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건축 구조물 '팀버 웨이브'

건축 / Ruth Slavid 리포터 / 2021-06-18 02: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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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 기법으로로 완성한 목조각
목재공학 기술의 새로운 시도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 입구에 세워진 아치 구조물'
아메리칸 오크 사용

 

임시 구조물이란 눈요깃감은 되지만 장기적인 의의는 별로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2011년 가을 런던에 세워졌던 작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 그리고 페스티벌이 끝난 직후까지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 외부에 세워졌던 <팀버 웨이브>라는 작품은, 목재의 구조적 활용에 대한 지식의 차원을 진일보시킨 인상적인 구조물이자, 그동안 유럽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목재의 성공적 활용을 선보인 무대이기도 했다.

높이 12.5미터에 이르는 <팀버 웨이브>는 미국활엽수수출협회(American Hardwood Export Council : AHEC)의 후원을 받고, 건축그룹 AL_A 사가 설계했으며, 건축설계 엔지니어링 회사인 Arup사와 전문 제작사인 카울리 팀버워크(Cowley Timberwork)가 참여한 작품이다.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제작에는 가구제조 기술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휘어진 목재를 보다 작은 크기의 구조물에 적용한 경험이 많았으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구조물이 스스로 지탱되도록 하기 위해 선행되었던 계산 작업에 대해 Arup 회사의 앤드류 로렌스는 “이전에 해봤던 그 어떠한 작업보다도 난해한 프로젝트”였다고 토로했다. 그가 거대 건축물 공학기술에 관한 한 손꼽히는 목재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이 설계한 프랑스 퐁피두 메츠 센터의 지붕처럼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작업들을 해왔던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의 이 같은 진술이 어떤 의미인지 좀더 와닿을 것이다.

이 구조물의 재료는 아메리칸 레드 오크로서,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있는 목재여서 미국활엽수수출협회는 이 목재가 유럽에서 더욱 널리 쓰이기를 바라기도 했다. 미국 동부 삼림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하드우드의 자원이자 가장 풍부한 수종(몇몇 수종이 혼합된 것이긴 하지만)이기 때문이다. 삼림자원이 환경적 측면에 있어 최대한 효과적인 방식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모든 수종을 고루 이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풍부히 존재하는 목재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같은 수종에 해당하는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는 홉킨스 아키텍츠(영국의 건축가 마이클 홉킨스의 건축회사)가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의회 건물인 포트컬리 하우스 건축에 사용하여 개척한 이후 구조물의 재료로 널리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아메리칸 레드 오크와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를 포함해 여러 수종에 대하여 구조적 테스트가 행해지게 되었고, <팀버 웨이브>가 탄생된 것도 그러한 자료 덕분이었다.

AL_A의 설립자이자 혁신적인 건축가인 아만다 레베트(Amanda Levete)는 이 작품 이전에는 큰 규모의 목재 작업을 한 적이 없었다.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프로젝트에 열렬히 뛰어들어, 목재를 많이 다뤄본 건축가였다면 오히려 더 어려웠을 신선한 발상의 전환을 성공시켰다. 수많은 버전의 디자인을 심사숙고한 끝에 최종적으로 확정된 <팀버 웨이브>는 적절하면서도 성취 가능한 것이었다.  

 

 


목재로 된 거대한 아치 구조물은 박물관 정문 위를 복잡다단하게 장식한 돌문의 아치형을 메아리처럼 따라하고 있는 듯했다. 한쪽 끝은 보도에, 다른 쪽 끝은 정문 앞 야트막한 계단 위를 디딘 채 지극히 자유로운 자태로 마치 박물관을 찾은 손님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네는 포르티코(portico.건물 입구에 기둥을 받쳐 만든 현관 지붕)처럼 서 있었다.

레베트는 이 프로젝트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디자인의 핵심에 기능성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 나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구조물의 경우 목표가 아주 확실해요. 스스로 지탱 가능할 것, 최소한의 강철 연결 장치만을 사용한 목재 구조물일 것, 높이가 12.5m에 달하지만 따로 뒤에서 묶을 필요가 없을 것.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구조물을 창조하는 것이지요. 이제껏 해본 작업 중 구조적으로 가장 복잡한 프로젝트였어요. 스트레스가 한이 없었지만 끝내 성공하고야 말았지요.”

