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관 목수노트 ③] 직업목수가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에 대하여

칼럼 / 편집부 / 2020-05-14 23: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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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야 5, 6년의 시간 소요
상업가구와 비상업 가구의 차별적 시간성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준비


“목수를 직업으로 가지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직업목수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받는 질문이다.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묻는 사람들도 안다. 하지만 대강의 평균적인 준비기간을 알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대강의 대답은 이렇다.
“인맥이 좋은 경우 최소 3년,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5, 6년 정도 예상하시면 됩니다. 만약 그 기간 안에 직업목수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굉장히 빠른 겁니다.”

조금이라도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또한 3년이나 5, 6년이라는 숫자 또한 편의상의 기간인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구를 만드는 목수의 종류에도 몇 가지 분야가 있지만, 이 칼럼에서 다루는 분야는 짜맞춤 기법을 통해 생활가구를 만드는 목수를 전제로 한다.

목수가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본적인 조건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공기술이’며, 또 하나는 만든 가구를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이다.
이 두 가지 전제조건 아래서 직업으로서 목수의 준비기간에 대해 살펴보겠다.

일차적인 질문은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공기술을 갖추는데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가’ 이다. 2017년,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우드플래닛> 주최한 ‘우리가 몰랐던 가구’전이 열렸다. 당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의 목수 33인이 참여한 이 전시는 그동안 열렸던 목가구 그룹전 중 가장 많은 목수들이 참여한 최대규모의 전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 영광스럽게도 이 전시에 참여를 했다. 어느 날 전시를 마치고 몇 명의 목수들과 한 맥주집에서 자리를 하게 되었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20여 년 경력의 목수들이었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내가 “초보에게 목공기술을 가르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20여 년 경력의 한 목수가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말했고, 나머지 목수들도 대체로 동의를 했다. 결국 중론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략 6개월 정도면 충분하고, 집중적으로 지도하면 3개월 정도면 가능하다”로 모아졌다.
 


| 비상업적인 가구와 상업 가구의 시간차

| 마케팅과 홍보를 위한 차별적 전략 


나 역시 이견이 없다. 일주일에 5일씩 교육을 받는다면 3개월 정도의 기간 안에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공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실제로 3개월 배운 후 목공방을 창업한 사람들도 많다. 가구를 만드는 목공기술은 3개월이면 충분히 습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나의 전제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본인 집에서 사용할 가구처럼 비상업적인 가구’라는 전제이다. 판매를 위한 가구라면 3개월 안에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간단히 산술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직업목수인 내가 식탁 한 점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이다. 백골(오일 등 마감을 하지 않은 상태)을 만드는 기간이다. 이후 하루에 한 번씩 오일oil을 먹이는데, 오일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번에서 5번 정도 바르니 이 역시 3일에서 5일 정도 소요된다. 초보가 기술을 배우며 식탁을 만든다고 하면 3개월 정도면 정말 열심히 할 때 6점 정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랍장 등 다소 구성요소가 많은 가구를 만든다고 하면 만든 가구의 수는 더욱 적다. 식탁만 만들어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불과 6점 만들어 본 사람이 대중에게 판매할 수 있는 식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는 힘들다.

나는 상업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안정적인 목공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대략 3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목수 역시 하면 할수록 어렵고 경력이 오래될수록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끊임없이 늘어난다. 하지만 대략 3년 정도면 새로운 품목이나 디자인을 접해도 스스로 실험하고 공부하며 가구를 만들 기초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가구를 만드는 기술이 갖춰졌다 하더라도 직업목수에게는 더 큰 고비가 남아 있다. 바로 ‘마케팅’이다. 직업목수란 가구를 판매해 수입을 얻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 자기만의 디자인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많은 목수들이 가구회사나 다른 목수들과 분명하게 차별되는 디자인을 확보하는데 실패한다. 현재 활동하는 목수들 중에서도 자기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디자인을 보유한 사람은 몹시 드물다. 자기만의 디자인이 없다면 효율적인 홍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홍보라는 것은 차별성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디자인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홍보/마케팅’은 넘기 힘든 산이다. 뛰어난 목공기술과 자기만의 디자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홍보/마케팅’에 실패해 사라지는 목수들 역시 많다.

목공기술과는 별도로 자신만의 디자인을 개발하는 기간, 그리고 그 가구를 세상에 알리는 기간 역시 꽤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 목수 양웅걸의 '목수의 시간'

| 준비된 목수에게 주어지는 기회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웅걸 작가의 사례는 목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예시가 될만 하다.

군복무 중 처음 목공을 접한 양웅걸 작가는 제대한 후 2007년에 목공의 세계에 입문한다. 양 작가는 “약 3년 정도가 지나니 짜맞춤 기법에도 익숙해지고, 만드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양 작가는 타고난 감각과 성실성을 갖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목공기술을 갖추는데 3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는 사실은 참고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양 작가의 고민과 준비는 끝나지 않았다. 대중에게 어떤 가구를 선보일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으로 그는 계원예술대학을 입학하며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다.  

