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기쁨이 흐르는 집, 류이재>...뱃속에 품은 아이를 잉태하는 심정으로

박신혜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7 18: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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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표현할 때 ‘산고의 고통’이라 말하곤 한다. 예정된 산고의 고통 앞에서도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는 기꺼운 마음으로 열 달 동안 아이를 품으면서 앞으로 태어나고 자랄 자녀의 성장을 꿈꾸며 기록을 시작한다.

여기 건축가의 철학과 건축주의 소망으로 탄생한 집이 있다. 그렇게 태어난 공간에 건축가는 건축주인 부부의 성을 조합하고 기쁨이 흐르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아 ‘류이재’라는 이름과 그동안의 기록을 적어 내려간 건축 일지를 선물했다. 건축가 이광만 역시 아이를 밴 어머니와 다르지 않았을 거다. 류이재는 본인의 지난 30년 건축인생과 철학을 집약해서 지어진 집이니까.  

 

 

삶을 담는 그릇, 집





건축주 부부는 동네 끝자락, 자연과 접속하는 대지를 찾기 위해 3년 동안 길을 헤맸다. 그러한 부부의 노력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더더욱 아무렇게나 집을 지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집이란 삶을 담는 그릇이라 생각하는 그는 부부에게 어떤 삶을 선물하고 싶었을까?

류이재는 착하고 편한 집은 아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냉난방이 되는 빌딩숲 사이에서는 계절을 모르고 살아도 상관없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오롯이 받아내는 류이재에서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부지런해져야만 했다. 부부는 집주인이 되어 집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게 아니라 류이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은퇴한 부부에게 류이재는 늦둥이와 다를 바 없다. 잡초 제거는 물론 노출된 보와 서까래가 변형되지 않게 세심하게 집을 돌보아야 하는 등 뒤치다꺼리하는 일이 갓난아이 못지않다. 우는 아기에게 왜 우느냐고 화를 내는 부모는 많지 않다. 그보다는 배가 고픈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지, 울음을 멈추게끔 아이를 달래려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일이다.

지금쯤이면 집이 지어지기 전부터 머물러있던 백일홍이 짙은 녹음을 가진 뒷산과 어우러져 붉은 꽃이 한창 피우고 매력을 뽐내고 있을 것이다. 주인 부부는 통창 너머 뒷산을 배경삼아 바람에 흔들리는 백일홍의 애교에 흠뻑 빠져있겠지. 새롭게 탄생된 가족이 궁금하다면 산모수첩과도 같은 이 책을 한 번 펼쳐보시길. 드로잉과 설계도면, 사진 등 꼼꼼한 현장 기록과 건축가의 해설이 독자를 한순간 류이재 앞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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