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생 건축 정혜원 선&다원 : 새롭게, 더 오래 전으로

Architecture / 배우리 기자 / 2018-03-03 23: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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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건축을 통해 그 자리에 아무 것도 없이 더 조용했던 고대로 여행을 할 수도 있다. 그 건물이 빛과 바람, 나무와 그림자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지어졌다면 말이다.

 

정혜원 선&다원은 오래된 공장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70년대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공장은 최근 사무실로 재건축되기 전까지 몇 번의 개조를 거듭했다. 이 공장은 천장이 높은 것도 아니고, 다른 공장 부지처럼 넓은 것도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헤웨이는 평범한 공장 안에서 100㎡의 뒤뜰을 꽤 인상 깊게 보았고, 뒤뜰을 여러 곳에서 응시할 수 있는 건축을 기획하게 되었다.


다분히 禪적인

 

 

주인이 요구하는 선원을 만들기 위해서 그 곳은 동양의 정신과 고대에 대한 개념이 녹아있어야 했다. 물론 고대의 개념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전통적인 상징 몇 개 옮겨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건축가 헤웨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디자인을 통해 ‘작은 것에서 더 큰 그림을 보는 것’과 ‘높은 봉우리를 흐르는 오솔길’과 같은 중국 개인 정원의 정수를 전하고자 했다. 이 모든 건 긴긴 길과 원이 ‘다 했다’.


거닐며, 또 쉬며 명상하기


그렇게 완성된 건물의 파사드는 목재 루버로 꾸며져 있다. 입구 옆에 동그란 모양으로 뻥 뚫린 곳에는 나무 가지들이 삐져나왔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루버와 나무들, 그리고 구멍이 만드는 흥미로운 그림자를 보면서 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건물의 정문은 대문과 가장 먼 쪽에 나있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해도 기나긴 계단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선의 길로 들어가게 하려는 건축가의 의도를 믿고 따라보자.


들어가서도 어리둥절하다. 1층의 문은 벽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의심할 것 없이 인내심 테스트다. 정원도 바로 보이지 않고 두 어 개의 방을 지나야만 갈 수 있다. 눈치 챘겠지만, 정원에도 별 것 없다. 이곳은 조용히 내면을 관찰하는 곳이기 때문. 다만 건물 곳곳에서 보이는 뒤뜰은 어느 자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정원의 한 면을 할애하는 계단도 세 계단을 오르면 쉬어간다. 긴 계단이지만 나무 스크린 너머 정원과 몸에 그려지는 그림자를 보며 걷는 길은 심심하지 않다. 2층에 도착하면 자갈 위에 반쪽 자리 석조 기둥이 무심히 놓여 있고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 벽에 비춰지고 있다. 70년대 개념 미술의 한 작품을 관람하는 것과 같은 그 분위기는 우리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생각도 비우게 만든다.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회당에는 텅 빈 마음을 표현하는 원이 정원을 향해 나있다. 하얀 벽과 나무 마루 위에는 꼭 필요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선반만 있다. 가구는 전통적이면서 선이 살아있는 것으로 선택되었다. 차를 마시고, 명상을 하는 공간과 복도는 절로 숙연해지는 고요함을 담지하기 위해 절제미를 택했다.


고요하고 역동적인 리듬

 

 

헤웨이는 재건축의 또 다른 핵심 요소로 “변화하는 밝기의 리듬”을 꼽았다. 빛이 드는 곳의 그림자는 시간에 따라 계산된 것처럼 시시각각 다른 그림을 그린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는 따뜻한 조명이 아무것도 없는 서늘한 공간을 온화하게 잡아준다. 낮엔 은은하게 보이던 따뜻한 인공조명은 밤이 되면 주인공이 되어 정원을 낮과는 다른 분위기로 연출한다. 건축가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중국 정원을 표본화하는 연습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가치 있다고 지키려는 강박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혜원 선&다원과 같은 새로운 건축도 오래된 정신을 끌어내고 있으며, 파사드의 나무도 계속 그곳에 서있으니 말이다.

 

 

 


헤웨이 교수
HE Wei | 헤웨이는 중국과 독일을 오가며 건축을 전공했으며 현재 중앙미술학원 건축학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베이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축가 중 한 명으로 중국에서는 물론 각종 국제무대의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정혜원 선&다원 외에도 오래된 건물에 중국 전통의 기운을 불어넣으면서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들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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