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게스트하우스 ‘월정담’: 돌담을 따라 흐르는 제주

건축 / 편집국 / 2018-12-13 23:50:54
  • -
  • +
  • 인쇄
제주 재생건축의 의미
중목구조 재탄생
지역특성을 살린 건축

 

제주의 옛 이름인 탐라는 ‘담 나라’의 이두음(吏讀音)으로 생각될 만큼 온통 돌의 섬이다. 무려 2만 2000Km에 이르는 제주의 돌담은 둘레의 이음과 공간 경계를 결정짓는 사물이다. 그 돌담이 흐르고 흘러 동쪽 월정리 해안의 한 민가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집이 바로 ‘월정담’이다. 오랫동안 방치된 중목구조 형태의 낡은 돌집은 가구를 판매하는 새 주인을 만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멋진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했다. 
 


요즘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된 월정리는 작은 포구를 낀 아름다운 마을이다. 최근 상업건축이 급증하면서 소박한 모습이 사라지고 있을 즈음, 제주의 문화유산인 돌담을 건축의 구조이면서 디자인으로 풀어낸 재생건축 월정담은 집의 의미를 넘어 건축의 가치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제주 건축의 경험이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포머티브건축사무소 고영성·이성범 소장을 만나 월정담의 디자인과 시공 과정을 들어보았다.

 


- 제주에 포머티브의 작업이 유난히 많은 거 같다.
제주에 일반적인 건축들과는 다른 작업 성향과 경험 때문인 것 같다. 대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재미있는 공간을 제안하고 퀄리티 있는 작업 결과물을 위해 시공이 끝나는 시점까지 감리를 나간다는 점을 좋게 봐주는 것 같다. 그리고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상 시공의 어려움이 많이 있는데 초기 제주에서 일을 시작할 때 직접 설계와 시공도 도맡아 했던 경험 때문에 많은 노하우가 축척 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제주에 건축을 하려는 건축주들에게 많은 어필을 하는 것 같다

- 월정담은 게스트하우스다. 일반 주택과는 설계 개념이 다를 거 같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여행과 삶’이다. 월정담이 여행이라면 주택은 삶이다. 물론 게스트하우스도 삶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지만 머무는 삶이 아닌 이벤트적인 삶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월정담의 가장 큰 건축 핵심은 제주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돌집의 보존에 있다. 목구조의 재활용과 돌집 외장의 복원, 두 동 사이의 마당과 내부 공간의 긴밀한 연결성 등이 월정담 건축개념이다.

 

 


- 제주의 돌담이 집 안으로 들어와 있다.
처음 월정담 현장에 갔을 때 제주 돌집의 모습이 일부 남아있었지만 일부만 돌집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돌집의 모습을 복원하고자 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이 대지의 전체적인 질서를 잡아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제주를 마주하고 보면 돌담이라는 것이 섬 전체의 이미지 중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돌집다운 공간은 돌담이 구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설정했다. 그래서 월정담의 내·외부 공간을 돌담이 오가면서 전체적인 공간을 조율하고 기능을 구분을 지을 수 있게 하였다.

 

 


- 돌담이 안으로 이어지는 공간이란 결국 내·외부의 상호관계성을 말한다. 그 의미를 건축적으로 해석한다면.
벽이라는 것은 내부에도 외부에도 존재 하지만 집을 외부와 구분 지을 수 있게 하는 담으로도 활용이 된다. 이 담이 내·외부를 오가며 공간을 나누고 이 공간을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내부는 외부와 묶이기도 하고 연속된 벽(담장)을 통해 공간이 나눠지기도 한다. 이것은 집 또는 건축이라는 것이 대지 위에 따로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담을 통해 대지와 자연스럽게 연속되어 배치된다고 생각 할 수 있다. 단지 이 돌담이 제주의 이미지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건축이 대지에 잘 버무려 질 수 있도록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내부 마감이 제주 자연석이다. 감성적으로 좋겠지만 실생활에서는 불편하지 않을까.
분명히 불편한 점이 있다. 예를 들면 제주 자연석 현무암은 공극이 많아 사이사이 먼지가 많이 끼고 벌레도 많이 살고 있다. 하지만 여행자에게는 굉장히 큰 이벤트적인 공간이자 제주의 일부라 생각하게끔 하는 재료다. 아마도 주택이었으면 내부 마감재로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실용적인 부분이 아닌 감성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한 선택이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 수영장, 스파 시설이 있다. 제주의 풍경으로 충분한데, 꼭 필요했나.
제주의 풍경만으로 충분한 것이란 생각을 가질 수도 있으나, 여행자를 위한 공간은 그 쓰임새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행의 시선은 다양하다. 감성적인 충전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휴식을 취함에 있어 스파나 수영장은 머무는 이에게 활력을 주는 장소가 될 수 있다, 또한 가족단위 게스트들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차별화된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파 시설의 경우는 제주의 풍경을 더 직접으로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창을 열면 제주 돌담과 제주의 풍경을 볼 수 있게 하였다.

- 게스트하우스여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공간에 가구 등 사물을 배치할 공간은 안 보인다.
일단 가구는 돌집의 모습에서 이질감이 없는 재료나 형태를 가진 가구를 두기로 했다. 그것이 원목으로 된 가구였고 꼭 필요한 가구만 최소로 두었다. 그리고 필요한 수납공간은 외부 창고 2곳과 내부 자투리 공간마다 다 수납공간을 만들어두었다. 게스트하우스가 가져야 하는 수납공간은 충족시키되 주택처럼 많은 수납공간은 최대한 줄였다.

