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관 목수노트 ②] 목수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들

칼럼 / 편집부 / 2020-03-25 21:04:40
  • -
  • +
  • 인쇄
이 시대의 목수는 기술직이 아니다
‘나무’와 ‘목재’는 다르다
목수는 ‘소상공인’이며, ‘자영업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목수는 ‘예수’다. 예수의 직업이 실제 목수였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확실한 것은 목수라는 직업이 적어도 2천 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오래된 것에는 고정관념이 생기고, 고정된 관념은 오해를 만든다. 예수가 태어난 1세기의 목수와 21세기의 목수가 같은 직업이라고 믿는다면 오해를 넘어 오류에 가깝다. 한국에서 가구를 만드는 목수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직업이다. 그래서 목수를 꿈꾸며 이 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대개 시효가 지난 이미지에 기대 발길을 내딛는다. 어렵게 들어선 길임에도 불구하고 오해와 실제 사이의 격차를 감당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목수의 길을 포기한다. 이번 회에서는 목수에 대한 오해 중에서 직업목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깨야할 오해 세 가지를 짚어본다.

 

 

  



1. 목수는 기술직이다

“그래도 역시 기술이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꽃다발을 목에 걸고 김포공항에서 서울시민회관까지 카퍼레이드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드높은 팡파르, 훈장과 금일봉을 하사하는 박정희 대통령 앞에 상기된 얼굴로 서 있는 기술자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된 ‘대한뉴우스’. 목수를 희망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서 여전히 “기술이 있으면 먹고는 살지 않게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약간 기이한 느낌을 받는다. 인공지능과 탄핵이라는 단어도 시들해진 지금, ‘대한뉴우스’의 멘트를 육성으로 듣다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대의 목수는 기술직이 아니다. “적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술자로서의 목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부디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충심으로 조언한다.

‘기술직’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하나는 시장에서 최종 교환되는 형식이 ‘기술 그 자체’라는 것이다. 직업에 명칭을 붙일 때는 통상적으로 그 직업이 시장에서 거래하는 실제 행위에 따른다. 버스운전사는 버스를 운전하고, 의사는 의료기술로 환자를 돌보고, 백화점의 판매원은 제품을 판매한다. 목가구를 만드는 목수가 실제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목수가 거래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가구’다. 기술이 아니다. 기술직이란 자동차 정비공이나 배관공 등과 같이 기술 그 자체를 통해 수입을 얻는 직종을 말한다.

2년 전 가구배송과 목재수급 등을 위해 1톤 트럭을 샀었다. 두어 달쯤 지나자 운행할 때마다 핸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몇 군데 정비소를 갔지만, 대부분 그 증상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흑석동의 한 정비소에서 불과 두 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했다. 나도 모르게 “사장님, 정말 기술자시군요!”라고 탄성을 질렀다. 건축현장에서 벽돌을 빠르고 정교하게 쌓았을 때, 우리는 “그 미장이 참 기술 좋아”라고 말한다. 이것이 기술직이다. 기술직은 절대평가가 가능하며, 이 평가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다시 자동차 정비공의 예를 들면, 정비공 중 누가 더 빠르고 완벽하게 핸들의 떨림을 잡을 수 있는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목수도 이러할까? 더 빠르고 정교하게 대패와 끌을 쓸 수 있는 목수가 더 많은 수입을 보장받고 있을까? 국제기능대회 목공부문의 금메달리스트가 만든 가구는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을까?

기술직의 두 번째 특징은 결과물에 ‘취향’이 없다는 사실이다. 고장난 차를 완벽하게 고치는 정비공의 기술이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불완전하게 고치는 다른 정비소를 찾는 사람은 없다. 벽돌을 더 빠르고 완벽하게 쌓는 미장공의 기술이 취향에 맞지 않아 다른 미장공을 찾는 사람도 없다. 이처럼 기술직이 거래하는 내용에는 구매자의 ‘취향’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목수가 기술을 써서 만든 목가구가 시장에서 거래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구매자의 취향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가구를 판매하는 목수는 아마도 내촌목공소의 이정섭 씨일 것이다. 그는 보는 이의 가슴을 움직이는 가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정섭 목수의 목공(기술)이 한국 최고라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아마도 이정섭 목수보다 훨씬 더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진 목수들이 적어도 백 명 쯤은 될 것이다. 


목수 W는 내가 아는 목수 중에서도 발군의 목공기술을 가졌다. 이정섭 목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목공기술로만 평가한다면 이정섭 목수보다 아마 두어 수쯤 위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직을 가진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20여 년 동안 공방을 운영했던 그는 결국 몇 년 전에 목수를 그만 두었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사흘간 밤을 새다 수압대패에 손가락 두 개를 잃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공방을 운영했던 20년 간의 매출을 다 합쳐도 이정섭 목수의 일 년 수입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는 그의 말은, 쓰디쓴 표정과 함께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이정섭 목수의 가구는 한국인의 심성에 드라마틱하게 다가간다. 그의 가구는 가장 뛰어난 목공기술을 구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인의 취향에 가장 부합되는 가구인 것만은 틀림없다. 반면, 이정섭 목수의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목수의 가구를 구매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 이정섭 목수의 가구가 본인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목수가 ‘기술’과 상관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 없이 목수라는 직업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술은 목수라는 직업의 전제조건일 뿐이다. 축구선수에게 달리기 능력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축구선수를 ‘육상선수’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2. 목수는 나무를 만지는 직업이다

