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젝트 다큐멘트 : 가구, 볼륨과 매스로 해석하다

Object / 육상수 기자 / 2018-04-12 22: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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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은 평판이 네 개의 다리로 지탱하는 단순한 구조다. 그렇지만 수제 목수에
게는 1mm의 오차를 고민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테이블에 대한 목수의 상상
력과 내심을 통해 수제 원목 테이블에 대한 좀 더 전문적 이해를 나누자는 의도에
서 기획했다.

 

김윤관, 김윤관 목가구공방&아카데미 | DESK WP pront

 

 

▲ 1820(W)×820(D)×750(H) | 애쉬 탄화목 | 다리 폭 72mm


8할의 미학


김윤관 가구의 화두는‘조선클래식 8할의 미학’이다. 우리는 그의 뜻에 따라 사라진 2할을 찾아가는 숙제를 수행해야 한다. 그는 가구에 있어 곡선의 유려함은‘호객 행위에 다름없음’으로 일갈하고 직선 가구의 숨은 의미를 발견하기를 계시한다. 찾는 일은 더하기인데 그의 가구에서는 빼기가 된다. 그것도 2할만 빼야한다. 가구를 막 써온 우리에게 그의 가구는 온통 숙제다.


DESK WP pront는 하방 중심의 튼실한 다리가 중심이다. 산(山)이라도 지고 갈 기세를 부리는 다리의 무게감은 어떤 상판도 무방하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제는 가구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흐르지 못하고 부유한다. 상판 두께가 31mm. 목수가 원하는 수치는 34mm. 3mm의 차이가 가구의 중심에 타격을 가한 것이다. 건축에서 구조의 무게는 직선 기둥과 상부의 무게감으로 균형을 이룬다.  

 

 

김 목수는 최적화의 절정에 안착하려다 놓친 결과에 몹시 아쉬워했다. 목수란 디자인이 아닌 몸으로 껴안는 직업이라서 더 밀착하고픈 욕심을 부린다. 상판의 나무는 무늬결이 아닌 탄화목 직결집성이라 목재 물성으로부터 예상되는 모든 트러블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다.


김윤관의 가구는 움직이지 않는다. 산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 몸통 위로 꽃과 나비가 춤추고 나무가 자란다. 그의 가구 2할의 의미는, 어쩌면 꽃과 나비 그리고 나무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가구는 더 크고 높은 8할의 산이어야 한다. 

이야기는 볼륨이 피우지만 원천은 묵묵한 매스가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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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현, 보리목공방 | desk #4


2000(W)×800(D)×730(H) | 새크라토 | 다리 폭 80mm

 


서운함을 남기고 가구는 떠나간다.


신성현의 가구는 조화로움이다. 유연한 디자인, 적정한 무게감. 합리적 기능 등의 가구 기본기가잘 녹아 있다. 여기에 가격마저 착해 수제가구 입문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지로 손색이 없다. 테이블 desk #4는 중견회사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용으로 주문한 테이블로 2015년 작품이다. 상판의 두께에 따른 신축성과 견고한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목기술의 기본기에 충실했다. 도미노로 세운 다리를 횡방향의 목재들이 유기적으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사용한 목재 새크라토는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연노랑 색감을 띠어 월넛이나 오크의 중간 선택 목재로 적합하다. 또 비중이 가볍고 작업성도 좋아 신 목수가 즐겨 사용하는 수종이다. 테이블상판의 측면에 변재의 가장자리에 붙은 흰 면을 사용해 색감을 풍부하게 묘사했다. 이 부분은 목재의 가장 약한 부분이라 쉽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목재의 상태나 마감 기술이 탁월해야 한다. 신목수는 기능을 우선하는 디자인을 구사한다. 즉 구조가 디자인이 되고 디자인이 다시 구조를 이루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는 무던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기본기에 충실한 가구를 선호하는 주문자들이 선호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2년 전 이 테이블의 주문가는 190만원이었다. 왼쪽의 서랍은 서비스이다. 수제가구 모든 결정은 전적으로 목수의 몫이다. 수많은 수제가구들의 가격의 평균치가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보리목공방 의 가구가 가격에 비례해서 질이 나눠지지 않는다. 간혹 그 점이 소비자는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지금 주문하면 250만원이다. 이유는 잘 모른다.


경기도 수동계곡에 자리한 공방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신성현 목수는 명상으로 자신의 시간을 즐긴다고 했다. 값에 관계없이 자신의 손을 떠난 그 많은 가구들에 대한 서운함을 달랜다. 진정한 목수라면 쉽게 치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 목수에게 어떤 지를 물어보진 않았다.  

그의 테이블은 볼륨의 체적화를 위해 부단 없이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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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 정재원가구 | Big Table

 

2700(W) ×730(D)×900(H) | 월넛 | 다리 폭 100mm

 흐름에서 머무름으로 모색 중인 디자인 가구


정재원가구의 기본기는 경쾌한 디자인에 있다. 미끈하면서도 안정적 구조를 띤 디자인은모든 세대에 충족감을 준다. 유려한 디자인으로 10년을 걸어 온 그가 최근에 달라졌다. 가파른 계곡을 지나 산의 허리에서 유유히 머무는 강물처럼 그의 가구는 공간 속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Big Table은 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의 형상을 지녔다. 길이 2700mm 상판두께 44mm를 지탱하는 교각은 그간의 비대칭 삼각구조가 아닌 타원의 더미다. 집성으로 만든 더미는 테이블의 시각적 안정성을 나타낸다. 상판의 길이나 두께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을 수 없다.

