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디자이너의 구조계산법

Furniture / 조하나 기자 / 2016-04-04 21: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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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 구조적인 측면을 연구하는 것은 디자인과 실용성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Monarch Chair

척추와 갈비뼈의 형태를 적용했다. 앉았을 때 등받이가 불편할 것 같다고 묻자, 실제 앉아보면 그렇지 않다는 자신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운데 틈을 남긴 곡선의 등받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팔걸이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으로 시선을 옮긴다. 등받이에 기대어 앉고 팔걸이에 팔을 올렸을 때의 촉감을 상상해본다. Swallowtail Chair를 처음 보는 사람의 의식 흐름은 아마 이런 식일 것이다.

  

구조를 알아야 디자인이 보인다

  

Swallowtail 시리즈는 Brian Fireman의 대표작으로, 정확히 10년 전인 2006년에 첫 모델을 만들었다. 꽤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왔다는 기쁨으로 뉴욕 가구 전시회에 출품까지 했다. 예상한 것보다 많은 호평을 받아 그도 당황했다. 덕분에 잡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소개되고 가구 협회의 후원도 받게 되는 영광을 얻었다. 틈틈이 본업과 목공을 병행하다가 본격적으로 가구디자이너로 전향한지 2년만의 성과로,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그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준비된 자를 위해 이미 예정된 기회였을 것이다. 건축 업계에 몸담았던 때부터 건축 구조의 원리와 가구의 접목을 고민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예로 건축 석사 논문 작성 당시 논문 주제와 관련하여 기하학적 뼈대가 돋보이는 Heron Table을 실제 만들어 보였다. 의자를 만들 때도 팔걸이와 등받이의 연결부와 지지대를 구조적인 측면에 특히 고심한다.

Pagonia Table, Dalchina Desk 새로운 테이블 다리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야심작이다. 다리를 쭉 뻗어 부드럽게 땅을 디디는 발을 표현했다.

Swallowtail 시리즈는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수종과 색상을 달리한 여러 가지 버전을 선보인다. 하나의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심화시키려는 시도이다. 이 작품을 처음 만든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더 나은 버전을 고민하는 중이다.

그에게 Swallowtail Chair 제작 과정을 물었다. 곡선을 구현한 방법이 나무를 깎은 것인지 구부린 것인지 사진만 보고는 감이 오지 않았다. 그라인더, 바퀴살대패, 끌을 이용해 손으로 깎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세히 보면 팔걸이와 등받이는 4조각으로 분리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단단히 짜 맞춰 조립했다. 디자인은 한스 웨그너, 핀 율, 시거드 러셀의 등받이 낮은 의자에서 착안했다. 등받이 낮은 의자를 만들겠다는 콘셉트 하나만 놓고 고민을 거듭한 결과이다.

Swallowtail 시리즈와 더불어 그의 다른 작품들의 보면 선의 변형을 시도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딘지 뒤틀려 보이지만 가구 본연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적정선을 유지한다. 언뜻 보면 실용성 보다 디자인에 치우친 작품이라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작업관은 정확히 반대다. 가구는 디자인보다 실용성이 우선이라는 것. “가구는 써야 가구지 실용성이 없으면 조각에 불과하죠. 의자는 앉아야 의미가 있고 테이블은 밥도 먹고 일도 하고 그래야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어느 각도에서 봐도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어야한다며 디자인 욕심을 드러냈다.
Heron Table 가구디자이너로 전향하고 처음 만든 작품이다. 나무 몸통에서 가지로 올라가는 처마 부분을 형상화했다.

나무를 닮은 사람

촉 혹은 감이라고 말하는 그 감정. 어쩌면 가장 영혼에 가까운 신호일 수 있으나 우리는 자주 그것을 억누른다. 뭔가에 알 수 없이 끌리면서도 이내 이성적인 분석을 들이댄다. ‘Let the beauty we love be what we do.’ 라는 13세기 페르시안 시인 루미의 시 구절은 Brian Fireman의 좌우명이다. “저에게는 이 문구의 의미가 마음에 끌리는 사랑하는 일이 있다면 따지지 말고 일단 하라는 말로 해석돼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항상 두렵지만 막상 부딪쳐보면 분명 이면의 행복을 발견하게 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가구디자이너로 제2의 인생을 살며 몸소 느낀 부분이죠.” 

건축을 공부할 당시에 디자인을 구상하고 나무로 건축 구조 모형을 만들며 목공의 매력에 빠졌다. 목공의 길을 가볼까 싶었지만 생계문제로 일단 건축회사에 들어가 몇 년간을 보냈다. 가구디자이너로 전향하자는 결심을 내리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 시간이 무색할 만큼 결과적으로 현재는 아주 잘 살고 있다. “저는 목공이 정말 좋아요. 여전히 작업을 할 때마다 새롭게 배울 점이 계속해서 생기죠. 그런 점에서 나무 앞에서는 겸손해져요. 나무라는 매력적인 재료로 손을 써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로맨틱하다고 할까요.”

목공에서 로맨틱을 느끼는 그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로맨틱한 아빠다. 아내와 4명의 아이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 식사 시간은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젊은 시절에 배낭여행을 하고 카약에 빠져 지냈던 것처럼 지금도 자연에 파묻혀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짬이 날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과 하이킹을 즐기는 등 되도록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이런 시간들이 작품에도 좋은 영감을 준다.

아이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앞으로 그 아이의 삶이 결정된다. 그는 자기가 만든 가구가 판매될 때 비로소 가구의 삶이 시작된다고 본다. 가구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이러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자신의 직업은 생각할수록 매력적이다.
Wisteria Table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습의 테이블 다리가 인상적이다. 유리 상판을 얹어, 테이블 다리 형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Mimosa Stool 앉았을 때 편안하도록 곡선을 넣었다. 착 감기는 느낌이 있어 딱딱한 나무의자에 안락함을 더했다.

Brian Fireman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가구디자이너로,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도맡아 한다. Colorado College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Virginia Tech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직후 건축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2004년부터 가구디자이너를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표작은 Swallowtail Chair와 Swallowtail Barstool가 있는 Swallowtail 시리즈다. 여러 번 해외 매체에 소개되어 유럽, 아시아 등 세계각지에서 가구제작주문을 받으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는 올 7월에 열릴 생애 첫 개인전을 준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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