“매일 나무를 만지니 좋겠어요.”
목수인 내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사람들의 말처럼 목수는 ‘나무’를 만지는 직업일까?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수는 나무를 만지는 사람이 아니다. 목수는 ‘목재木材’를 다루는 사람이다. 혹자는 말장난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상남도 합천의 화양리 마을에 유려하게 서 있는 소나무와 목공방 한 켠에 제재되어 쌓여있는 소나무는 같은 것일 수가 없다. 생물학적인 정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등산객이나 산림청 직원이 만지는 ‘나무’와 목수가 만지는 ‘목재’의 차이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나무는 ‘신비화’ 혹은 ‘의미화’가 가능하다. 오방색 띠를 두르고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나 회화나무를 선비에 대입해 학자수學者樹라 부르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목재는 신비화가 불가능하다. 목재는 가구라는 상품을 만드는 하나의 재료일 뿐이며, 그 자체로는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목재는 오로지 완성된 가구를 통해 의미를 부여받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목가구의 수준이 높지 못한 것은 한국의 목수들이 ‘나무’와 ‘목재’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무’를 보러 미국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놀란 것은 열흘에 걸친 그의 일정 중 산과 벌목장, 제재소만 있을 뿐 변변한 가구점이 한 군데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직업은 목재소 사장이 아니라 목가구를 만드는 목수였으니 내가 당황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마도 그에게는 ‘목가구 = 나무’라는 공식이 새겨져 있었을 것이다. 목재는 가구에서 몹시 중요한 재료임에 틀림없지만, 미국의 가구브랜드 ‘허드슨 퍼니처(Hudson Furniture)’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용된 목재가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구의 유의미한 가치를 결정하는 사례는 드물다. 


 

  



3. 목수는 혼자 작업한다


“인간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고 혼자 작업실에서 나무를 만지는 직업.”
아마도 이것이 목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이미지일 것이다. 목수는 다른 공예 분야와 달리 전공자가 적다. 목가구는 아직 도예나 금속처럼 대학 체제에 편입되어 있지 못하다. 현재 목가구 목수를 직업으로 가진 대부분의 목수는 다른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다 전직轉職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회에서 소위 ‘잘 나가는 직업’을 버리고 목수로의 전직을 시작하는 이유를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사람한테 지쳐서’라고 답한 다. 목수를 희망하는 분들이 그리는 그림은 대개 공방에서 ‘혼자’ 끌질, 톱질, 대패질을 하며 가구를 만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목수의 직업적 상황은 ‘혼자’하고는 거리가 멀다.

목공방을 시작할 때라면 혼자 ‘목공’을 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하지만 목수 생활의 전반을 살펴보면 ‘혼자’인 시간은 몹시 적다. 일단 목공방을 창업하면 대개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광고를 하게 된다. 그럴 경우 하루의 대부분을 간헐적으로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받느라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당연하게도 전화기 너머에는 ‘사람’들이 있다. 수시로 낯선 사람들과 업무통화를 하면서도 ‘이 일은 혼자 하는 일이다’라고 생각할 사람은 적을 것이다. 더구나 그 전화 중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흥정과 무늬목과 원목을 구분하지 못하는 고객들과의 실갱이에 가까운 대화이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한 시간 넘게 이어지는 그런 통화를 몇 번만 하면 다시 대패를 들 기운 따위는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된다.

직업 목수는 수시로 상담전화와 방문을 받아야 하고, 고객이 구매의사를 밝히면 다시 긴 시간을 들여 치수와 기능, 디자인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또한 큐레이터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는 물론 가구판매점의 관계자들과도 자주 소통을 해야 한다. 그 모두가 사람들이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목수나 목가구가 매개가 된다 하더라도 본인이 지쳐서 떠났던 이전의 사회적 인간관계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혼자’ 공방을 운영한다면 이 모두를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혼자이기는 하지만, 고독이나 한가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시간이 지나 공방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면 한두 명이라도 직원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직원을 쓰는 순간 ‘관리’의 개념이 시작되고, ‘혼자’ 목공을 할 시간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직원이 일을 하는 동안 그들의 급여와 월세를 비롯한 수익을 위해 끊임없이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업’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일 수밖에 없다.

목수는 사람을 피해 살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목수는 ‘소상공인’이며, ‘자영업자’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혼자’, ‘고독하게’ 일하는 목수의 모습을 꿈꾸지 못할 것이다.

이상으로 목수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기술했다. 목수라는 단어에 덧씌워진 얇은 ‘환상’을 거둬낸다면, 사실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직업 목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목수의 특수성을 생각하기에 앞서 목수 역시 첨예한 자본주의 사회에 속한 보편적인 직업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목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벌이’를 해야 하는 직업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 보편적 사실 안에서 목수라는 직업이 가진 특수성을 고려해야 시행착오가 줄어들 것이다.
모쪼록 직업목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 기반해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김윤관(김윤관목가구공방 & 아카데미 대표목수)

 

--------------------------------
  

■ 직업목수를 위한 <김윤관목수의 목수노트>가 총 7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프롤로그 - "정말, 당신은 ‘열심히’ 할 수 있습니까?"
① 일 년 그리고 직업목수가 된다는 것
② 목수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들
③ 직업목수가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에 대하여
목수의 ‘직업’ 유형에 대하여

직업목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⑥ 목수는 어떤 직업인가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뉴스 프레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독자의견]

댓글쓰기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WOODPLANET Newsletter

우드플래닛 최신기사, 관련정보 등을 이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우드플래닛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함에 있어 정보주체로부터의 이용 동의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고 있습니다. 정보주체가 되는 이용자께서는 아래 내용을 확인하시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ㆍ수집 이용 목적 : 우드플래닛과 구독자를 위한 의사소통 경로 확보

ㆍ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 이메일

ㆍ보유 및 이용 기간 : 메일링서비스 해지시 까지(해지시 정보파기)

뉴스레터에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