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공간 2 : 안양 아파트, 공예가들과 공생하는 집

Interior / 배우리 기자 / 2018-03-30 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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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그림, 목가구와 그릇을 좋아해요.” 이 소개말과 이를 증명하는 몇몇 사진을 보고 신경아 씨를 찾아갔다.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선생님. 의심의 여지가 없는 미적 이력. 인테리어 관련 이력으로는 십여 년 전 리빙센스에 신혼집 인테리어를, 지난 6월 컨셉진에 부엌을 출연시킨 바 있다.

 

텔레비전이 없는 집 안, 부엌의 원목 식탁, 우드앤돌 접시가 받치고 있는 케맥스 클래식으로 내린 커피를 내온 도자기, 이것만 봐도 집의 정조와 집주인의 분위기가 왠지 짐작 간다. 겉보기엔 평범한 30평대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첫 인상, ‘제대로 왔다!’


원목, 진화하다


 

15년 전, 신경아 씨가 신혼을 시작할 때 당시 한국의 원목가구는 고가의 수입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비슷한 시기 막 diy 붐이 일었고 그녀의 첫 나무가구는 소프트우드 집성에 스테인을 칠한 것들이었다. 그러다가 2007년 건너간 일본에서 원목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증폭되었다. 워낙 원목가구 숍이 많았고 젊은 목수들이 갤러리에 스툴을 잔뜩 가지고 나와서 전시하면 사람들이 그걸 다 사가는 걸 보면서 놀라워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쓰고 있는 식탁과 벤치, 소파, 아이들 방의 침대는 그 때 장만했던 합리적인 가격의 무인양품 제품이다. 그리고 식탁 뒤에서 10인의 공예가 도자기를 가득 안고 있는 그릇장은 모모내추럴에서 구입했다.


2년 후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 홍대를 중심으로 공방들이 생겨났고, 블로그를 통해 비플러스엠을 알게 되었다. 비플러스엠 가구의 디자인, 만듦새가 발전해나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다보니 어느새 거실의 책꽂이, 낮은 그릇장, 침대와 화장대, 아이들 방의 가구들은 시간을 두고 하나, 둘, 비플러스엠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지만 적절하게 배치된 밝은 톤의 나무가구들에 수납이 잘 되어 깔끔하다. “보통 가구 사면 십 년 사고 버린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저는 재산이거든요. 평생 쓸 생각으로 사요. 옷도 몇 년 입으면 버려야 하고 차도 그런데, 가구는 평생 쓰니까 만족도가 가장 높아요.”


물푸레로 부엌을 완성하고 거실 테이블과 의자, 책꽂이는 오염 걱정도 없으니 더 욕심을 부려 오크로 맞췄다. 비플러스엠은 그 집을 너무 잘 알아서 이제 전화로만 상담해도 안성맞춤가구를 뚝딱 가져다준다고 한다. 제작자와의 친밀한 교류, 그리고 우리 집만을 위해 제작한 가구의 묘미가 주는 만족감이 제법 달아보였다. 최근에는 월넛으로 하나, 둘 포인트를 넣는 중이다. 거실의 오크 테이블 옆엔 자수를 하기 위해 스테이인그루브 조환영 목수에게 의뢰한 월넛 서안이 간결한 무게감을 뽐내고 있다. 집의 원목가구는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 지금도 불어나는 중이다.


수제 가구 하나 하나


 

 

집주인은 가구 중에서도 4년 전 쯤 비플러스엠에 주문제작한 낮은 그릇장을 가장 애정 한다. “이 가구는 마치 무대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대충대충 올려놔도 그냥 다 흡수해요.” 디자인 협의 과정에서 심심할까봐 조금 걱정하기도 했지만 감추기와 드러내기로 적절히 배치한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예쁜 그릇은 드러내고 수납이 되어야 하는 것들은 감추어 대충 넣어도 정리가 되어 보인다.


“맞춤가구의 묘미는 이 연결되는 무늬, 이게 제 것만 이렇게 생긴 거잖아요. 이건 내 것 인거죠.” 거실 책장을 어루만지는 주인의 얼굴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맞은편 책장도 아이들의 책 크기에 맞게 선반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곳곳에 숨겨진 맞춤가구의 묘미. 주로 아이들이 그림 그리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앉는 거실의 둥근 테이블에는 작은 서랍이 달려서 색종이, A4용지, 지우개 달린 연필 사이즈 등에 맞는 칸을 만들어 넣었다. 화장대는 기성품이지만 각종 화장품들이 밖에 진열되는 것이 마음에 안 들던 차에 마침 그렇게 디자인 된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안내받고 구매한 것이다. 그녀의 가구 중에는 멋이 넘치거나 쓰임이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다.

