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에 새긴 실재성 현상... 라선영 목조각전 ‘Skin and Flesh’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06-27 22: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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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라선영의 다섯 번째 개인전
새로운 기법으로 사람에 대한 정황 묘사
나무 속살이 저항하는 흔적도 고스란히 드러나

 

지구촌 70억 인류를 조각하는 라선영 작가의 작업 형식이 전환기를 맞았다. 사람에 대한, 직설적이고 구체적 예시에서 내재적 추상과 실험성으로 서술 방식을 바꿨다.

다섯 번째 개인전 ‘Skin and Flesh’는 작은 형식에 이해가 다소 수월했던 이전의 전시가 낯설 정도로 대형작업을 통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고, 그 속에 주제어를 압축하는 변화를 주었다. 작업의 난이도와 각고(刻苦)는 주제 의식을 더욱 견고하게 성찰하면서 작가 스스로는 해방감을 성취, 봄날의 나비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다.

 

 

 

라선영에게 ‘사람들’이란 약호는 타고남의 것으로, 본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구에 살아가는 70억 명의 인류를 조각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양적 물리성이 아니라는 건 당연하고, 그렇다면 보편적 가치를 규명하고 각설(各設)해서 조각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작가가 적송으로 빚은 신작에는 명찰과 같은 QR코드가 붙어 있다. 그것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어떤 무명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좌우로 비틀린 목조각의 심장이 뛰고 얼굴에 핏기가 도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공간에는 작가와 관객 외에 십여 명의 나무사람이 관객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작가의 어머니, 친구 등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향해 자기독백을 주저하지 않는다.

 



라선영이 새롭게 시도한  QR코드를 통한 목조형 소리 작업은 무언의 조각을 무심히 바라보며 자기 해석에 의존하던 일련의 조각전에서 탈피해, 매우 도전적이면서 성찰적 실험이라 여겨진다. 이 독특한 해석은 형식성을 넘어 ‘사람의 기록’이라는 성스러운 다큐멘터리적 의식이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해석과 표현은 모든 예술의 근본적 화두다. 그것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그 규명은 난해하고 모호한 기준을 가진다. 라선영의 해법이 그 무엇이든,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관객마다의 반응 지수를 감지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작품 앞에 서 있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전시가 바로 ‘Skin and Flesh’ 전이다. 추상에서 뿜어지는 실재상황을 경험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그 속으로 들어가 완전한 공(空)의 상태에서 다시 세상의 이치를 정의하는 일이 예술가의 몫이라면, 라선영 작가의 그것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 현장은 멀지 않다. 전시는 갤러리마크에서 7월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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