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공간] 상상 그대로 빈티지, 잡철공작소

Interior / 배우리 기자 / 2018-06-11 20: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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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가구’에 대한 기준이 당신에겐 무엇인지? 잘 열리고 닫히는 서랍? 매끈한 다리? 여기 그런 것들이 없어도 잘 만든 가구가 있다. 지금 한참 활발하게 활동하는 잡스러운 공작인 최성우가 만든 것들을 찾아 전국방방곡곡을 둘러보자.


15년이 넘게 그래픽 디자이너로 지냈다.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가구들을 블로그에 비공개로 차곡차곡 쌓아두다가 포털사이트의 권유로 공개 전환했다. 그 후 바로 “제작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가구를 배운 적 없는 디자이너였는데 덜컥 승낙을 하고 만든 것이 제주 후거의 장식장이었다. 가구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서랍은 열리는 척 손잡이만 달렸다. 그 후에도 하나 둘 주문이 들어와 아예 인테리어로 전향했다. 


21세기 창원 빈티지의 탄생



주문이 계속 들어오니 가구를 만들 줄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수소문 하다가 부산에서 짜맞춤 가구를 배웠지만 단기간에 제대로 만드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무리였다. 더구나 가구를 만들고 나서 나무가루와 본드로 틈을 메우고 그날 밤 자리에 누웠을 때 목에 나무가루가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그 다음날로 바로 다 나무가루를 긁어 없앴다. 견고함, 혹은 견고함을 위한 거짓 같은 건 체질이 아니었다. 그래도 대패만은 집중해서 배웠다. 대패 당기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각도야말로 예술이니까.

 

 

현대가구에도 손댈 엄두를 안 냈다. 개인적으로 매끈한 걸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워낙에 잘 하는 사람이 많으니 원래 관심 있던 손때 묻은 빈티지에 집중해서 남들이 하지 않는 투박하고 거친 질감을 주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소재도 각각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고재나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란 통나무가 되었다. “노지에 방치되어 빛이 바랜 나무나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터지고 뒤틀린 채 버려진 고사목에는 벌레구멍이랑 옹이라는 결점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공장에서 매끈하게 가공되어 나오는 판재보다 더 좋은 소재가 되어줍니다.” 

 


최성우 목수의 빈티지는 사포로 갈고 페인트 붓질을 남긴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는 빈티지라면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쓰던 물건인지 어디에서 쓰던 물건인지에 얼마나 오래 되었을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곧 빈티지다. 그래서 진짜 오래된 부엌 문짝, 한옥의 대들보 같은 고재를 찾아 돌아다니고 그것들을 사용해 제대로 된 빈티지를 만들고자 한다. 가벼운 빈티지와 차이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새 것에 빈티지 느낌을 주는 에이징을 할 때도 그는 매우 조심스럽다. 철판의 녹물도 세로로 흐르게 할지 퍼지게 할지 결정할 때 세워져 있었을지 바닥에 있었을지 하는 상상을 더해 디테일하게 설정한다. 목재도 사용 용도와 환경, 생활 스크래치, 바랜 색감 등 그것이 겪을 미래를 미리 생각하고 상상해서 표현해서 흉내에 그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게 바로 잡철공작소의 빈티지다. 


그 때, 그 곳 상상하기 


 

 

경성코페 브랜딩 제의가 들어왔을 때 작가는 경성의 느낌을 볼 수 있는 자료들을 찾았다. 한양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 경성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인테리어 자재, 색감, 조명, 사인물 등을 관찰했다. 영화에서 흔히 쓰인 색은 짙은 레드브라운 계통이고, 서양식 장식이 들어가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그 당시 화려했던 고급 레스토랑 느낌의 인테리어에 들어갔다. 


