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자연에 대처하는 공항의 자세... ‘Jackson Hole Airport’

송은정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7 09: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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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안에 지어진 미국의 유일무이한 자연 공항
더글러스 퍼와 햄록이 감싸는 목배 공항

 

여행의 첫 인상은 공항에서 시작된다. 피곤함과 설렘이 섞인 나른한 몸이 비행기를 빠져나와 출국장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은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항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 떠다는 임시처가 아니라, 여행지가 속한 지역과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태도

미국 와이오밍 주의 작은 마을 잭슨홀은 충천남도보다도 넓은 면적을 가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과 수려한 장관을 자랑하는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잭슨홀 공항은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여행객들을 충분히 수용하기가 점차 어렵게 되자 리노베이션을 통해 공간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최근 탈바꿈했다. 

 

 

 


리노베이션을 맡은 겐슬러(Gensler)는 우리나라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설계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세계적인 건축설계 기업이다. 국립공원 내부라는 지리적 조건은 잭슨홀 공항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장점이지만, 공항을 리노베이션하는 동안에는 골치 아픈 걸림돌로 작용했다. 건물의 높이가 지역 법규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된 것은 물론이고, 공항을 둘러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잭슨홀 주변의 짙은 지역적 특색을 담아내야 하는 과제까지 더해졌다. 겐슬러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기술력을 통해 그들에게 주어진 여러 숙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가장 기본적인 콘셉트는 거대한 자연물의 아름다움을 거스르지 않는 심플한 구조로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세로로 긴 직사각형의 건물은 공항 뒤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산맥을 바라보기 위한 최적의 형태다. 또한, 새로운 건물을 추가로 짓는 대신 기존 공항의 공간을 2배로 확장하고 내외부의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었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철거된 일부 글루램 기둥들은 이용객들을 위한 벤치로 재탄생하여 실내외에 배치됐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미국그린빌딩위원회에서 개발한 친환경 건축물 평가 시스템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로부터 실버 서티파이드 등급을 받았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성과 중의 하나다.

더글러스 퍼와 햄록이 감싸는 공간


 


와이오밍 주 지역의 헛간과 창고에서 주로 발견되는 소박한 구조에서 영향을 받아 지어졌기 때문일까. 공항 내부는 산맥의 어느 자락에서 마주칠 법한 롯지처럼 안락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맴돈다. 한낮의 햇볕이 그대로 쏟아지도록 한 넓은 창과 내외부의 마감재로 쓰인 나무 때문일 것이다.

잭슨홀 공항의 기본 골조는 나무로 세워져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건물을 받치고 있는 지름 24인치의 더글러스 퍼 기둥과 글루램을 사용한 대들보다. 공항의 메인 공간인 티켓팅홀을 드라마틱하게 가로지르는 이 대들보는 철근 접합물을 통해 기둥과 연결되어 서로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이때 사용된 더글러스 퍼와 글루램 모두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보증하는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자재다. 한편, 실내 천장과 건물 외부의 처마 안쪽은 햄록으로 마감했다. 이는 햄록만의 섬세한 나뭇결과 밝기 때문에 특별히 선택한 것이다.

 


설계에서부터 인테리어, 브랜드 디자인과 공공미술품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계획을 통해 완성된 잭슨홀 공항은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국립공원이라는 주변 환경의 제약에 쉽게 타협하지 않고 성실히 극복해나간 잭슨홀 공항은 전 세계에서 날아온 방문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며 오래도록 기억될 준비를 마쳤다.

사진 Matthew Mil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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