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의 소박한 태도를 엿보다

건축 / Ruth Slavid 리포터 / 2021-08-10 23: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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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 세워진 이 집은 얼핏 보기엔 너무 소박해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매우 현명한 공간 창조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사방이 막혀있되 단절되어 있지는 않으며, 내부는 시원시원하게 높은 더블하이트(double-height) 공간에 채광이 훌륭하여 깜짝 놀랄 정도다. 전통적인 재료로 현대적인 방식으로 활용해 지은 이 집은 건축회사 ‘Studio Octopi’가 설계한 것으로 보면 볼수록 외유내강의 미덕을 드러내는 건축물이다.

건축은 삶을 위한 제스처 제공하는 것

이 집은 중세시대 이래 전통 직물 제조를 해왔던 윌트셔의 칸이라는 마을에 지어졌다. 건축주가 런던에서 이곳으로 이사하기로 했을 때, 마을의 옛 중심가 근처 1등급 건물 뒤에 있던 부지를 발견했다. (1등급이란 영국의 오래된 건물들에 대한 보존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을 말한다.) 마을의 중심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텃밭이었던 대지는 건물들에 완전히 둘러싸여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다. 토착적 스타일의 시골 별장이어야 건축 허가가 나는 곳이지만, 건축주가 좀 더 현대적인 스타일을 원했다.

건축가 제임스 로우는 집의 중심인 마당 디자인을 사과를 담아두는 소박한 사과 바구니에서 유추했다. 건축주가 일과 생활 그리고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면서도 뭔가 특별함이 느껴지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안주인은 휠체어 동선에 불편을 주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구속되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집의 기본은 1층 건물이고 2층은 부분적 구조지만 건물의 핵심적 요소를 차지한다. 2층은 계단과 승강기가 양립하고 있고 작은 방들이 있는 덕분에, 집안 생활 반경에 더블하이트 공간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더블하이트 부분은 석회석 담의 경계 밖으로 돌출했다. 이 돌출 부분에 주방이 위치하며, 주방의 창문을 통해 집 안의 생활 모습도 볼 수 있고, 집을 방문하는 손님도 미리 볼 수 있다.

건물 전체는 침엽수 목재로 프레임을 했으며 금속 재료는 최소한만 썼다. 더블하이트 공간을 만드는 7미터에 달하는 트러스도 목재로 만들었다. 색을 첨가하지 않은 천연 석회가 외부 마감의 주재료이지만, 건물의 더블하이트 부분은 유럽산 밤나무로 외장을 했다. 이 목재는 잉글랜드 남쪽에서 자생하는 목재로 현지에서 조달했다.

너도밤나무는 오크와 비슷해 보이지만 오크목 보다는 무르고 덜 억세다. 하지만 오크와 마찬가지로 탄닌을 배출해서 착색이 되며, 강한 산성이라 철과 강철에 부식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너도밤나무는 외관이 보기 좋은 데다, 매력적인 회색으로 변색되는 물성이어서 건축가가 무엇보다 맘에 들어 선택했다. 건축가는 이 목재를 외장으로뿐만 아니라 돌출부의 처마 안쪽과 문에도 사용했다. 출입문은 시공 전에 잿물과 기름으로 마감칠을 해서 약간의 백화현상이 보인다. 이는 햇빛과 빗물에 의해 회색으로 변하는 문의 아래쪽 표면과, 비는 맞지 않지만 햇빛에는 노출되어 노랗게 변하는 상부 표면과의 격차를 최소화시키려는 의도에서다.

 

 




편리함과 여유 그리고 특별함이 공존하는 집

가문비나무로 감싼 외벽 구조에는 여닫이창을 달았다. 강철을 목재에 부착하여 창틀 없이 판유리로 된 창문을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한껏 열려있는 느낌을 준다. 어떤 창문에는 외부 덧문을 달기도 했는데 이 역시 유럽산 너도밤나무로 만들었다. 이 창문들은 빛에 노출되어 있고, 덧문 때문에 안쪽으로 열린다.

다른 수종의 목재가 쓰인 곳은 마당의 데크 부분이다. 건축가는 이 부분에도 스위트 밤나무를 사용하고 싶었겠지만 사용 확약을 받지 못해서 대신 오크를 사용했다. 데크의 중앙에는 과일 나무를 심었는데 그 이유는 이 부지가 예전에 과수원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해주기 위해서다.

건물의 상부는 평지붕으로 그 위를 초록 잔디 떼를 꿩의 비늘처럼 심었다. 이는 새로운 집의 녹음을 회복시키는 역할도 하고 기온과 빗물을 조절해 환경적 역할을 담당한다. 벽의 꼭대기에는 함석을 씌움으로써, 다소 소탈한 다른 재료들과 보기 좋은 대조를 이루면서도 깔끔하게 보이게 끔 했다. 집의 다른 부분이 그러하듯이 이 역시 충분한 심사숙고와 신중한 설계 과정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저 재료들을 ‘적당히’ 짜깁기만 한 것이 결코 아닌 것이다.

집은 단열처리는 바닥 난방장치와 공기열원히트펌프로 해결해 영국의 친환경 건물 지수를 나타내는 ‘Code for Sustainable Homes’의 레벨4를 획득했다. 평가 등급은 1부터 6까지이며, 9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에너지와 CO2 배출, 물, 재료, 지표수 유실, 폐기물, 오염, 건강과 웰빙, 관리, 그리고 생태가 있다.

 

 


 

레벨4는 건축 법규가 요구하는 것보다 25% 더 올린 정도에 해당된다. 레벨5는 100%, 레벨6은 탄소배출량이 제로임을 뜻한다. 오차드 하우스 정도면 레벨5도 가능하지만 자전거 주차 공간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기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거주자가 휠체어 사용자인데 자전거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보다는 계약자가 이를 증명하기 위한 성가신 문서 작업에 매달리고 싶지 않아 했다. 예를 들어 건축 과정에서 파헤친 흙을 이 지역 농부에게 팔았고 농부는 그 흙을 걸러 표토로 팔았는데, 이런 것을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았기에 점수를 매기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이 집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환경친화적 가옥이다. 주위와 잘 어우러져 있고 절제된 방식에 의해 주변 환경의 가치마저 높여준다. 사용된 재료는 소박하며, 특히 내부 바닥의 회색 세라믹 타일과 회반죽 그리고 목재 이외의 재료는 거의 볼 수 없다. 벽난로 아래 선반의 저장 공간, 침실로 향하는 널찍한 복도를 따라 이어진 책꽂이 등에서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이 집은 건축주가 자신의 개성을 색칠할 수 있는 하얀 캔버스와도 같다. 건축가 제임스 로우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작업의 대부분은 실질적인 것에 토대를 두고 있어요. 건축주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우리들은 건축적 제스처를 제공한 것이죠.’

 

 

▲ 1층 평면도

 

 

▲ 2층 평면도

 

▲ 입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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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에서 활동 중인 건축 칼럼니스트이자 컨설턴트이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금속공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15년간 ‘The Architects' Journal'에서 에디터로 근무했다. 2008년 프리랜스로 전향 후 건축 관련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로렌스 킹 출판사의 ’Wood Architecture'와 ‘Wood Hous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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