경성코페 귀산점은 들어가는 문부터 남다르다. 적당하게 에이징된 나무와 철판이 만난 문을 열고 들어간 백 년 전은 기하학의 타일을 중심으로 한 어두운 톤 안에서도 밝음이 공존하는 곳이다. 화려한 장식을 가진 의자들은 밝은 패브릭을 입었다. 화려하지만 검은색의 절제된 샹들리에, 아르누보풍의 금색 거울들과 액자들도 모두 최성우 목수의 손길을 거친 것들이다.

 


‘경성’이 주된 콘셉트지만, 최성우 목수가 가장 잘 하는 원시적인 느낌의 인테리어도 만날 수 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식물방. 목수는 제일 처음 현장을 둘러볼 때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창이 없던 이 공간이 가장 좋았다. 천장에서는 햇빛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이 곳을 실내지만 야외 느낌이 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느낌이 나선형 계단을 오를 때 가지는 기대감을 충족시키면 더 좋겠다 싶었다. 공간의 주인공인 테이블로 낙점된 것은 거친 질감을 가진 소나무계열의 우드슬랩이다. 야외에서 사용하던 것처럼 빛바랜 느낌의 색상으로 표현해서 툭닥 용접한 ‘엑스’ 철 프레임에 올리니 콘크리트 벽과 사고석 바닥과 잘 어울렸다. 괴목 뿌리로 만든 조명을 달아 묵직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자 한 것도 성공이다. 선인장들까지 가세한 이 식물방은 그렇게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공간이 되었다. 


2층에는 최성우 목수가 가장 잘 하는 빈티지 수납장이 있다. 그는 빈티지 수납장이 주는 고리타분함이나 억지스러움을 줄이기 위해 서구적인 이미지의 금속을 잘 버무려서 균형을 맞춘다. 철을 쓰면 무엇보다 나무의 연약함을 보완해 더 튼튼해지는 것도 강점이다. 나무는 자작합판이다. 이 위에 3~4가지 색의 오일 스테인을 수채화처럼 차곡차곡 입히고 천연오일과 왁스로 마감한다. 그러면 그저 허옇던 합판은 전혀 다른 수종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경성코페 율하점은 귀산점과 전체적인 콘셉트는 비슷하지만 천장이나 벽 구석구석 나무벽과 나무의 무늬를 살린 몰딩이 눈에 띤다. 지금이야 몰딩이 모두 페인트지만 그 당시는 원목이 더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하고 자작 합판에 에이징을 더하고 벽면과 같은 오일스테인을 바른 것이다. 


공간과, 사람과의 어울림


최성우 목수의 작품을 보기 위해 굳이 창원을 갈 필요는 없다. 서울에도 부천에도 제주에도 그의 작품들은 있으니까 말이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리스트 겸 메이커다. 특히 그의 테이블이나 벤치는 별다른 기능이 없어도 그 자체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의 가구가 인기 있는 데에는 ‘어울림’이라는 그의 공간 철학도 한 몫 거든다. “저는 가구를 공간의 질감과 색감, 그리고 성격에 맞게 맞추어 그 공간에 항상 있던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어울림이라고 생각해요.” 인도산 가구가 인기가 오르다가 어느새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은 왠지 모를 불편함이나 어색함 때문일 것이라는 것. 그가 만들어내는 가구와 공간은 제 아무리 백 년 전 콘셉트라도 사람들과 더불어 어우러져 알게 모르게 편안함을 준다. 게다가 그의 가구에는 몇 천 년(상상력이 풍부하다면 태고까지도)을 넘나드는 느낌이 있다. 날 것의 가구들이 21세기의 정제된 공간에 들어오면 풍기는 어떤 원초적인 것의 단순한 이미지일지도 모르겠지만.  

 

 

 

잡철공작소는 가구나 공간 외에도 액자, 빈티지 클립보드 등 소품도 제작한다. 작업자를 위한 앞치마나 공구벨트, 소파까지 잡철답게 오늘 사도 몇 년 썼던 것처럼 편안함을 주는 작업자를 위한 빈티지소품 브랜드도 준비 중이다. 무엇을 만들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대색감”이 맞아떨어지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잡철공작소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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