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달로젠탈의 극사실주의 조각...이것은 종이가 아니다

아트 / 김수정 기자 / 2021-09-01 08: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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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노트 한 권이 펼쳐져 있다. 노트에는 하와이 전도가 그려져 있고, 군데군데 찢어서 쓴 흔적이 남아있는 노란 리갈패드, 미국 여권, 그리고 세 장의 명함이 사뿐히 올라와 있다. 

 

노트의 주인은 여행을 즐기는 사람인 듯 노트 사이에 알래스카와 카리브해 안내 책자가 삐죽 튀어나와 있다. 리갈패드 한 구석에는 작고 동그란 얼룩이 있다. 가까이서 바라본 얼룩은, 놀랍게도 옹이다.

이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인 목조각은 미국의 조각가 렌달 로젠탈(Randall Rosenthal)이 만들었다. 그는 나무를 깎아 노트, 신문, 잡지, 돈다발 따위의 일상적인 소재를 극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해낸다. 나무로 이러한 조각을 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모든 작품이 각 부분을 깎아서 조합한 것이 아닌 한 덩이의 나무로 제작됐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움을 자아낸다. 

 

 

깎아낸 형상에는 아크릴 물감과 잉크로 채색해 사실감을 더했다. 랜달은 작업에 앞서 설계도를 그리는 것 같은 어떤 사전 계획도 세우지 않는데, 이러한 작업 방식 때문에 어떤 작품은 완성하는 데 10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그가 이런 기묘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내 작업 목표는 당신이 (사물의 실체를) 보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교묘한 솜씨로 우리의 눈을 끊임없이 속인다. 우리가 자꾸만 속는 것은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겉모습만으로는 실체를 올바로 파악할 수 없는 법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작업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을 떠오르게 한다.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그린 그림 밑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어두었다. 그의 말대로 그것은 파이프를 그린 이미지일 뿐 파이프가 아니었다. 렌달은 묻는다. 그동안 우리가 본 것은 무엇이었냐고.

렌달 로젠탈 Randall Rosenthal | 194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카네기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목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스미스소니언 공예 쇼(Smithsonian Crast Show), 2011년 뉴욕국제공예미술박람회(S.O.F.A) 등 다수의 전시에 참가했다. 2009년 백악관이 그의 작품 ‘Obama yellow pad’을 구입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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