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사진전 <나의 구름>... 사색과 관조 위한 평면성

아트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1-10-14 11: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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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금호미술관에서 전시한 김광수의 <나의 구름>이 17년 만에 다시 우리와 마주한다.

“내가 서 있는 위치, 땅과 하늘 사이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나의 이야기”를 남긴 후 작가는 홀연히 다른 세계로 위치를 옮겼다.

구름의 지평선 너머에 퇴적된 별무리를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 원형의 땅 투르카나에 정착해서 무한의 공간을 탐험했고, 몽골의 지평선에 매달린 빛을 담아내는 작업에 몰입했다. 또 땅 위의 현시적 생명의 본형을 규명하기 위해 사과나무를 묘사해왔다.

그런 작가가 다시 <나의 구름>으로 귀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한궤도를 비행하는 별의 낙차와 청공의 색감, 땅의 사과나무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의 근본과 만남의 연유를 부단히 물어왔고, 이에 작가는 그에 답해야 할 때와 의무가 왔음을 직감해서이다.

김광수의 구름 사진은 사색과 관조를 근간으로 평면성의 차분함과 담백함, 정연하면서도 완고한 개성이 배어 있지만, 사소한 재미보다 뚜렷한 윤곽으로 짜놓은 그의 사진은 자칫 나른한 나르시시즘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화면 어디엔가 걸쳐 있는 가로등, 나무, 담, 자동차 등의 현실적인 것들은 맥락의 탄력을 유지하고, 느슨한 풍경주의를 걷어내는 역할을 하면서 공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구름과 공간의 관계를 확장하면서 현실과 추상의 경계를 해체하는 수순을 밟는다.

김광수의 구름은 공간을 일정한 요소들로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요소들로 균형을 유지해, 자연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막연하게 흐르는 것을 차단해서 진동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세상의 사물과 사건의 목격자인 작가는 창조의 행위자가 되면서 강렬한 침묵의 구름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1mm도 안 되는 두께의 사진 <나의 구름>은 결국 작가의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자의 기록이다. 구름의 지평선을 지나 아주 멀고 까마득한 곳으로 향했던 그의 구름은, 지난 17년의 시간만큼 두툼해지고 묵직한 울림으로 귀환해 자리한다.

전시 장소: SPACE 22(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22층). 월, 일은 휴관
전시 기간: 2021.11.2.(화) - 11.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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