 

이번 테이블의 디자인 비결은 여론을 수집하고 그 결과에 순응한 결과물이다. 목수에게 ‘고집’이란 단어가 익숙한데 정재원에게 그런 의미의 고집은 없다. 그러나 가구의 비례감에 대한 탐구까지 남에게 의지하진 않는다.

 


하부의 접합 기술도 목가구의 이음 기술 대신 효율성을 위해 무쇠판에 볼트로 고정한다. 다리의 좌우 간격도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이런 유연한 사고가 지금까지 정재원가구를 지속시킨 힘이다. 하부에 쇠로 결구하는 방법에 대해 목수로서의 거부감이 없는지 물었지만, 단번에 제작 효율성과 디자인 프레임이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목수에게 익숙한 디자인을 버리고 새로운 형상을 찾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디자인변화에 따른 재료와 기술이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정재원의 2017 Big Table은 삶의 변화에 따른 시각의 변이가 낳은 가구다. 끊임없는 가구 제작에 의한 완연한 기술과 나이 듦이 결국 새로움의 모색을 가져다준다. 고인 물은 썩는다. 산의 허리에서 완만히 흐르는 정재원의 강은 어느 때인가 다시 세차게 흐를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그의 테이블은 지금, 볼륨과 매스의 중간점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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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INHOO | in-wt01


1800(W)×760(D)×730(H) | 월넛 | 다리 폭 56mm

리스크를 극복하면 보상은 두둑하다

  

인후 이승원 목수는 그의 외향과는 반대로 스케일이 큰 가구를 만든다. 어떤 목적성이 아니라 원하는 바에 따라 가감 없이 시도한 결과다. 물량과 부피를 따지지 않고 달려든 경험은 상상력으로 이어져 눈부신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그의 신작 테이블 in-wt01은 두 번째 작품으로, 첫 작업은 노교수의 요구에 따르면서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노교수는 그가 오래 사용한 암체어의 팔걸이가 상판 아래로 잘 들어가기를 원했다. 그러려면 상판 아래에 다리 외에 어떤 장치도 있어서는 안 됐다. 이 목수는 단순히 판단했다. 직선의 다리 4개만으로 마감한다. 다리의좌우 흔들림에 대한 우려는 사용자의 습관을 잘 파악한 결과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다.


사용자가 테이블에서 거의 미동이 없다하더라도 가구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반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표준이다. 그런 이유로 두 번째 테이블은 상판을 가로지르는 보강 처리를 했다. 이 목수는 목가구에 쇠 장치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것을피하려면 기술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군살을 모두 제거한 그의 테이블은 사방탁자의 단순함과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의 활기찬 활보를 연상케 한다. 대개 42mm 상판은 두툼한 다리가 일반적이기에 상대적으로 이승원의 테이블은 나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물이‘원래’란 없듯이 이 실험이 안착된다면 그 또한 테이블 구조의 상식이 될 것이다. 상식의 검정보다 파괴를 통해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가는 일이 이승원의 가구가 될 것이다. 

이승원의 가구는 볼륨 속에 매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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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오드앤오디너리 | ODD-T6

 

1800(W)×800(D)×730(H) | 월넛 | 다리 폭 56mm

 

팔려야 소통이다


요즘 주택건축의 트렌드는‘최소, 최적의 집’이다. 오드앤오디너리 김경태 목수는 가구에 있어 최적화의 기수다. 그의 가구는 간결하고 상큼하다. 특히 스틸로 목가구의 둔탁성을 제거하면서 경제적 효과도 얻는다. 기능에 따른 디자인을 다변화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도 넓혀간다.


그의 테이블 ODD-T6의 가격은 이번 오브젝트 다큐멘트에 소개되는 테이블 중 가장 경제적이다. 상판의 두께가 25mm로 테이블에서 원목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소의 수치에 가깝다. 구조적 문제는 스틸이 보완한다. 하단에 또 하나의 상판(하판)은 다기능주의자들에게 딱이다. 세상의 가구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해야 다. 원목 상판 한 장 올려두고 자연을 논하는 목수는 되지 말아야 한다.

남은 일은 디자인의 즐거움이다. 더하는 것보다 빼는 즐거움이 오드앤오디너리에게 있다. 하지만 날씬함과 가냘픔은 구조의 문제에서 다르다. 오드앤오디너리는 관전보다 쓰임에 필요한 가구다. 잘 걷고 달리게 하려면 뼈가 튼튼해야 한다. 어여쁘게 보이는 건 잠시다. 김경태 디자이너 겸 목수가 이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자임을 나보다 세상이 먼저 알아볼 것이다. 

오드앤오디너리의 가구는 볼륨의 디테일을 구체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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