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한옥이나 고가구를 활용한 고재 제품이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정된 양에 높은 가격은 고재의 대중화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낡은 미군부대 건물에서 목재를 얻으려 한다면, 건물을 해체하고 이를 제재소에서 가공한 다음 규격에 맞게 패널을 생산해야 한다. 폐목재에 박혀있던 각종 금속부속물과 오염 물질 등도 제거해야 한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판매용 고재를 제작했다 해도 오래된 나무들이기 때문에 운송 중이나 제품 제작 중에 쉽게 부서지곤 한다. 한옥 기둥 같은 경우에는 목재를 제재하면 표면 부분은 고재 느낌이 나지만 가운데 부분은 여전히 흰 속살을 지니고 있어서 앤티크 가구 제작에는 적절하지 않다. 한옥 기둥은 기둥 자체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 고재 수입으로 시작된 고재 대중화
국내용 폐목을 이용한 고재 산업화는 수지타산 문제 때문에 일반화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동남아시아 고재를 수입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고재 트렌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고재 판매로 유명한 업체들은 대부분 10년 전부터 고재 사업을 시작했다. 고재의 트렌드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다. 시중에서 주로 판매되는 고재는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된 것들이며 인도네시아 폐선박에서 가져온 티크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다. 대체로 상업공간에 적용되지만, 차별화된 주거공간을 구성하고자 하는 중산층 이상의 가정들도 고재를 많이 찾고 있다.
고재의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새 나무를 직접 고재로 만들어 제작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한정된 고재 양을 직접 ‘제작’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만들어진 고재가 오리지널보다 훨씬 더 저렴한 것도 아니다.
아트월의 경우 오리지널 고재의 가격은 보통 가로1m×세로1m에 7만 5천 정도이다. 직접 제작한 고재는 5만 원대도 있지만 패턴과 페인팅 등의 가공 프로세스에 따라 오리지널 고재보다 비싸지기도 한다.
만들어진 고재는 쉽게 부서지지 않고, 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펜시한 빈티지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 물론 소비자들이 오리지널 고재를 더욱 선호한다.
고재가 지닌 대안적인 문화 담론도 함께 유행되어야
고재의 유행이 대중들의 다양한 건축·인테리어·가구 등의 취향이 형성되어가는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환경을 고려한 ‘재활용’의 개념이 부족하다. 또 넘쳐나는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문화로놀이짱의 안연장 대표는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목재가 매년 200만 톤에 달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비용과 효율만으로 폐목재의 사용을 판단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나무를 재활용하는 것의 문화적, 생태적,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어야 보다 풍족한 고재 사용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중심축으로 작동해왔고, 이런 나무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흔히들 말한다. 그렇다면 ‘버려진 낡은 나무’들의 재활용이 부상하고 있는 때에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 줄 수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도 함께 읽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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