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위한 공간, 벨라루스의 Attic Bar

Interior / 송은정 기자 / 2018-04-05 22: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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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틱 바(Attic Bar)는 지난 세월의 풍파를 묵묵히 버텨준 오래된 공간을 위한 헌사다. 세계2차대전으로 인해 손상된 건물은 재건을 통해 애틱 바로 회복됐다. 이 작은 다락에 앉아 있노라면, 제 방향을 잃은 시간은 과거의 좋았던 한 시절로 우리를 소환시킨다.

 


유럽 동부에 위치한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는 세계2차대전 당시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된 슬픈 기억을 품고 있다. 그렇다 해서 940여 년 동안 도시를 이루었던 시간의 탑 또한 무너진 것은 결코 아니다. 민스크 올드타운에 자리한 애틱 바의 건물 역시 전쟁으로 인해 손상되어 새로이 복구되었지만, 오래된 다락 특유의 향수 어린 정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락을 완성하는 퍼즐 조각들

 

 

넓지 않은 면적의 애틱 바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입구에 들어서면 카운터를 중심으로 벽을 따라 세워진 창살 형태의 목조물이 보인다. 50mm 두께의 소나무집성목이 쓰인 이 구조물은 공간의 세 면을 둘러싸고 있어 내부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듯한 견고한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기능성도 포함하고 있다. 외투나 모자를 걸 수 있는 옷걸이이자 간단한 소지품을 올려두는 선반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카운터 상단에 설치된 목조 캐노피다. 여러 장의 소나무집성목을 세로로 가지런히 세운 캐노피의 틈새 사이사이로 수십 개의 백열전구가 전선을 늘어뜨린 채 걸어져 있다.

 

 

 

캐노피 맞은편, 낮은 높이의 경사진 천장 아래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채워 자칫 놀리기 쉬운 공간을 십분 활용했다. 천장의 등선을 따라서는 여러 개의 직사각형 창이 나 있어 협소한 공간의 답답함이 해소됐다. 낮에는 한 움큼의 햇살이 밀려들어와 실내를 가득 채우고, 늦은 밤에는 어둠이 공간을 감싸 안는 상상이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부분적인 요소들은 ‘다락’이라는 콘셉트 아래 하나의 퍼즐로 완성되어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지대의 높낮이 차이를 적극 활용한 애틱 바는 두 개의 출입구를 가지고 있다. 정문을 통해 1층에서 올라오는 일반적인 방식과, 고지대에 설치한 야외 데크의 진입로를 통해 꼭대기 층으로 바로 올 수 있게 한 것이다. 벨라루스의 변덕스러운 날씨 환경을 견디기 위해서 데크에는 시베리아 낙엽송을 사용했다.


모든 사물은 자신의 역사를 갖는다

 


오래된 나무 집의 쿰쿰한 냄새, 유년시절의 회상,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같은 키워드는 애틱 바의 주된 정서다. 인테리어를 맡은 두 건축가 드미트리 쿠딘(Dmitrij Kudin)과 라우라 말카이트(Laura Malcaite)는 유럽 곳곳에서 수집한 세컨핸드 가구와 소품을 공간 구석구석에 배치함으로써 다락의 애틋한 감성을 극대화했다.


이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바에 놓인 스툴은 독일 디자이너의 작품이며, 테이블과 함께 셋팅된 낡은 의자는 아일랜드의 학교에서 가져왔다. 한술 더 떠, 리투아니아에서 사들인 암체어는 소비에트 시절의 스타일로 개조하기까지 했다. 그 외의 작은 소품들은 스웨덴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속삭이는 사물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호기심과 나른한 음악, 한 잔의 알코올일 테다.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든 내벽은 처음 지어졌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노출시켜 둔 것이다. 카운터에도 동일한 벽돌을 사용해 소재가 풍기는 빈티지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카운터의 뒤편에는 벽돌과 동일한 크기로 컷팅된 직사각형의 거울이 군데군데 부착되어 있다. 다양한 각도로 공간을 반사하는 작은 거울들은 장식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은유로써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잘게 쪼개진 거울은 우리 삶의 일부분을 반영하는 사물인 동시에,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으로 통하는 창문을 상징한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 같은 장치는 러시아의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의 작품 <거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낡고 오래된 것들을 끌어안음으로써 애틱 바는 각각의 사물이 간직하고 있는 내밀한 이야기와 역사를 획득했다. 가구를 소유했던 주인의 사연, 돌고 돌아 이곳 애틱 바로 오기까지 사물의 여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때의 아련한 기억 속으로 차분히 걸어 들어가기를 자처하게 된다. 세월의 힘은 그렇게 우리를 무장 해제시킨다.

  

글 송은정 기자 | 사진 Darius Petrulaitis, Inblum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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