 


- 침대 옆의 작은 원형 방은 재밌는 공간이지만,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거 아닌가.
원형방을 설계한 의도는 일반적인 공간의 경험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하고 느린 공간이길 바라서였다. 실용의 공간이기 보다는 오히려 무엇인가 하지 않을 공간을 두고 싶었다. 그래서 창은 천창만 두었고, 돌집 속에서 밤에는 별만 보이고 낮엔 조용히 차를 마실 수 있는 그런 서정적 공간이 되면 좋을 거 같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잘 활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 월정담은 재건축의 공간이다. 시공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가장 어려웠던 것은 구조적인 문제였다. 제주 돌집의 경우 중목구조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부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가 안 되다 보니 교체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또 오래된 목구조재의 표면을 갈아내서 목재 고유의 빛깔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아주 어려운 부분들이었다. 그리고 다락 공간을 요구하는 건축주의 의견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목구조를 들어 올려야 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 외부가 돌집의 경우, 단열의 구조는 어떻게 처리했나.
외부를 돌로 마감해야 하기 때문에 내단열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새로 짓는 건물이 아니다 보니 단열이 취약해 지는 점 때문에 기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경질 우레탄폼을 단열재로 썼다.

- 지붕은 칼라강판이다. 다른 소재는 없었나.
무수히 많은 다른 소재가 있겠지만 바다가 근거리에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 가장 안정적인 재료를 선택했다. 다만 일반적인 이음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부재사이즈를 조정했고 이음 방식도 자체적으로 지붕업체와 상의해서 디테일을 풀었다. 가장 단정한 모습의 지붕을 의도했다.


  

 


- 재건축의 경우, 비용은 신생주택과 어떻게 다른지.
돌집의 경우는 신축보다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일단 중목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업체를 만나야 하고 기존 요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오히려 신축만큼 또는 더 많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 기존 주택이 공간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시 제한은 없었는지.
사실 돌집의 구조는 한옥과 부재 사이즈만 달랐지 같은 중목구조 형태다. 기존 주택이 공간의 흐름을 결정하고 있었지만 목구조만 남기고 모든 공간을 해체시킨 상태에서 재구성을 했기 때문에 답답한 점은 없었다. 다만 기존 주택이 가지고 있던 외부 공간의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지붕의 높이나 처마 길이, 개구부 등을 오히려 더 신경 써서 설계하게 되었다.

- 건축주가 다락을 요구했는데, 난색을 표했다고 들었다.
가장 큰 반대의 이유는 층고가 높아져야 하는 것 때문이었다. 돌집의 구조를 살리면서 다락 공간을 만든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리고 돌집은 낮은 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락이 들어감으로써 높아지는 실내 공간이 어색해지지 않을까 걱정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 집 안 마당에 전봇대가 있다. 눈에 거슬렸는데.
돌집은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눈에 띄는 집은 아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볼 때 동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고 내부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이집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집 앞 전봇대는 그냥 동네의 일부라 생각했고 돌집 앞에 있어도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치우지 않았다.


- 월정담은 돌과 목재가 주 재료이다. 어떤 디자인을 상상했나.
돌집의 따스함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곳에서 보았던 진부한 느낌의 돌집 리모델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새롭지만 과하지 않아야 했다. 돌이라는 재료가 주는 딱딱함과 차가운 느낌을 제주 전통가옥의 따스한 느낌으로 바꾸어야 했다. 그 역할을 목재가 감당했고 적절히 두 재료를 활용함으로 제주 전통가옥의 향수와 따스함을 고스란히 가질 수 있게 하였다.

- 제주로 이주해 정착 예정인 건축주에게 그간의 경험으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힘든 곳이다. 육지 사람들과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나 거리 개념이 다르다. 섬이라는 특성상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른다. 육지에서 바쁘게만 살았다면 제주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것만이 성공적으로 제주도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 이 집에 주로 머물 사람은 여행자들이다. 월정담이 어떤 감성을 줄 수 있을까.
맑은 날에는 맑은 대로 내·외부 공간을 오가며 여유를 즐기고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즐기는 그런 집이다. 그게 제주이고, 그런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월정담이다.

 

- 10년 뒤에도 이 집의 가치는 유지될 거라 생각하나.
제주 돌집의 가치는 쭉 유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도시에서 한옥스테이들이 꾸준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듯이 제주에서 돌집 역시 제주의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요소이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제주 돌집은 10년 후에도 충분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존재로 유지될 거라 생각한다.

--------------------------------
대지위치 :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620번지
대지면적 : A동면적=75.08m²(22.71평), B동면적=62.39m²(18.87평)
건물규모 : 지상1층+다락층
건축면적 : 125.87m²
연면적 : 137.47m²
최고높이 : 4.424m
공법 : 중목구조+제주돌담
시공 : 정윤기소장
설계 :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고영성,이성범,한수정)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독자의견]

댓글쓰기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WOODPLANET Newsletter

우드플래닛 최신기사, 관련정보 등을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우드플래닛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함에 있어 정보주체로부터의 이용 동의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고 있습니다. 정보주체가 되는 이용자께서는 아래 내용을 확인하시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ㆍ수집 이용 목적 : 우드플래닛과 구독자를 위한 의사소통 경로 확보

ㆍ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 이메일

ㆍ보유 및 이용 기간 : 메일링서비스 해지시 까지(해지시 정보파기)

뉴스레터에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