 

 

 어릴 때부터 원목가구와 함께 해 온 아이들은 그 특별함을 아직은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책 꽂는 것 하나도 ‘아름답게’ 꽂는 습관이 저절로 몸에 뱄다. 친구들이 “너희 집 친환경적이다”, “카페 같아”라고 말해줄 때는 괜히 으쓱하다. 

 


10년 전, 블로그 시절부터 인스타그램을 주로 이용하는 지금까지 신경아 씨의 주된 팔로우 대상들은 목가구작가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공예작가들이다. 온라인으로 교류하며 페어나 전시회에서 직접 만나 좋은 작품이 나오면 응원하고 구매한다. 많은 작가들이나 장인들이 어쩔 수 없이 그만 두는 일이 생기지 않고 힘을 받아 잘 커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집이 특히나 포근한 이유엔 따뜻한 가구도 있겠지만 아마 집주인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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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비플러스엠 고혜림·최상희 대표


 

 

비플러스엠만의 신조가 있다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가구를 쓰는 이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이다. 가구 하나라도 라이프스타일과 전반적인 삶에 까지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소비 품목을 대하듯 하지 않고, 긴 시간을 바라보며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보통의 구매자들이 처음에 어떤 경로, 어떤 마음으로 오는지.
4-5년 전만해도 단순하게 모양새와 가격을 보시고 오셨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그렇게 오시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가구 하나를 바꿀 기회를 기다리시면서 조끔씩 저축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다. 고객 대부분이 가구 하나라도 진중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 그런 마음들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신경아 씨 댁에 기성제작품으로는 화장대가 있고, 책꽂이, 그릇장, 아이방 가구 등은 맞춤가구다. 가장 고민이 많이 됐던 작품과 가장 잘 나온 작품을 소개한다면.
고민이 많이 되었던 제품은 형제가 함께 쓰는 책상이다. 크지 않은 방에 침대와 옷장, 책장, 책상까지 들어가야 했는데 아직은 저학년인 아이가 쓰기 편해야 했고 커서도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데 동생과 함께 쓰기도 해야 하니 충족시켜야 할 요소가 많았다. 튼튼해야 함은 물론이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은 아이들이 쓰는 전면 행거 옷장이다. 시도해보지 않았던 형태의 디자인이었는데, 아이방에 어울리면서 몇 가지 필요한 용도를 만족시킬 디자인을 해야 했다. 다행히 마음에 들어 하시고 예쁘게 잘 써주셔서 기뻤다.


기성가구가 제작하고 판매하기 편할 것 같은데 맞춤가구와 비교해서 각각의 장단점은.
처음에는 맞춤가구의 비율이 더 높았다. 맞춤가구는 특별한 취향의 고객이나 특별한 장소 전체를 디자인해야 할 경우, 전체 그림이나 공간의 짜임을 구성하기 좋다. 한 편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가구를 새로 디자인을 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디자인부터 완성되기까지의 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대도 높아진다. 좋은 디자인이라면 다수에게 긴 시간동안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들을 짧은 시간에 여러 건을 해결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맞춤가구가 주는 장점 또한 명확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나 운영자의 입장에서 그 비율을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 완성된 디자인의 판매 비율이 높아진 지금, 오히려 소비자의 만족도가 더 높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오랜 고민을 거쳐 완성된 요즘의 가구들이 더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신경아 씨처럼 지켜봐주는 소비자들과 관계형성을 하면서 좋은 점 이 있다면.
스스로 모자람을 느끼면서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오래 인연을 맺고 지켜보시는 분들의 생각들이 전달되고 드려야 할 가구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플러스엠 다운 뭔가가 만들어진 것 같다. 많이 고되고 지쳤을 때 그 분들이 쓰고 계신 가구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SNS를 통해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엿보곤 한다. 그런 교류가 지금보다 좋은 가구를 만들고자 하는 에너지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 비플러스엠의 행보는.
기본적인 디자인과 마땅히 써야할 재료의 충실함에서 벗어난 가구는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변함없이 추구하는 바인 사용자를 배려한 쓰임과 디자인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다. 또한 본인에게 맞는 가구를 고르는데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의 활동들에 영역을 넓히고 싶다. 가구를 보고, ‘이건 비플러스엠스럽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바랄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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