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은 다른 지방에 비해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 그럼에도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북한강을 따라 도로를 달리다 보면 산등성이 사이사이로 점처럼 찍힌 주택이 보인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올라 양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올 즈음, 산을 병풍으로 삼고 있는 단층집 우드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사연 많은 나무 집
우드하우스의 건축주 김흥한 씨는 오래 전부터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획일화된 아파트에서 답답하게만 살고 싶지 않았다. 가정이 있는 이상 혼자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행이 아내 김혜영 씨 또한 남편의 뜻을 지지해주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일터가 있는 구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서울로 오가기 편한 양평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전원에서의 삶을 결정하고 나자 두 사람은 그 길로 양평에 땅을 보러 다녔다. 그들이 찾은 대지는 수변지역으로, 이곳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양평군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만 했다. 부부는 군내로 이사를 왔고, 시공사를 찾아 집이 지어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업체와의 관계는 수월하지 않았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서로의 뜻이 달라 삐걱거렸다. 게다가 시스템은 체계가 불분명했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시공자로 인해 부부는 자신들이 더욱 발 벗고 나서 진행해야만 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스케치를 해주지 않았고, 게다가 자신들이 직접 스케치를 하며, 원하는 집을 설명해야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재를 파는 가게에 들렀는데, 거기서 블루하우스코리아의 담당자 분을 만나게 됐어요. 제 사정을 얘기하니 단번에 문제점을 파악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날 저희가 살 집의 스케치를 다시 그렸는데, 아내와 제 맘에 쏙 드는 집이었어요. 잠깐 나눈 대화였지만, 제가 봉착한 문제에 진심으로 걱정을 해 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모습에 깊은 신뢰가 생겼죠. 바로 그 자리에서 가계약까지 하게 됐어요.”
건축사와 건축주의 인연은 이렇게도 연결된다. 평생 살게 될 집을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좋은 집을 만나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과도 같다. 건축사와 건축주의 인연이 오래도록 유지 되는 것도 집이 잘 지어졌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건축가와 건축주의 만남은 우연처럼 찾아왔다. 집은 또 다른 운명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블루하우스코리아에 집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맡겼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집의 설계는 끝났지만, 이미 사 놓은 땅에는 세우기 힘든 구조였다. 부부는 다시 대지를 구해야만 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설계만 해 놓은채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양평읍 00에 우드하우스의 터를 잡았다.
중목구조로 쌓아 올리다
부부가 원하는 집은 단순했다. 둘이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리 클 필요는 없지만, 원룸처럼 주방과 거실이 트여 있으며 각자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집이길 바랐다. 따라서 집은 단층으로 짓고, 넓은 거실과 주방을 만들었다. 대지 면적은 넓지만 방은 그리 많지 않다. 부부가 쓰는 안방과 게스트룸, 다용도실, 그리고 서재 겸 남편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공간인 다락이 전부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놓인 넓은 테이블은 이 두 공간의 완충지다. 부부는 이곳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거나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도 한다.
이 집의 이름이 우드하우스인 이유는 거실 한 쪽에 서 있는 나무 기둥과 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기둥과 나무 천장은 이 집이 중목구조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중목구조는 미리 재단된 목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정형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공기(공사기간)가 짧고 시공의 완성도가 높다. 우리나라 한옥이 대표적인 중목구조 방식이며, 특히 내진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목조주택에서도 주로 택하는 목구조다. 이전 시공사에서 체계적이지 않은 시스템으로 불편을 겪었던 건축주는, 중목구조가 지닌 이러한 장점을 고려하여 우드하우스의 목구조를 결정했다.
목재가 벽체에 가려 구조가 보이지 않는 경량목구조와 달리, 중목구조는 자연스럽게 마감재를 노출할 수 있어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거실 천장을 떠받들고 있는 나무 기둥은 구조의 역할을 한다. 보통 중목구조는 스팬이 6m까지 가능한데, 거실과 부엌을 합친 공간은 거의 5.64m×6.28m에 달했다. 기둥은 이를 받치기 위해 구조적으로 들여왔으며, 거기다 인테리어 요소까지 더해 이 집의 상징적인 부분이 됐다.
경량목구조의 목재는 벽체에 가려 구조가 보이지 않지만, 중목구조는 자연스러운 목재 노출로 나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거실 천장은 북유럽산 삼나무가 쓰여 집 안은 은은한 나무 향이 맴돌았다.
부부의 삶
시골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고층 빌딩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어 밤이 되면 깜깜하다. 둘이서만 지내는 시간이 적적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남편 흥한 씨는 오히려 시골에서의 생활이 더 분주하다고 말한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집에서 잠만 잤던 것 같아요. 집이라는 개념보다 일하러 가기 전 쉬는 곳에 불과했죠. 도시에서는 언제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니까, 집에서도 이 스트레스와의 싸움은 계속됐어요.”
2006년 다녀온 아일랜드 여행은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에 불을 지폈다. 부부가 일년동안 머물었던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은 밤이면 아무것도 없이 깜깜할 정도로 한적했지만, 두 사람은 지루하지 않았다. 춘천에서 나고 자란 남편 흥한 씨와 달리 전형적인 도시 여성인 혜영 씨가 전원에서의 삶을 크게 반대하지 않은 것도 여기서의 기억 때문이다.
주말이면 부부는 스쿠터를 타고 집 앞 시장에서 장을 본다. 조그만 스쿠터에 나란히 앉아 가노라면, 제주도 남쪽 섬도 부럽지 않다. 그 순간만큼은 동네가 아닌 여행지가 된다. 휴일에는 친구들이 자주 찾아와 바비큐 파티를 한다. 요즘처럼 따뜻한 날에는 양평에 찾아오겠다는 친구들의 약속으로 한달이 꽉꽉 찬다. 부부는 하루하루 다른 창밖의 풍경처럼 매일이 새로운 전원에서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다.
처음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에 이르러 지금에 오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은 연인이자 가족이고, 때로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딩크족으로서의 삶은 상대에게, 그리고 각자의 인생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부부는 앞으로도 서로가 가장 가까운 반려자가 되어 살아갈 것이다. 나무 집이 품은 향은 오래도록 부부를 감쌀 것이다.
사진 김진섭, 블루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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