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테이블의 상처, 그 내재적 아름다움

오브젝트 / 배우리 기자 / 2019-01-16 12: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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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수 디자이너의 2인용 식탁
태풍으로 만신창이가 된 느티나무 재해석
목재 물성의 디자인화

이 테이블은 우리에게 나무의 진면목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인 정호승 식으로 얘기하자면 좋은 나무로 가구를 만들면 더 튼튼하고 단단해질 수 있지만 그것이 가구를 만드는 목적은 아니다. 

 

상처의 미는 작품 제목처럼 흔히 결함으로 인식되는 나무의 썩은 부위에서 발견한 미적 잠재성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1200W×700D×735H l 느티나무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상판 모서리의 상처와, 상판에서 휘몰아치는 느티나무 목리의 조합은 매우 독특한 울림을 준다. 나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생명체의 고귀함과 내재적 아름다움이 주는 울림이다. 마을의 정자목으로 으레 사랑받은 나무가 바로 느티다. 우리말 느티의 뜻을 ‘솟아오르는 징조’ 정도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정서적으로 우리와는 친숙하다. 

 

코카서스 지방에서는 느티나무를 젤코바(Zelkova)라고 부르는데 돌처럼 단단한 기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느티는 일품 목재로, 또 의지목으로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으면서 1만 5천년이 넘는 긴시간 동안 생물학적 진화를 한 생명이다.

 


상처의 미에서는 목수나 디자이너이기 전에 자연의 일부분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겸손한 태도가 느껴진다. 이 테이블에 쓰인 느티나무는 지난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매미에 쓰러진 풍해목이다. 

 

박하수는 태풍으로 뿌리가 뽑혀 만신창이가 된 느티나무를 거둬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곁에 두고 자연 건조를 통해 목질을 다스렸다. 그리고는 경험 많은 목수라면 으레 꺼리게 마련인 풍해목의 상처들을 어루만지면서 최소한의 인위적 요소를 가미해 이 테이블을 완성했다. 


 

 

 

썩고 비틀려진 나무의 상처는 이 테이블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존재의 이유인 셈이다. 두 개의 골재를 이어 붙여 꺾인 형태로 구성된 다리 한 쪽은 박하수가 가장 적극적으로 이 테이블의 디자인에 개입한 부분이다. 

 

썩은 각재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썩은 가지의 느낌을 인위적으로 구성한 다리는 상판 모서리의 상처와 함께 느티나무 물성의 특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에이프런 같은 구성 요소를 배제하고 쌍장부촉으로 다리와 상판을 직 접 이어 물성의 느낌이 더욱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이 테이블의 용도는 2인용 식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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