근본적인 아이디어는 의외로 간단하다. 아치는 전체적으로 트러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건축가는 골격과 버팀대의 모든 부분에 커브를 줌으로써 구조가 쉬 읽히지 않게끔 만들었다. 구조상의 기술공학이 훨씬 복잡해진 것은 이 곡선들 때문이다. Arup 회사의 총책임자인 에드 클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구조적인 안정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매우 힘들었어요. 휨 부위 때문에 부하를 받는 경로가 복잡해지니까요.”



부분과 전체가 서로 밀접하다 보니, 안정감을 유지하려다 기술공학적 요소를 조금만 바꾸면 건축적 콘셉트 자체에 즉각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Arup 사와 AL_A 사는 바뀐 부분이 조금만 있어도 그 내용을 주고받으며 적용시키고 다시 계산하고 또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만 했다. 앤드류 로렌스는 이렇게 말했다. “주어진 예산, 시간, 기술공학 상의 접점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어쨌든 불가능하더라도 가능하게 만들 수밖에요.”

구조물은 구조용 집성재인 글루램으로 지어 올렸는데 가장 주의해야 했던 점 중 하나는 커브가 급격할수록 얇은 판은 더 얇아야 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난제는 접합 부위였다. 휨의 길이가 더 짧아졌고, 통상 네 개의 버팀대로 연결된 접합부가 복잡하게 연결되었으며, 하중이 가장 무거운 부위에서는 두 개의 끈으로도 연결했다.

이 모든 접합부들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었는데 부드러운 철로 만들면 오크목에서 자연 발생하는 타닌에 의해 부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버팀대는 판금으로 얇게 감싼는데, 끝부분의 돌출부는 볼트로 처리했다. 휜 부분은 철골의 끝부분에서 U자형 갈고리 접합 방식으로 모았다. 표준화 작업이 최대한 선행되긴 했지만 접합부마다 매번 다른 기하학을 적용시켜야 했다.

활처럼 휜 곳은 카울리 목재회사에서 제작한 7mm 두께의 목재를 층층이 붙여서 처리했다. 그런 다음, 필요한 커브 곡선을 얻기 위해 틀에 그것들을 놓았다. 모두 합쳐 24개의 커브가 있었지만 카울리 목재회사는 두 번째 커브까지 목재로 완성했기 때문에 틀의 수를 반으로 줄여 12개만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애초의 의도는 곡선 버팀대를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는 것이었으나, 카울리 사는 평평한 20mm짜리 얇은 판 세 개만을 가지고 만든 다음, 곡선 모양으로 잘라내면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때 목재의 결을 버팀대의 몸체와 나란하게 함으로써 목재의 힘을 최대한 이용했다. 커브의 가장자리는 결이 가지런하지 못한 대신 보강용 철판으로 강화시켰다. 카울리 사는 직각의 가장자리의 연결 부위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를 단면으로 자르면 둥근 모양이 된다.

여러 기증자에 의해 제공된 목재들은 구조 등급이 모두 높았지만, 카울리 사는 선별작업을 더 세심하게 하여 최고 등급의 목재가 집성의 가장 바깥 부분에 쓰이도록 해 하중을 견딜 수 있게 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계산이 다 맞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접합과 목재 자체에 대한 강도 높은 테스트를 거쳤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런 결과로 건축가 레베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더 과감하게 해도 됐을 뻔했어요.”

미국의 여러 공급회사에서 오크목을 기증했는데, 이 목재들은 아주 창백한 색에서 짙은 붉은색까지 색감의 농도 폭이 매우 풍부하고 다양했다. 이는 아만다 레베트가 무척 좋아했다. “나는 레드 오크의 다양성을 좋아해요. 이것이야말로 천연의 재료로 작업하는 데 있어서의 기쁨이지요. 진정한 완벽함이란 천편일률적인 데 있는 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이니까요.“

이 프로젝트는 목재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를 널리 입증했으며 하드우드, 특히 아메리칸 레드 오크의 구조적 활용도를 알린 무대와도 같았다. 만약 소프트우드를 썼다면 모든 부분이 더 두꺼워졌을 것이며 우아함의 미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혹독한 작업과정을 통해 기술공학자들은 목재에 대한 지식수준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영국에서 손꼽히는 혁신적 건축가가 열혈 목재 애호가가 되고 말았다. 목재의 지식과 평가를 넓게 확산한 <팀버 웨이브>는 임시 구조물도 영구적인 임팩트를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Ruth Slavid | 런던에서 활동 중인 건축 칼럼니스트이자 컨설턴트이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금속공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15년간 ‘The Architects' Journal'에서 에디터로 근무했다. 2008년 프리랜스로 전향 후 건축 관련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로렌스 킹 출판사의 ’Wood Architecture'와 ‘Wood Hous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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