 

▲ 양웅걸 목수의 ‘청화소반’ 시리즈 

 

양웅걸 작가를 세상에 알린 것은 ‘덥썩 시리즈’이다. 목재와 금속을 사용한 이 시리즈로 주목을 받으며 가구시장에 등장한 양 작가는 이후 도예가 박선영과 협업한 청화소반을 통해 안정적인 인지도를 확보한다. 양 작가는 ‘덥썩 시리즈’와 ‘청화소반’ 모두 기획부터 완성까지 각각 2년에서 3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말한다.


대기업에서 한 점의 가구를 출시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을 생각하면 개인이 상품성 있는 한 점의 가구를 기획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양 작가가 하나의 시리즈를 기획하고 완성하는데 2년의 기간이 소요된 것은 상당히 빠른 시간이었다고 본다.  

 

2007년 목공에 입문한 양웅걸 작가가 덥썩 시리즈로 시장에 진입한 것은 2012년 12월 공예트랜드페어이다. 입문부터 자신만의 디자인을 가지고 등장하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 등장했다고 바로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청화소반’ 시리즈 등 그의 준비는 계속된다. 수입이 없지는 않지만, 실험과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컸다. 양 작가는 “2015년 후반, 2016년 초반 즈음부터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입이 안정적으로 순환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목공에 입문한 후 8년 만에 그는 비로소 안정적 수입을 확보한 ‘직업’ 목수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양웅걸 작가는 내가 만난 목수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가졌으며, 성실한 사람이다. 또한 젊은 나이에도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있어 그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는 목수들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감각’, ‘성실’, ‘사교성’을 모두 갖춘 사람이다. 그런 그도 입문에서 직업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8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 글의 서두에서 내가 ‘아무런 인맥이 없으면 5, 6년 정도’라고 말한 것은 적어도 양웅걸 작가 정도의 덕목을 갖추었다는 전제 아래서다. 지금은 양 작가가 시작할 때 보다 여러 가지 조건이 더 좋아졌다고 본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대중과의 훤활한 소통을 위한 채널들이 열려 있고, 젊은 작가를 찾는 문화도 더 확산되었다. 때문에 감각이 뛰어나고 사교성도 좋으며, 무엇보다 성실하고 끈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5, 6년 정도에도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짐작해 보는 것이다. 대중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는 가구 리스트가 전제되어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운 좋게도 주변에 갤러리 대표나 기자 등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들이 있다면 시간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내가 만난 목수들 중에 두 명이 함께 운영하는 공방이 있었다. 일 년 정도 목공을 배운 후 약 6개월 정도 포트폴리오를 제작한 이들은 아주 빠르게 자리를 잡은 드문 예이다. 이렇게 빠른 정착이 가능했던 중요한 이유는 두 명 중 한 명의 친척이 강남에 가구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척은 편집숍의 2층 한쪽 공간을 이 두 목수의 쇼룸으로 사용하게 해주었고, 이 편집숍의 기존 고객을 중심으로 이들의 가구는 제법 빠르게 판매가 되었다. 내가 이들을 알게 된 것은 이 가구점에 입점한 지 2년 즈음 되었을 때였는데, 서너 달치 주문이 밀려있을 정도로 운영이 잘 되고 있었다.

 


이 두 목수의 예처럼 목가구와 유관한 분야에 영향력 있는 인맥이 있다면 시장에 자리잡는 것은 훨씬 수월하다. 물론 그 행운이 단 한 번의 카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효하려면 단단한 목공기술과 디자인 능력이 확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직업목수가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에 대해 살펴보았다. 불행히도 목수라는 직업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글에 담긴 내용 역시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하지만 목수라는 분야가 적어도 1, 2년 안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정리하자면 목공기술을 익히는데 2년에서 3년, 디자인과 마케팅을 위해 준비하고 실행하는 기간이 2년에서 3년, 그 결과를 통해 시장에서 인지도를 가지고 안정적인 수입을 순환시키는 기간을 1, 2년 정도로 보면 적절할 듯 하다.

목가구 분야에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 목수의 길에 들어서 ‘직업’으로 안정화 되기까지는 적어도 5년에서 8년 정도 예상하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20년을 해도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도 예상해야 한다.

 

김윤관(김윤관목가구공방 & 아카데미 대표목수)

 

직업목수를 위한 <김윤관목수의 목수노트>가 총 7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프롤로그 - "정말, 당신은 ‘열심히’ 할 수 있습니까?"
① 일 년 그리고 직업목수가 된다는 것
② 목수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들
③ 직업목수가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에 대하여
목수의 ‘직업’ 유형에 대하여

직업목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⑥ 목수는 어떤 직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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