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조선공학(造船工學)'

뉴스 / 유재형 기자 / 2021-07-14 00: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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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의 주력함은 판옥선
소나무는 삼나무보다 강하다
목재 결합 강도의 한판승
▲ 해군사관학교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수군조련도의 판옥선 


조선의 무기는 판자로 지은 집?

판옥선의 뜻은 '판자로 만든 집'이란 뜻이다. 판옥선 이전의 주력 군함인 대맹선은 갑판 위가 평평한 평선형인데 비해, 판옥선은 갑판 위에 다시 갑판(상갑판)이 추가되어 있고, 장대(將臺)도 설치되어 있기에 ‘판옥선'으로 부르게 됐다. 중종 39년에 판중추부사 송흠은 당시 전라도 지역에 침입하는 중국 해적선이 “백여 명이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크고, 판자를 사용하여 배 위에 집을 만들었으며(以板爲屋), 나무판자로써 방패를 세웠다(用板爲障)”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보이는 以板爲屋이라는 문구는 판옥선이라는 이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 수군의 주력함은 판옥선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의 역할은 상당 부분 과장됐다는 주장이 많다. 거북선은 소나무를 주 재료로 박치기할 수 있는 앞이마, 옆, 뒤 몇 군데를 참나무나 녹나무, 가시나무를 덧대어 만든 목선이다.

거북선이 훌륭한 군함인 것은 틀림없으나, 거북선이 조선 수군의 주력군함은 아니었다. 오히려 판옥선이 실제 전력 대다수를 차지하는 조선 수군의 주력 군함이었다. 판옥선과 각종 화약 무기야말로 이순신의 뛰어난 군사적 자질을 물질적으로 뒷받침한 핵심적인 토대였다.

판옥선은 2층으로 이루어진 싸움배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른 배는 갑판 위가 보여 적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어 있으나 판옥선은 전투병이 2층 갑판에서 내려다보며 공격할 수 있고 노를 젓는 노군은 1층에서 노를 젓는 것으로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두꺼운 소나무 판자로 만들었기 때문에 견고하여 풍랑에 견딜 수 있었고 넓은 갑판 위에 대포를 장전 할 수 있어서 사정거리도 확보할 수 있었다. 배가 크다 보니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었기에 일본 배와 싸울 때는 당파라는 박치기 전법으로 일본 배를 제압하는 방법을 썼다.

실제로 큰 싸움이 벌어졌던 칠천량전투(1597)을 묘사한 그들의 기록에 보면 “조선 배는 우리 배보다 비교가 안 될 만큼 크다. 조선 배에 바짝 달라붙어도 자루의 길이가 두 칸이나 되는 창으로 미치지 못하니 배에 뛰어드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라고 적고 있다.

소나무는 삼나무보다 강하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의 활약은 대단했다. 수백 척의 일본 전함 속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부수고 침몰시켰다. 도망가는 배는 천자총통이나 황자총통이란 대포로 격파하였으며 가까이 오는 배는 용머리로 화염을 뿜어서 불태워버렸다.

그러나 아직 진짜 거북선은 한 척도 실물이 인양되지 않아서 실제 거북선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전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무의 우수성을 십분 활용하여 전투에 유리한 배를 만들었기 때문에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그만큼 훌륭했다고 볼 수 있다.

적선을 향해 돌격하려면 단단한 나무가 필요했고, 그래서 배 전체는 소나무를 사용하였다. 반면 일본의 배는 국방일보 김병륜 기자의 지적처럼 삼나무나 편백나무를 소재로 사용했다. 소나무는 다루기가 쉽고 구하기도 쉬울뿐더러 침엽수 중에는 가장 강한 나무이다. 박치기에 알맞도록 주요 부위는 더욱 단단하고 강한 참나무를 사용하거나 해안가에 많은 가시나무나 녹나무로 덧대었다. 기록에도 보면 배의 앞면은 眞木(진목) 즉 참나무로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참나무는 1Cm³에 500Kg의 압축 강도를 견딜 만큼 질기고 단단한 나무이다. 해변가에 주로 자라는 참나무 종류인 가시나무는 이보다 더욱 단단한 나무이다.

정조18년(1794)호남 위유사 서용보가 임금께 올린 상서에서 “가서목은 강하고 질긴 좋은 재목으로 군용으로 수요가 크다”라고 하였다. 가시나무가 배를 만드는데 많이 쓰였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나무의 쓰임에 따라 나무를 잘 골라 쓰는 지혜가 있었다.


▲ 판옥선(문화재청 제공)

 


거북선에도 돛대가 있을까?

한국 돛의 형태는 러그 세일형Lug Sail이다. 판옥선이나 거북선 같은 큰 배는 돛이 2개인 쌍범(雙帆)이다. 쌍범일 경우 앞부분의 돛대를 '이물 돛대'라고 부른다. 두 돛대의 크기는 뒤쪽에 있는 돛대가 조금 더 큰 기본돛대가 된다.

돛대로 사용하는 나무는 강도가 우수한 참나무 계통의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조록나무를 사용했다. 특히 큰 배에는 다오목(多吾木)이라는 특수한 참나무를 썼다. 옛 해전을 기록한 그림이나 복원 모형을 보면 어떤 것은 돛대가 있고, 또 어떤 것은 돛이 보이지 않는다. 돛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의 한국 전통 배가 돛대를 눕히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선회에 유리한 평저선

조선 전통 배의 가장 큰 특징은 용골이 없다는 점이다. 용골이란 배의 등뼈를 기준으로 판자를 붙여 배의 아래가 역삼각형으로 좁게 만들어 바닷물의 저항을 최대로 줄여 속도를 내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조선의 배는 대부분 용골이 없는 밑바닥이 평평한 평저선(平底船)이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해안선이 길고 갯벌이 많아서 출입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썰물 때 배를 갯벌에 올려놓고 작업 할 수 있으며 항구가 아니라도 어디에나 정박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군선인 세키부네는 바닥이 뾰족한 첨저선이다.

평저선은 선체저항이 커서 직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평저선은 연안이나 내륙 하천에서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도 이순신을 만나면 전세가 역전된다.

침저선의 경우 균형 잡기가 어려워서 화포를 많이 싣기 어렵다. 또 화포의 반동 탓에 배가 심하게 흔들려 병력의 피로도가 증가하는 등 전체적인 전술운용에 영향을 끼쳤다. 평저선은 배 밑이 평평하여 해류를 잘 타긴 어려워도 더 많은 화포를 실을 수 있어 화력 면에서 뛰어났다.

 

▲ 강인한 목제로 제작된 함포 수문

목재 결합 강도의 한판승

전통 목조건축이 철제 못을 배제하는 만큼 전통배도 같은 양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전통 배는 철제 못을 사용해 건조했다. 염분이 높은 바다에서 철제 못을 사용한 배의 한계는 분명하다. 부식이나 이음매의 결합강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나무못을 이용한 조선의 배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틈이 벌어지지 않아 처음 건조 때와 같은 전투력을 유지했다. 나무못은 같은 나무재질과 맞다 젖기 시작하면 팽창하는 성질로 말미암아 더욱더 견고한 밀착력을 가지게 된다.

임진왜란에서의 조선 수군의 승리는 수종과 나무를 다루는 힘, 곧 당대의 조선기술 대결에서 앞선 결과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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