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cm 굵기의 밧줄에만 의지해 몇 십 미터 높이의 나무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보리스트’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보면 ‘수목관리전문가’ 쯤이 된다. 보호수 치료나 가정집의 고사목을 제거하는 일에서부터 우수한 종자를 채취해 산림자원을 보존하는 역할까지 아보리스트를 필요로 하는 영역의 폭은 넓다.
나무와 함께 일하는 직업이라고 하니 언뜻 낭만 있게 들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안전을 위해 챙겨야하는 장비의 무게만도 무려 20kg인데다가, 작업 도중에 나무가 언제 어떻게 방향을 틀어 쓰러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임에도 이들이 밧줄을 허리춤에서 풀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무 위에서의 일상이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근사한 일임은 분명한 듯하다.
아보리스트는 아니지만 나무 오르기 교육에 참여한 몇몇 일반인들의 후일담을 전한 신문 기사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늘 휠체어에 앉아 남들보다 낮은 땅만 바라보다가 나무에 올라보니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더라”는 한 장애여성의 이야기, “내가 피카소가 된 것 같다. 이제 세상이 입체적으로 보인다”라며 눈물을 흘린 이까지. 신기하게도 모두 지상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외려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높은 곳이라 봐야 자이로드롭 위에서 벌벌 떨었던 경험이 전부인 나로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체험해볼 수가 없으니 잠시나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1m, 5m, 10m······. 발끝이 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용기를 내어 질끈 감았던 눈을 떠보니 시선이 향하는 곳마다 푸른 잎사귀와 깨끗한 하늘이 차오른다. 꽉 동여맨 로프를 믿기로 결심한 뒤로는 졸아 있던 심장도 조금씩 박동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24시간 귓가를 맴도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휴대전화의 진동소리가 사라졌음을 불현 듯 깨달은 순간에는 이유 모를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나무를 오르고 난 뒤 눈물을 글썽거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아보리스트처럼 나무에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 수가 필요하다. 아쉬운 대로 다리가 긴 오두막이나 정자를 찾아 나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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