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겨자씨’ 윤선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Life / 이다영 기자 / 2018-03-06 23:37:27
  • -
  • +
  • 인쇄
세상에는 공짜도 있다. 리폼 작가 윤선미 씨는 값없이 뭔가를 만들고 값없이 기쁘게 나눠준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가능하다.

 

방문 시간이 점심 때이긴 했지만 식탁에 식사가 차려져 있을 줄은 몰랐다. 선미 씨는 혹시 끼니를 걸렀을 기자와 사진작가를 위해 따뜻한 쑥국과 김밥, 샐러드를 준비했다. 인터뷰 후에는 직접 만든 앞치마를 선물하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그녀의 수식어를 바꿔야겠다. 리폼작가, 인기 블로거, 도서 저자, 전직 디스플레이어(매장 디스플레이 디자이너) 그런 단어들 대신, 아낌없이 주는 만능 살림꾼이라고.


집 평수를 늘리는 방법

 

밖에서 보기엔 낡고 평범한 빌라지만 선미 씨네 현관문을 넘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화사하고 생기가 넘치는 잘 꾸민 집이 눈을 즐겁게 만들고 이어서 소녀처럼 앳된 선미 씨가 등장한다. 집에서 느껴지는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감성이 어디서 오는 걸까 살펴보니, 공간별로 페인팅한 벽과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DIY 가구들, 곳곳에서 눈에 띄는 작은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액자부터 벽시계, 책꽂이, 테이블, 침대 등 집에 있는 거의 모든 가구와 소품들이 그녀의 솜씨였다.


선미 씨네 집에서 포인트가 되는 공간은 의외로 베란다. 베란다 쪽이 굉장히 환해서 무대에서 핀조명을 받은 배우마냥 시선을 끈다. 주변에 고층빌딩이 없는 데다 지대가 높아서 햇빛이 여과없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덕분에 낮에는 충만한 햇살 세례를 받고 저녁에는 평화로운 당진 시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핫스팟이 되었다. 이런 장점을 놓치지 않고 선미 씨는 일찍부터 베란다를 활용해왔다.

 

 

한쪽에 작은 화분들을 모아 싱그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반대편에는 폭이 좁은 테이블을 짜넣어 그녀만의 틈새 공간을 만들었다. 맨발로도 쉽게 오갈 수 있게 바닥에 마루를 깔고, 흰색으로 꾸민 벽에 액자나 꽃 등의 장식을 자주 바꿔 단다. 선미 씨는 그곳을 카페라고 부른다. 참새가 지저귀는 상쾌한 아침, 햇살이 따사로운 한낮, 뉘엿뉘엿 해가 지는 운치 있는 오후 그 어느 때라도 그녀를 위한 명당 테이블이 비어 있다.


“집을 꾸미는 일은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일이에요. 정성을 들인 공간에는 한 번이라도 더 발길이 가거든요.” 베란다나 보일러실과 같이 흔히 소외받는 공간도 집 주인의 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요긴한 장소로 바뀐다. 덕분에 선미 씨네 가족들은 ‘보다 넓은’ 집에 살고 있다.

 



재료는 공짜, 실력은 고급


그녀의 특기는 바느질과 리폼이다. 만들기의 재료는 집에 있거나 집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제일이다. 계란 판, 신발박스, 나무 팔레트, 요구르트 병 그런 것들 말이다. 용도를 잃고 버려지기 직전에 놓인 물건들이 선미 씨의 손을 거치면 멋진 생활 용품과 장식품이 된다. 반찬 그릇과 휴지심으로 만든 벽시계, 다 쓴 화장품 통으로 만든 미니 화분, 계란 판을 오려 만든 트리, 두꺼운 나뭇가지로 만든 메모꽂이 등등. 원래 재료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돌아다니다가 예쁘거나 특이한 물건이 버려진 걸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지금은 집에 쌓아놓은 재료가 하도 많아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요. 나뭇가지 소품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산에 놀러갔는데 사방 천지에 예쁜 나뭇가지가 널려 있더라고요.”


선미 씨는 바느질 솜씨도 좋고 디자인 감각도 좋다. 패션디자인 전공에 핸드메이드 숍을 운영한 경력이 있으니 따지고 보면 아마추어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 예쁜 물건들을 팔지 않는 걸까? ”부산에서 핸드메이드 숍을 할 때, 분위기가 괜찮았는지 장사가 꽤 잘됐어요. 그런데 손님이 늘기 시작하니까 주변에 비슷한 콘셉트의 숍들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이 붙더라고요. 저는 그런 스트레스에 약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은 그냥 취미로 간직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녀는 물건을 파는 대신 나눠주는 쪽을 택했다. 워낙 만들기를 좋아하다보니 필요해서라기보다 ‘만들기’ 위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고, 작업물은 계속해서 쌓여가기 때문이다. 선미 씨에게 하도 많은 선물을 받은 지인들은 이제 감흥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선미 씨는 서운하지 않다.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이고, 정말로 아깝지 않으니까 말이다.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