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제롬은 자연 현상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자연스럽게 물리학을 공부했고 학업을 마친 후에 체코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친구들과 가족이 멀어진 익숙하지 않은 그곳에서 그는 그 때까지는 몰랐던 내면 속 침묵의 공간을 발견했다. 그 발견으로 그간 쌓았던 과학적 지식을 미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으로 바꾸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고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로 돌아와 그는 연구를 그만두기로 했다. 실험실은 조각 스튜디오로 바뀌었고, 제롬은 숲에 나무를 주우러 다니면서 딱딱한 과학적 언어 대신 시적인 조형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과학에서 미학으로
결과물은 시적이지만 접근 방법은 여전히 과학적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과학 발견과 더불어 아르키메데스나 케플러, 아인슈타인을 작품에 불러오는 건 당연하고 말이다. 그 중에서도 인간 근원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공명하는 사물 간의 힘이나 빛은 그의 작업에서 핵심이 된다. 그렇다고 이론들을 알아야만 작품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지식적인 수식보다는 직관적인 미감이 세계의 원리를 단박에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력에 대한 수식을 보여주는 것보다 뉴턴의 머리 위에서 떨어진 사과의 이야기가 더 직관적인 것처럼. 완전히 인공적으로 다듬어지지 않는,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원시적이고 거친 상태의 나무는 우리에게 친숙한 도구들인 활이나 도르래, 추가 되어 우주의 원리를 예감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빛을 달고 그가 발견했던 침묵으로 통하는 순간을 만든다.
아름다움을 찾는 아스트롤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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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절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 볕 잘 드는 마르세유는 제롬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는 거의 매일 수영을 하고 암벽 등반 연습을 한다. 물과 암석, 땅을 매일 어루만지고 받은 기운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또 내일도 작품을 만든다. 우리의 ‘유레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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