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개의 숟가락은 노르웨이의 젊은 공예가 스티안 코른트브드 루드가 2014년 3월 27일부터 일 년 동안 진행한 ‘데일리 스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프로젝트의 원칙은 간단했다. 오로지 수공구만을 이용해 일 년 동안 매일 하나의 숟가락을 만드는 것. 나무를 손으로 직접 다루면서 목공예에 대해 깊이 이해하겠다는 목표로, 일 년간의 결과물을 모아 전시를 하고 책을 낼 것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실제로 1년 동안 대중과의 암묵적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중간에 손을 크게 베어 며칠간 쉬었던 것을 제외하면, 숟가락 만들기는 큰 이변 없이 진행되었다.
하나의 숟가락을 만드는 데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숟가락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한 채로 매일 다른 디자인을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었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고, 간혹 디자인은 기발하지만 숟가락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나의 스케치를 토대로 만족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질 때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작은 소품이라도 절대 허투루 만들지 않겠다는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성된 365개의 숟가락들은 그 자신에게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숟가락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는 실용성과 조형성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여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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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안 코른트브드 루드 |
스티안 코른트브드 루드(Stian Korntved Ruud) 노르웨이의 아케르스우스 대학교와 오슬로 건축 디자인학교에서 제품디자인을 공부하고, 영국 디자인계의 거장 톰 딕슨의 스튜디오에서 인턴쉽을 거쳤다. 이후 노르웨이로 돌아와 친구이자 동료인 이외르겐 플라토 빌룸센과 공예‧디자인‧아트 스튜디오 네이프(Kneip)를 운영하고 있으며, 재료 자체의 물성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메종 오브제에 참가하여, 매년 주목할 만한 신인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라이징 탤런트’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술과 디자인, 공예가 공존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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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노르웨이는 수세기 동안 목조각 문화가 번영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목공예품도 공장 제품처럼 쉽게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버려지며 본질이 훼손되었죠. 전통으로의 회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2월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나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셨어요. 자연스럽게 나무를 곁에서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자랐죠. 그때의 기억이 나무의 매력에 빠지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
3월 “숟가락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물건이에요.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도구이고, 무언가를 담는다는 단순한 기능을 공유하고 있으니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잖아요.” |
4월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되, 기존의 디자인을 뛰어넘는 나무 숟가락을 매일 만드는 작업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이었어요. 그게 바로 진정한 공예가의 정신이 아닐까요?' |
5월 “늘 가방에 작은 톱을 들고 다녔어요. 언제라도 마음에 드는 나무를 구해 작업하기 위해서요. 여행 중이나 동네 산책을 할 때도 어떤 숟가락을 만들지에 대해 고민했죠.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
6월 “주워온 나무들은 상태가 일정하지 않거든요. 뒤틀리거나 옹이가 있는 나무 조각도 그대로 활용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디자인이 나오기도 했어요. 제가 한 거라곤 나무가 가진 고유한 형태와 결을 따라간 것뿐이죠.” |
7월 “새로운 나무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공구로 작업하는 것이 굉장히 즐거웠어요. 물론 익숙하지 않다보니 실수가 많았죠.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멋진 결과물이 나온 순간의 성취감은 잊을 수 없어요.” |
8월 “모든 작업은 하나의 아이디어나 스케치에서 출발해요. 그리곤 적합한 나무 조각과 공구를 찾죠. 잘라내야 할 부분이 많을 경우에는 도끼로, 정제된 형태가 필요할 때는 일제 코가타나(주머니칼)를 사용하는 식으로요.” |
9월 “왜 365개냐고요? 내가 정말 목공예 분야에 몰입하기를 원한다면 일 년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365라는 숫자는 굉장히 합리적으로 느껴지던 걸요?” |
10월 “디자인과 공예, 그리고 예술을 결합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저에게 있어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공예에요. 재료의 물성이 기반이 된 이후에 디자인과 예술이 있다고 믿거든요.” |
11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가다 보면 작업시간은 점차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나무는 손에 익었지만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더라고요. 결국은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비슷한 시간이 걸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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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마지막 스푼을 완성했을 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상상이 돼요? 길고 지루했던 반복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흥분감이 밀려왔어요. 어려운 숙제를 마친 기분이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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