트오크 | 가격미정

 

● 봄 맞는 의자


이제 봄이다. 작년, 목수가 시작을 기념하여 만든 이 의자의 콘셉트는 ‘꽃이 피는 첫걸음’. 의자의 모양도 꽃이 피는 모습을 형상화한 ‘꽃잎’이다. 바깥으로 벌어져 툭 떨어지는 꽃잎처럼 좌판에서 무릎 뒤쪽에 닿는 부분이 다른 의자보다 조금 더 길어 보인다. 엉덩이가 안정적으로 감싸지면서 안착되도록 좌판 모양은 엉덩이 라인을 적용하고 양 바깥쪽은 원주율을 이용해 이중각을 주었다. 

 

 

이중각 덕에 둥글게 말려 올라가던 좌판은 양 옆으로 벌어진다. 이를 지탱하기 위한 프레임도 곡선. 의자의 다리는 붉은 꽃을 받치고 있는 초록색 꽃받침처럼 바깥으로 벌어져 있다. 안쪽으로 들어오며 좌판 뒤로 갈수록 좁아지던 앞다리의 각도는 다시 벌려져 동글게 말려 내려가는 뒷다리로 균형을 찾는다. 어떻게 보면 살짝 기지개를 켜는 호랑이 같기도 하다. 뒷다리와 이어져 날렵하게 올라가는 등받이의 수직프레임과 등받이의 선에는 턱을 주어 변화를 꾀했다. 

 


이 의자는 전체적으로 곡선으로 되어있다. 직선가구를 더 원하는 세상인 것 같기는 하지만 곡선은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건 만든 이 뿐 아니라 그것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심플에 함몰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다’운 것이 있다면. 또 그게 편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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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세명(공방53) | 프리체어(free chair)

 

620W×800D×980H | 체리 | 500만원


● 기술로부터의 자유


이게 그저 꼿꼿한 체리 의자였다면 재미없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나무를 엿가락 휘듯 휘어버렸다. 등받이는 뒤로 뉘어 사람이 아니라 의자가 기대고 있다는 인상이다. 전체적으로 ‘호랑나비’를 불러야 할 것 같은 느슨한 자세로 이 의자는 잘도 서있다. 


목수는 기존의 제작방식과 디자인을 모두 비틀어버렸다. 나무의 섬유질을 괴롭혀서라도 새로운 선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등받이 꼭대기에서부터 꼭 붙어있던 얇은 단판들에서 뒷다리가 분리되어 내려가고 앞의 선이 팔걸이를 지나 앞다리로 내려오기까지 선이 양쪽에서 각각 두 번 꼬인다. 

 

목수는 의자를 만들 때 애초에 좌우 대칭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한 틀 없이 클램프를 잔뜩 조여 가며 건식 벤딩을 했다. 그래서 의자의 선들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르게 내려오는 것은 물론이고 좌판과 연결되는 부분도 다리에 맞게 따로 작업해야 했다. 스트레처 없이 좌판을 네 다리에 끼운 것이 전부지만 웬만한 무게에는 끄떡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벗어난 의자지만 아무래도 생각의 변화가 이 의자를 만든 것이 아니라 목수가 쌓아온 기술의 집적이 그 임계점을 넘어 이런 자유를 낳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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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령(캐비넷 속 사다리) | Hard Maple Armchair

650W×510D×750H | 하드메이플 | 가격 문의


● 나무의 뼈를 깎다


사슴 백골 같기도 한 뽀얀 백색의 가구다. 하드메이플은 이름처럼 매우 단단하지만 그 허연 색깔 덕분에 대리석 같은 느낌도 난다. 다른 말로 하자면 겉보기에 조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주 잘 어울리는 나무라는 것이다.

 

위에서부터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바깥으로 빠지면서 가늘어지는 다리에 둥근 등받이가 그야말로 잘 깎였다. 팔걸이는 윗면과 밑면, 옆면의 유희로 좁아졌다가 앞다리와 만나는 부분에서 다시 두꺼워진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만나는 부분들은 아주 세심하게 접합되어 조각되었다. 

 

 

일일이 깎았기 때문에 똑같은 규격은 하나도 나올 수가 없다. 여기에 앉는 것이 뭔 대수랴 하고 무심하게 놓인 얇은 좌판은 이 의자를 완성한다. 이 의자에서 좌판이 조금이라도 두꺼웠다거나 자기 모양을 갖겠다고 욕심을 부렸다면 지금의 균형은 깨어졌을지도 모른다. 

 

목수는 가구를 제작할 때 그저 어떤 느낌을 상상하면서 그 상상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갑자기 찾아온 디자인을 실루엣으로 간단히 옮기고 나무의 뼈를 조금씩 깎아가며 구체화 시킨다. 공예와 디자인과 예술의 적절한 조화를 찾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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