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공예트렌드페어>...공예의 ‘적당함’과 ‘적절함’을 가늠하는 자리

칼럼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1-11-11 11: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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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완전한 공예의 현재
새로운 공예 시대를 위한 모색
MZ세대 공예가들을 위한 전시

 

공예가로부터 한 해의 공예를 마감하는 <2021 공예트렌드페어> 초대장을 받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예'란 언어도 '디자인'과 함께 고작 100년을 넘나드는 외래종 낱말이었음에 새삼 낯설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전히 공예의 적확한 뜻과 이해에 부족함이 많다. 누구는 도구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조형(성)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순수미술로 주장하지 않는 걸 보면, 공예가 일반적 의미의 ‘아트’를 지칭하지는 않는 듯하다.

사물에 명명된 언어는 그것의 세계관이자 상징체계다. 그렇다면 공예는 어떤 세계관을 담고,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걸까? 끝내 '쓰임'의 용도를 주장하면서, 예술의 중심으로 근접하려는 징후는 최 여러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예의 ‘참 세계관’이 더욱 궁금하다.

 

올해 공예트렌드페어의 창작공방관은 젊은 공예가들(?)의 신청이 밀려 아쉽게도 참여 기회를 놓친 이들도 제법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주제관은 장인에서 대학생까지 70여 명의 작품이 <형형색색> 주제로 펼쳐진다고 한다.

디지털경제에서 시대를 이끄는 디자인 패러다임, 첨단의 기술, AI, 메타버스로 이어지는, 가히 혁명적 변화시대에 공예는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 걸까? 경매장에서 24억에 낙찰된 조선 달항아리와 1만 원 짜리 도자로 만든 잔, 그 사이에 있는 것일까.

40년 숙련된 장인들과 대학 학부생의 공예품이 한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그 이유가 모름지기 탁월하고 정밀한 현대식 기계와 숙련된 목수나 서울 을지로 금속 사장님의 노하우에 있다면, 최소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공예의 기준은 좀 벗어나는 것 같다.

이제 웬만한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도끼, 톱, 홍두깨, 됫박, 고무신, 초롱불, 바가지, 물레, 수레바퀴는 향토유물관에 박제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예는 수저와 함께 질기고 모진 운명으로 오늘에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공예’가 내일로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공예란 언어가 있기 전에 불려졌던 '기물'이란 말이 사라진 것처럼.

 

내일의 공예는 전적으로 오늘의 MZ세대 공예가들에게 달려 있다

'쓰임과 아름다움'으로 해석되는 공예라 하더라도 그 쓰임과 아름다움의 의미 해석에 따라 수공품, 디자인, 패션, 명품으로 대체될 수 있고 혹은 조형으로 남을 수도 있다. 단, 사물의 기능과 형태를 조형이라는 이름 하에 비틀거나 과장한 시인성 ‘디자인주의(designism) 공예’는 절대 경계해야 한다. 그건 자칫 역사에서 아예 사라질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물질과 사물은 스스로 명명하지 않는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규정된다. 시대의 철학과 경제의 규모, 정치의 속성에 따라 이름 지워져 불린다. 공예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변화에 의해 생성한 그 이름이 ‘디자인 아트’든, ‘공예 미술’이든, 또 다른 이름이든, 그 변이의 추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 변화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우려면 미술의 경계에라도 안착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운신의 폭을 가질 수 있어서다. 그 이름의 성격이 조형과 관조, 개념과 의미주의를 지향하는 것일지라도.

 

적절함과 적당함의 공예


다양한 장소에서 특이한 형식과 모호한 메시지로, 1년에 300회 이상 열리는 공예 전시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술의 지시적 의미성에, 산업디자인의 물량 공세에 지친 대중에게 공예만의 여백이 긴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과 디자인을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공예의 정의는 미숙하고, 다분하다. 물결은 일고 있는데 목적지는 불분명하다.

개인기에 의지하는 현대공예는 디자인 산업처럼 만인을 위한 장르는 될 수 없고 또 시대와 체제, 종교, 철학을 마주하는 순수미술일 필요도 없다. 단지 결과물에 이르는 수행 과정을 통해 공예가 스스로 충만의 기쁨과 배려의 안위를 느낄 수만 있다면, 이는 그 어느 장르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공예, 공예가만의 세계가 될 수 있다.

수천, 수만 년 동안 부르던 ‘기물’이라는 이름 대신, 19C 말 '工藝'라는 신조어로 대신한 사물의 역사가 새 시대로 이어져 정착할지, 아니면 또 다른 신조어에 지워질지 오리무중이다. 내일의 공예는 전적으로 오늘의 MZ세대 공예가들에게 달려 있고 또한 그들이 결정할 것이다.

 

<2021 공예트렌드페어>는 공예라는 이름의 미래를 가늠하고 그 흐름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현장이다. 그래서 ‘트렌드’ 페어다. 적재적소에서 ‘적당함’과 ‘적절함’으로 삶을 일구고 공유하는 공예의 길을, 이번 전시에서 발견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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