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로 꾸민 기린아줌마의 담백한 집

Furniture / 김수정 기자 / 2018-04-04 2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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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욕을 버리면 심신이 상쾌해진다.”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인테리어에도 적용된다. 기린아줌마의 담백한 집을 보라. 과한 욕심만 버려도 집은 훨씬 상쾌해진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이제 막 쌍둥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을 정리하고 있던 박정미(39) 씨는 멀찍이 서있는 기자를 한눈에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정미 씨를 따라 들어간 집은 해가 잘 드는 아파트 1층. 정미 씨 말대로 “햇살이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뽀얀 햇살이 구석구석 닿아있는 정미 씨의 집은 ‘모던하우스’의 좋은 예였다. 모던하우스의 안주인 박정미 씨는 블로그 ‘기린아줌마의 영리한 셀프인테리어’(blog.naver.com/pjmibbi)를 운영하고 있는 파워블로거 ‘기린아줌마’다.


‘오춘기’를 극복하게 해준 셀프 인테리어

 

 

“사춘기가 길었어요. 스물여섯 살 때까지 방황했으니까요. 그때 혼자 자취를 했는데 집 분위기까지 을씨년스러우니까 집에도 들어가기 싫더라고요. 그러다 원룸으로 이사를 했는데 집이 작으니까 꾸밀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방학동안 집에서 안 나오고 인테리어에 매달렸죠.”


호기롭게 시작한 정미 씨의 첫 셀프 인테리어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혼자 천장에 페인트칠을 하다가 일주일 동안 목을 못 쓰기도 했다. 그렇게 집을 꾸미고 나니 자꾸만 집에 들어오고 싶어졌다. 공간이 오춘기 아가씨를 ‘집순이’로 만든 것이다. 이후 정미 씨는 방학 때마다 “한바탕 집을 뒤집으며” 셀프 인테리어 내공을 키워나갔다. 결혼을 하고 얻은 신혼집은 그동안 키워온 내공을 펼칠 최고의 실험장이었다. 쌍둥이 엄마가 되어 육아는 두 배로 힘들었지만, 예쁘게 꾸민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밥 먹고 잠들 걸 생각하면 힘든 줄도 몰랐다. 이제는 방송사와 잡지사에서 정미 씨 집을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고, 쌍둥이 민석이와 현석이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아 우리집 예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기린을 닮은 남편은 영 눈썰미가 없어 종일 작업해도 어떤 게 바뀌었는지 잘 모르지만, 뭘 몰라도 집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한다.

 


“제 주변이 유독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집 꾸미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정도 무척 화목하더라고요.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에 공간을 가꾸는 것도 있겠지만, 잘 가꾼 공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욕심을 버리면 분위기가 산다


정미 씨가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얻은 교훈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었다. 먼저 버려야 할 욕심은 ‘컬러에 대한 욕심’이다. 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 건 이목구비의 생김새보다 사람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이듯, 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건 소품이나 가구보다는 집의 전체적인 컬러라고 정미 씨는 말한다. 컬러를 적재적소에 분별 있게 쓰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컬러에 과한 욕심을 부리다 보면 쓰면 집의 분위기가 금세 어수선해지고 만다.

 


“인테리어를 하다 보면 컬러를 쓰는 게 제일 어렵고 까다로워요. 정말 감각이 있어야 하죠. 인테리어 초보라면 과감하게 컬러를 쓰는 것보다는 화이트, 블랙, 그레이 같은 모노톤으로 색을 제한해서 쓰는 걸 추천해요. 올해는 모노톤이 더욱 대세이기도 하고요.”


정미 씨가 추천하는 모노톤 인테리어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결과는 그럴듯해서 초보자들이 따라 하기 좋다. 특히 모노톤 컬러를 아담한 신혼집이나 원룸 인테리어에 적용하면 훨씬 넓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버려야 할 욕심은 ‘소품과 가구에 대한 욕심’이다. 목공이나 리폼을 배우다 보면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그러다 보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만들기 위해 만드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나게 된다.

 

정미 씨는 양적으로 많은 시도를 해보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 만들되 제대로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정미 씨 집에는 가구나 소품이 많지 않지만, 있는 것들은 공들여 만든 고재 식탁처럼 그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낸다. 시간과 노력을 아끼면서도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 것이다. 제대로 만드는 방법은, 물론 ‘많이 보는 것’이다. 정미 씨는 블로그나 카페에 공개된 셀프 인테리어 후기보다는 디자이너가 제대로 만든 소품과 가구를 보라고 조언한다. 블로거들이 만든 물건들도 훌륭하지만 이왕이면 전문가가 제대로 만든 물건을 보고 따라해 봐야 안목이 늘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셀프 인테리어 고수가 된 정미 씨의 다음 과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인테리어 서적을 내는 것이다.
“연애 시절부터 우리 부부의 꿈이 책을 내는 거였어요. 무슨 분야일지는 정해놓지 않았었는데, 블로그를 하면서 인테리어 쪽으로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연수집가님의 ‘숨고 싶은 집’처럼 저의 이야기가 담긴 색깔 있는 책을 내고 싶어요.”

언젠가 정미 씨의 이야기를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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